
하얀 도화지 위에
무엇부터 써내려가야할지
무엇부터 그려야할지
몰라서
한참을. 새하얀 그 빛깔만 쳐다본다
그건 하얀색인지
아니면
깜깜한 검은색인지
그마저 도통 알 수가 없다
분명 나는,
무엇인가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것도
내가 쓰고 그린 것이 무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도대체.
무엇부터 써야할지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연필만 만지작거리다
종이 위에 말 없이 연필심 끝만 사각. 가만히 대어 보다가
이내 힘없이 툭.
그리곤 다시 어깨가 축.
아무 것도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못하겠다,
아무도 모르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
그런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