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모씨(35)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마트로 장을 보러 나왔다가 자동차에 기름까지 넣었다. 쇼핑과 주유를 동시에 해결한 셈이다. 가격도 인근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가량 싼 데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해결할 수 있어 편리했다.
예전의 김씨는 주말이면 주유소에 들러 차에 기름을 채우고 세차한 뒤 마트로 향했다. 하지만 이마트에 주유소가 생긴 이후부터 주유소를 들를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처음에는 셀프 주유소라는 점 때문에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보다 쉬웠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대형마트 주유소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과 주유를 한 장소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오픈 첫날 하루에만 566대 방문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12월22일 경기도 용인의 구성점에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 주유소의 문을 열었다. 구성점 이마트 주유소 1호점은 약 1200㎡ 면적에 양면 주유기 4대 약 1000드럼(20만 리터)규모의 저장 능력을 갖춘 중형급 주유소다. 고객이 직접 주유하는 셀프 주유소로 운영된다.
이마트는 국내 1등 정유사인 SK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아 지역 주유소의 평균가격보다 리터당 80~120원 가량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자사관리 브랜드(PL)출시로 시작된 이마트발 가격 혁명을 유류시장에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마트가 기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은 ▲셀프 주유 방식을 통한 운영비 절감 ▲판촉물 증정과 같은 과다한 서비스 억제 ▲최적화된 건축 규모 등을 통한 운영비용 최소화 ▲마진 최소화 등을 통해 가능했다. 소비자들은 이마트 주유소 오픈을 통해 쇼핑과 주유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SK의 캐쉬백 혜택, 제휴 신용카드 혜택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 등으로 이마트 주유소는 오픈 첫날 방문차량 수만 566대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루 주유량은 모두 2만400리터로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2443만9200원이다. 이 가운데 휘발유는 65%, 경유는 35% 가량 차지했다.
이날 운영시간은 이마트점포 영업시간과 동일한 오전 10시부터 24시까지 14시간이었다. 가격은 인근 주유소보다 100원가량 저렴한 리터당 1198원(무연휘발유, 경유 동일)이었다. 이마트 측은 인근 주유소의 방문차량 수가 하루 평균 450~500대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 이마트 내 주유소도 마찬가지로 첫날 400여 대 가량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50~100대 가량 많은 수가 주유소를 찾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유소 사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방문차량 대수보다는 이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쇼핑과 주유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체험했다면 목표한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 대형마트 주유소 확장 가능성
이마트의 셀프 주유소는 1호점인 구성점에 이어 경남 통영점에 약 700㎡ 규모의 2호점이 조만간 문을 열 계획이다. 이어 군산점, 순천점 등 중장기적으로 5~6개의 주유소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이마트는 최근 전남 순천시 덕암동의 순천점 옆 주차장 부지에 주유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순천시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전북 군산시에 주유소 설치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현재까지 모두 3곳에 추가 설치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주유사업에 착수하자 다른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유소 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오던 홈플러스도 6~7월께 새로 오픈하는 경기 평택점에 주유소 1호점을 오픈한다. 이후 3곳 정도 더 추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는 못했지만 에쓰오일과 주유소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 내 주유소가 얼마나 더 확장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기존 점포에서 주유소를 열기란 공간적 측면에서 쉽지 않다. 기존에 대형마트들은 야외 주차장을 확보한 점포가 많지 않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주말이면 주차공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주유소 공간을 확보하긴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주유소가 생긴다 해도 주유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과 쇼핑차량들이 뒤엉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혼잡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 출점하는 점포의 경우 처음부터 주유소 자리를 염두에 두고 매장을 설계하면 가능하겠지만 현재 대형마트는 포화상태인 만큼 신규출점이 많지 않아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인허가 문제도 걸려 있는 데다 인근주유소의 반발도 심해 난항을 겪고 있다.
◇ 인근 주유소들 “생계 위협” 반발
대형마트들의 주유소 사업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주유소 업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주유소 개인사업자들이 모인 주유소협회는 이마트 주유소가 들어서는 각 지역에서 저지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10월 경남 통영 이마트에 집결해 주유소 설치 반대 집회를 열었고 11월에도 전북 군산시청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대기업인 이마트가 인근 주유소보다 리터당 80~120원 싸게 팔게 되면 다른 주유소들은 가격경쟁력을 잃게 돼 도산을 면치 못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익이 아닌 고객유치 차원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영세한 주유소들은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이마트가 수익이 아닌 고객유치 차원에서 사업을 하게 되면 정부가 의도한 가격인하 효과는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지만 생계를 목적으로 한 주유소들은 모두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뉴시스아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