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꽃님의 블로그에서 퍼온글입니다
쫌 길지만 천천히 읽어보시고 육아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도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
격려와 관심에 힘입어 두번째 글을 올립니다. 그간 호진이는 두돌이 되었어요.
글을 마무리하고있는 요즘은 25개월 채워가는 아기구요. 노래도 잘하고 율동도 잘하고 애교도 넘치는 호진이, 그런 순간엔 힘든 생각도 잊혀지지만 그 짧고도 짧은 순간이 지나면 또 전쟁이지요. 그래도 참 희안한 것은 그 짧디 짧은 순간이 내 행복의 원천이고 힘든 하루하루를 잊게하는 묘약이라는 거...아기 키우는 엄마는 모두 겪으며 사는 일이겠지요.
이번 글도 무지 깁니다. 하지만 정독하시면 도움이 되는 곳도 있을거예요. 쪽지로 글 기다린다고 관심과 격려 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되도록이면 '부탁'하신대로 자세한 일상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혹여 지루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요. 이제 시작할게요.
글을 쓰기 전에 책에 대한 굳은 소신
어떤 엄마들은 '우리아기는 책을 안읽어요, 그래서 사주기가 좀 그래요..'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밥을 먹지 않고 사는 아기는 없습니다. 몸이 밥을 먹어야 움직이는것처럼 아가의 마음도 영양가있는 어떤 것으로 채워줘야합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소릴 우린 흔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건 시공을 초월해 진실인것 같습니다.
아니, 진리인것 같습니다.
밥을 잘 안먹는 아가는 있을망정 밥을 아예 안먹는 아가는 없습니다.
아기가 책을 보지 않는 건 책을 싫어하거나 때가 아니라서가 아니예요. 엄마가 밥도 차려놓지 않고 아가에게 밥먹으라고 말할수 없듯이 책이 없는데 아가에게 책을 좋아하길 기대할순 없죠. 또한 아가가 먹을수 없는 음식을 차려놓고 먹이려고 하는 엄마가 없듯이 책도 아가에게 맞고 아가가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해서 보여줘야합니다. 아기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혹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하지 마세요. 어떠한 이유로든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아가는 책을 좋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겁니다!!
아기는 끊임없이 알고싶어해요. 채워주세요.
엄마가 좋아하는것으로 말고요, 아기가 좋아하는 것으로요.
아가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엄마한테 구체적으로 요구할수 없어요. 그래서 엄마는 다양한 책들을 보여줘야합니다. 다양한 책을 접한 아가는 이제부터 좋아하는 것들이 생길거예요. 엄마의 취향대로 엄마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면 아가는 선택이란 걸 할수 없게되요. 명심하세요, 엄마의 시각과 아가의 시각은 완전 다른 세계라는걸..
하나만 더요, 아가에게 맞는 책을 주세요. 이제 막 이유식을 시작하는 아가에게 김치를 줄수 없듯이 책또한 아가에게 꼭 맞는 것이 있어요. 아가의 수준을 억지로 높이지 마세요. 잠시밖에 못볼거라는 엄마 계산으로 조금 어려운 책을 사고있지는 않나요? 잠시밖에 못볼 것같으면 차라리 중고를 사세요. 아가는 새책을 좋아하는게 아니니까요.
왜 하필 책이냐구요?
전에도 썼지만 어떤 엄마들은 아기는 노는게 공부라고 하시면서 장난감(사실 이 말도 놀잇감이라고 해야 맞는것 같습니다. 아기들은 '장난'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거거든요)만 많이 사줍니다. 하지만 놀잇감은 엄마와 아기가 즐겁게 놀 수 있는 도구에 지나지 않아요. 물론 놀잇감을 통해 어느정도는 탐구도 하고 창작도 하게 될거예요. 하지만 놀잇감과는 소통할수 없어요. 아가는 더 넓은 세계로 가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니까요.
책에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속에는 세계가 있어요. 그리고 그 세계속에서 아가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칠수 있습니다.
놀잇감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예요. 아기가 좋아하고 신나하는 놀잇감이 있어야죠. 하지만 놀잇감을 너무많이 사주지 마세요. 놀잇감보다 훨씬 매력있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계가 존재하니까요! 엄마는 그 세계로 아가를 이끌어줄 안내자랍니다.
우리집 이야기를 조금만 하고 갈게요.
책에 대한 부부의 갈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예요.
신랑과 결혼했을때 크고작은 트러블 중에서도 책에 대한 생각이 달라 항상 큰 싸움으로 번졌던 경험 몇번이 있어 적어봅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신혼이 달콤하기만 한건 아니지요.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한 공간에 살려니 부딫치는 일이 한두가지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달콤했으면 좋았을 신혼에 별것도 아닌걸로 싸워서 결국 전쟁(?)으로 얼룩진 신혼이라고 할만큼 서로 신경전 속에 산 것 같아요. 우리 부부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화제가 '책'으로 가면 꼭 심하게 싸우고 등진채 잠이 들었었죠. 나보다 7살 어린 신랑은 당시 소위 신세대라 불리는 'N세대 대학생'이었죠. 인터넷 세대라고도 할만큼 컴퓨터에 의존해 생활해온 사람이었구요. 반면 저는 '구세대'적인 습성을 많이 가진 사람이었어요. 인터넷은 네이버창에 검색어 넣고 누르는 수준의...사실 것보다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게 훨씬 재밌고 당연했던 세대..
여튼 논쟁의 핵심은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가'였어요. 논쟁이 언쟁으로 변해갈무렵쯤되면 서로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수 없어!'라고 말하게되곤 했죠. 신랑 주장은 이제 책은 구세대 산물이나 다름없다는거였어요. 인터넷엔 책보다 더 많은 정보가 있고 활자화된 책이 아니어도 읽을거리는 충분히 많다는 것이었죠. 굳이 책을 고집하지 말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구요. 자기 생각대로 컴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 밖에 없었고 일단 컴 앞에 앉으면 대화는 완전 단절!되었죠.
딱히 100% 틀린말도 아니었지만 왜 나는 컴은 안되고 책이어야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내 생각이 맞는것 같다는...^^
신랑은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도 전혀 읽지 않아요. 필요한 전공서적을 제외하고는 별 관심도 없고 가치도 두지 않는 것 같았어요. 취미도 딱히 없고 감정도 메마른 사람이라고나 할까...이랬던 신랑이 아기가 나오고 그 아기가 조금씩 자라 옹알이를 하게되고 엄마라는 사람이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고 하자 신기한 구경난 사람처럼 굴더군요^^. 애가 뭘 알겠어..하는 시선으로요. 그런데 이 아기가 돌이 되기 전에 말을 하고 책을 뽑아오고 나비를 흉내내고 하자 그 신기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경이로움으로 변해가더군요.
아기가 15개월쯤 되자 원하는 책을 표현해서 읽게하고 책에서 보았던 사물들을 말로하고 책을 보며 까르르웃고 하자 아빠된 사람으로서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아기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함께 읽고 책속의 사물을 가르쳐주고 함께 흉내내고 하면서 이제는 아가에게 어떤 책을 사줄까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걸 들었어요. '아가야, 아빠는 몰랐지만 책속에는 크나큰 세상이 있단다. 아주 재밌고 아주 신나고 아주 신기한 세상이야. 아빠는 그걸 이제 알았지만 호진이는 벌써 알게 된것 같아서 기분이 좋단다.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줄까? 호진이가 가서 골라갖고 와. 아빠와 함께 재미난 세상으로 들어가자!"
정말 놀랍고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집안 이야기가 왜 이렇게 길었냐하면요, 아빠에게도 이 글을 보여주고 책읽기를 함께 하세요. 우리 신랑처럼 무지했던(또한 막무가내였던) 사람도 이정도 하는데 다른 아빠들은 더더욱 잘할수 있다구요!!! 그리고 이건 책이 가진 힘이예요!
책의 힘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더 소개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며칠 전 두돌을 꽉 채운 호진이는 책을 참 좋아합니다. 글밥이 제법 있는 책들도 가만히 앉아서 들을 정도로요. 하루는 제가 '선녀와 나무꾼(헤밍웨이 전래동화 전집)'을 읽어주는 걸 보고는 어떤 엄마가 '아기가 그걸 어떻게 이해해요? 그림책을 보여줘야죠'하더군요. 하지만 그 엄마의 말이 무안하게도 호진이는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를 잘라!' '사슴이 지게 뒤로 숨었어!'같은 말을 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도끼와 지게같은 사물은 '이게 뭐야?!'라고 묻는 호진이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민속촌을 다녀온 후 확실하게 알게된 것들이죠.
호진이는 불가사리가 조개를 잡아먹는 걸 알아요. 불가사리, 조개, 소라 따위의 바다생물을 파는 곳이 있어서 그걸 사다 주었더니 조개 위에 불가사리를 얹어놓고는 '불가사리가 조개를 잡아먹고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오징어는 먹을 수 있어. 해마는 못먹어, 먹을 수 있는 조개도 있어요'같은 말도 어렵지 않게 하는 호진이, 그 말들을 다 어디서 배웠을까요?
책 읽어주기를 게을리 하지 마세요. 단순히 말을 잘하게 된걸 말하려는게 아니예요. 호진이는 책 속에서 바다생물들을 만나고 선녀와나무꾼을 만나고 노래를 배우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며 이해하고 있어요. 놀라운 것은 책속에서 보고 엄마에게 이야기 듣고 한 것을 끝없이 응용하고 상상하여 새로운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어느날은 호진이가 막 뛰어가다가 자신의 발이 땅에 닿는 모습을 그림자로 보고는 저에게 달려와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엄마, 호진이 발이 물레방아 같아요!' 아가의 상상과 표현은 이런거랍니다! 말이 더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표현은 하지 않을지라도 아가는 머리속에 새로운 세계를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는거예요. 이걸 모르고 엄마가 책읽기를 그만둔다면 아가가 애써 쌓은 지식의 성을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는 거랍니다.
하나만 더요, 호진이는 거의 대부분의 말을 완전한 문장으로 구사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특히 노력한 부분이기도 해요. 아가에게 이야기할때 되도록이면 완전한 문장으로 이야기해주세요. 더불어 다양한 수식어를 넣어서 풍부한 표현을 가르쳐주세요. 호진이가 물레방아를 보며 '이게 뭐야?'라고 물었을때 저는 이렇게 대답해주었어요. '물레방아는 물이 위에서 떨어져서 이렇게 동그란 바퀴 모양으로 된 것이 빙글빙글 도는거야. 이렇게 빙글빙글 돌면서 여기(방아)가 쿵쿵 소리를 내. 이건 방아라고 하는건데 쿵쿵 하고 내려가서 밑에 있는 쌀을 세게 두드리는거야.' 물론 설명을 해주어도 여러번 물었어요. 그때마다 문장을 조금 달리하면서 호진이가 알고 있는 말들로 다시 설명해주었지요. 며칠 뒤에 호진이가 놀이터에 갔다가 시소가 내려오며 타이어를 쿵쿵 찧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방아같아요!'라고 말한 걸 보면 아마도 이해한것 같네요^^
세상에 가장 힘들고도 가장 보람있는 '엄마'로서 살아가는 엄마님들, 아가에게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주세요. 억지로 읽히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하는 엄마가 되세요. 물론 아주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로 일상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책도 별 효용이 없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답니다.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강아지풀을 뽑아 보여주며 알려주세요, 아가야, 이게 강아지 풀이란다, 이름이 왜 그런지는 몰라도 살에 이렇게 살살 갖다대면 정말 간지러워...그리고 나서 책을 보다가 강아지풀이 나오면 아가는 다정하고 부드럽게 설명해주던 엄마의 목소리를 반드시 떠올리게 될거예요!
이제 본론으로 갈게요. 엄마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되고자 24개월 아기 호진이의 일상중에 부분을 공개합니다^^
1.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에게 뽀뽀해요,
그리고 물고기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밥을 줍니다.
아가에게 예쁜 습관을 가르쳐주세요.
호진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뽀뽀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눈감고 있는걸 싫어하게 된 울 아가에게 '엄마도 졸리고 피곤하면 코~ 자야해. 하지만 호진이가 뽀뽀를 해주면 언제라도 눈을 뜰께'라고 이야기해줬더니 아침에 호진이 먼저 일어난 날은 자고있는 엄마에게 와서 뽀뽀를 해요. 그럼 귀찮고 피곤해도 눈을 번쩍 뜨게 되죠. 엄마가 먼저 일어난 날도 호진이가 일어나려고 하면 눈감고 자는척을 하죠. 그래야 뽀뽀한번 더 하니까요^^
호진이가 일어나면 꼭 안아주고나서 손잡고 어항 앞으로 옵니다. 밤새 물고기들이 잘 잤는지 확인해야죠. 호진이는 어항앞에서 안녕~!하고 말하고는 엄마와 함께 물고기에게 밥을 줍니다. 항상 엄마가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하고 물고기들에게 이야기하는걸 매일 듣죠. 그래서 요샌 무럭무럭 자라라 라는 말을 물고기들에게 저보다 먼저 해줍니다.
2. 물고기에게 밥을 주고나서 소라게에게 물을 뿌려줍니다. 소라게가 소라속에 숨어있는것 같으니 뭐해~!하고 묻는걸 잊지 않는 호진이죠. 호진이는 소라게를 마구 만지거나 던지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요. 소라게를 처음 키우기 시작할때부터 소라게는 눈으로만 보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해주었거든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생물들고 마구 만지거나 던지거나 때리면 아프고 싫어한다는 걸 가르쳐주었어요. 그래서 호진이는 소라껍질을 살살 만지면서 '잘잤니?'하고 인사를 합니다. 저는 이런 사소한 것들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예요. 호진이는 아직 누굴 때려본 적이 없지만 엄마를 처음으로 때렸을때 단호하게 이야기해줬어요. 호진이가 때린 것 처럼 똑같이 호진이를 때리고 물어보았죠. '이렇게하면 호진이는 좋아?' 아니라고 하더군요. 호진이가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다 싫어하는 거니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었더니 다행히 잘 이해하고 아직까진 이해한 대로 행동합니다. 사람뿐이겠어요, 다른 생명체들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해주세요.
3. 물고기, 소라게, 화초들에게 인사를 하고나면 활기찬 음악을 들려줍니다. 저는 주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줘요. 경쾌하면서 요란하지 않아서 아침에 듣는 음악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호진이는 음악을 들으면서 아침 놀이를 시작합니다. 아침엔 주로 블럭을 가지고 놀아요. 처음엔 쌓는데 열중하더니 요새는 무슨 모양을 만드느라고 집중하지요.
4. 일어난지 30-40분 정도 되면 아침밥을 먹습니다. 일어나자마자는 밥을 못먹더라구요. (호진이는 아직 젖을 먹기때문에 일어나자마자는 보통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모르지만..^^) 젖을 먹어요.) 밥을 먹을땐 좀 흘리고 떨어뜨려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호진이에게 줍니다. 호진이는 젓가락에 관심을 가졌던 15개월 정도부터 젓가락을 쥐어줬었는데 나름대로 기술을 익혀 18개월쯤엔 젓가락으로 쉽게 집을수 있는 음식들은 서너차례 집어서 먹곤 했었어요. 지금도 좀 서툴긴 해도 숟가락, 젓가락을 이용해서 밥을 떠 먹습니다. 힘든 일인지 그러다가는 손가락으로...^^ 국물있는 음식도 숟가락으로 떠먹게 해요. 좀 흘리면 어때요. 아가도 성취감을 느낀답니다.
5. 아침을 먹고나서 오전 일정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산책'이예요. 운동화(일부러 끈 매는 운동화를 신깁니다. 혼자서는 못신지만 신을 신는 동안에도 참을성 있게 기다릴 줄 아는 녀석으로 키우고 싶었거든요.)를 신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늘 같은 곳으로 산책을 합니다. 되도록이면 걷게하고 안아주거나 유모차에 태우지 않아요. 부지런히, 때로는 천천히 걸으면서 눈에 띄는 사물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해줍니다.
그래서 호진이는 강아지풀이며 호박꽃, 나팔꽃, 봉숭아, 채송화 같은 꽃들부터 잠자리, 개미, 땅강아지, 메뚜기, 나비, 파리, 날파리 같은 곤충, 소나무, 은행나무, 아카시아, 플라타나스 같은 가로수들까지 모르는 이름이 없답니다. 잠자리를 잡아서 손가락 사이에 잡았다가 놓아주는 재미도 알고요, 호박꽃 밑에 호박이 둥그렇게 생기는 것도 압니다.
자연의 힘이 아가의 정서에 아름다운 영향을 끼친다는 저의 믿음은 조금도 틀리지 않고 호진이의 일상적인 말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한답니다. 여러가지 말들을 조합할 줄 아는 호진이가 산책하면서 하는 여러가지 말들은 이런 것들이거든요. '엄마, 밤송이에 밤이 모여있어요. 삐죽삐죽한데도 저 안에 있네! 안따가워요?', '엄마, 하늘 좀 봐, 구름이 있어요. 아름다워요!' '잠자리가 저기 앉았어요!, 날아가버렸네! 또 앉았네!'
(호진이와 잠시라도 같이 있어본 어른들은 아기가 못하는 말이 없다고 놀라워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해요. 호진이는 날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다채로움을 배우고 말로 표현하고 싶어하거든요! 호진이가 시골 아기냐구요? 아니예요. 우리가 사는 곳은 평택이예요. 최근까지는 서울과 안양에서 살았어요. 동네 뒷산이나 산책로로 아기와 산책하세요. 뒷산이 없는 곳은 서울이라도 드물잖아요.)
6. 다소 긴 산책(보통 두시간 정도 걸려요)을 하고 나서는 집에 와서 '건강한 간식'을 먹어요. 보통은 고구마나 감자, 야채 부침, 유기농 주스 같은 걸 먹지만 가끔은 과자도 줍니다. 주로 일본 과자를 주게 되는데...속상하지만 가장 안전한 재료라고 알려졌으니까요. 호진이가 즐겨먹는 과자들은 아래 첨부할게요.
7. 간식을 먹고나서는 닥치는 대로 놉니다. 블럭, 퍼즐, 클레이(도우 놀이), 책읽기, 그림그리기 등등...전에 소개한 한솔 신기한 그림책들 중에 몇권은 달달 외워요. 책들도 아래에서 다시 소개할게요.
최근엔 스탬프를 종류대로 사주었더니 스케치북에 찍어대며 놉니다.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인주를 묻혀서 찍어보기도 하구요. 색칠공부책도 사주었더니 엉망진창으로 칠해놓고는 박수를 칩니다.
놀이에 집중할 땐 일부러 놀아주지 않아요. 엄마를 찾으면 대기했다가 당장 달려가죠. 아가는 혼자 놀면서 어른이 상상할 수 없는 창의력을 발휘한답니다. 엄마가 놀아주려는 강박관념에 엄마의 방식으로 아가의 창의력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겠죠.
8. 낮잠 잘 시간이네요.
요샌 안자려고 하지만 보통은 1시 이전에 잠이 듭니다.
9. 낮잠을 자고 일어날 때 최대한 신경을 쓰는 것은 '기분좋게 오후를 시작하기'예요. 어떤 날은 울면서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호진이가 일어나면 가장먼저 엄마 얼굴을 볼 수 있게 일어날 때쯤엔 하던 일을 멈추고 아가 곁에 가있어요.
호진이가 일어나면서 보통은 '다 잤어요' 하지만 어떤 날은 꿈을 꾸었는지 엉뚱한 소릴 하면서 일어나기도 하지요. 호진이가 일어나서 최대한 기분 좋게 오후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분을 살피며 반응해줍니다. 저는 낮잠 자고 일어난 아기를 한참 안아주는 것으로 오후를 시작해요. 안아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또 들려주지요. 잘 잤는지, 무슨꿈을 꾸었는지, 일어났으니 뭐하고 놀건지...보통은 살살 꼬셔서 놀이터로 데려가요. 요새처럼 날씨가 좋으면 놀이터가 아기들한테도 최고니까요. 이제 겨울이 되면 생략될 일상이어서 아쉽기도 하고...
모래놀잇감을 챙겨서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로 갑니다. 호진이는 미끄럼틀이나 그네는 거의 타지 않고 모래놀이만 하는 편이예요. 시소엔 관심이 좀 있는데 쿵쿵 소리를 내며 방아찧는 모습이랑 비슷해서 그런 것이더군요. 이녀석은 물레방아를 너무나 인상깊게 봤는지 물레나 방아같이 생긴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거든요. 하루는 시소가 쿵쿵 타이어를 찧는 모습을 보더니 '엄마, 시소가 방아같아요. 쿵쿵쿵!!'이란 말을 해서 모두를 놀래켰죠. 아가는 보고 경험한 것을 머릿속에 저장해놓습니다. 물론 응용도 하지요! 아가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세요. 당장 반응이 없다고 모르는 게 아니예요.
놀이터에선 억지로 집에 가게 하지 않습니다. 이제 갈까? 하고 물어서 간다고 하면 집에 데려 와요. 특별히 서두르거나 약속이나 할 일이 있는 날은 제외하지만 보통은 실컷 노는 게 아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랍니다. 아가도 어느 정도 되면 집에 가야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아요.
10. 집에 오면 물을 좀 마시게 하고 깨끗이 씻지요. 호진이는 밖에 나갔다오면 손을 씻어야 한다는 걸 알아요. 혼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목욕탕으로 가서 세면대앞에서 엄마가 물틀어주길 기다려요. 스텝스툴을 어렸을때 부터 이용하게 했는데 잘한것 같아요. 스텝스툴을 밟고 올라서서 엄마가 물을 틀어주면 혼자서 손을 씻어요. 물론 서투니까 엄마가 마무리를 해줘야하지만 손에 물을 묻히고 비누를 묻히고 헹구는 순서를 알지요.
가르쳐주세요. 아가도 혼자 하고싶어해요. 보통은 그렇게 끝나지 않고 물장난을 오래 합니다. 물장난 역시 모래놀이처럼 아가의 정서에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비누를 조그맣게 잘라주면 비누가 녹을때까지 장난하고 놀아요. 무척 신나하고 집중하는 놀이랍니다. 호진이가 물장난을 실컷 하는 동안 엄마는 편하게 저녁 준비를 합니다.
11. 보통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저녁을 먹습니다. 다 먹고 설겆이 하는 동안에 호진이는 혼자서 놀아요. 엄마가 설거지 하는 동안은 혼자서 노는 거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준 결과입니다.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시간도 좀 걸렸고 그 사이에 아기도 좀 컸죠. 가끔은 설겆이를 도와주겠다고 고집부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해보라고 깨끗한 행주와 씻어놓은 그릇을 주지요. 제법 근사하게 설겆이하는 흉내를 냅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나중에 형아되면 엄마대신 설겆이해달라고 하고 약속까지 하지요.(세뇌를 해놓으면 나중에 편할까 싶어서...^^)
12. 저녁을 먹고나서는 보통은 잠잘때까지 밖에 나가지 않아요. 많은 엄마들이 밖에 업고 나가야 잠을 잔다고 하소연하는 이야길 들었어요. 저도 호진이가 그럴까봐서 아주 어릴때부터 업고 나가는 건 안했어요.
호진이도 저녁 먹고 나서는 나가자고 하지 않아요. 놀다보면 아빠가 퇴근해서 옵니다. 아빠가 일찍 퇴근하는 날은 저녁을 같이 먹지만 아빠가 늦게 온다고해서 기다렸다가 먹지는 않아요. 대신 아빠가 와서 식사를 할땐 호진이도 같이 식탁에 앉아서 과일을 먹으며 함께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을 갖죠. 아빠가 식사를 끝내면 잠자기 전까지는 아빠와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요. 이때 저는 내일 아침에 먹을 반찬이랑 밥이랑 편하게 준비해요.
아빠 퇴근하고 오면 아가랑 잘 놀아주나요? 제가 보아온 바로는 그런 아빠는 드물죠. 아빠도 일하느라 힘들었으니까 ..하고 엄마는 위안을 삼죠. 그러지 마세요. 저도 결혼 전에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 사람이지마는 아가보는 일이 일하는것보다 오백배는 힘듭디다. 아빠가 열심히 일하고 온다고 해서 아빠노릇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법칙은 없어요. 그건 아가에게도 불행한 일이예요. 아빠가 집에 와서 쉬길 원한다면 그시간에 하루종일 아가에게 시달린(?) 엄마도 쉬어야해요. 아빠를 설득하세요.
우리부부도 여느 부부와 같이 아빠가 퇴근하면 '식사하고 소파에 비스듬이 누워서 쉬려고 하고 엄마는 그게 몹시 불만인 '전형적인' 보통의 부모 모습이었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1년도 넘는 시간동안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설득했답니다. 그 중에 가장 설득력 있었던 것은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기가 IQ도 높고 사회성도 잘 발달된다'는 근거있는 연구 결과와 '역할을 바꿔보자'는 저의 주장이었어요. 저는 남편에게 '내가 나가서 돈을 벌테니 당신이 집에서 아기를 봐라, 나는 퇴근 후에 아기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당신을 쉬게 해주겠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집에서 아기보고 집안일하고 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아빠에게 강조했죠. 적어도 저에겐 사실이었구요.
이런 설득과 더불어 아기가 점점 영리해져 가는 것이 보이자 아빠가 변하더군요. 특히 저는 아기가 아빠하고만 즐길 수 있는 놀이를 몇가지 정해서 둘이 함께 하게 했어요. 대표적인 것이 목욕놀이와 도미노 놀이예요. 보통 이틀에 한번 하는 간단한 목욕말고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실컷 즐기는 목욕놀이는 아빠하고만 하게해요.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호진이는 목욕하는 날이 되면 아빠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도미노 놀이는 물론 엄마가 같이 해줄수도 있지만 저는 할줄 모른다고 잡아떼고 아빠하고만 하게 해요. 아기가 도미노 세트를 현관앞에 갖다놓고 아빠를 기다릴 정도로 좋아하는 놀이예요. 아빠도 자기가 퇴근하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아들넘이 있는데 안놀아줄수가 없죠. 그리고 둘이 소통할 정도가 되면 아빠에게도 무한한 재미가 된답니다. 오늘부터 아빠하고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놀이를 몇개 개발하세요. 엄마가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아빠가 줄 수 있다면 아기나 아빠에게 정말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거예요.
아빠가 어떻게 놀아주든 특별히 위험한 것이 아니면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아빠하고만 할 수 있는 놀이 말고도 아빠는 같은 놀잇감으로도 엄마와 다르게 놀아준다는 것을 아가는 경험하게 될거예요. 그것이 아가에게 얼마나 놀라운 자극이 되는지 아빠에게 이야기해주세요. 아가에게 새로운경험이란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새로운 무기를 갖추게 되는 일이라는 거, 정말 중요한 일을 아빠가 할 수 있다는 거, 아빠를 변하게 할 수 있는 힘이랍니다.
13. 이제 잘 시간이지요. 배변 훈련하는 아기한테는 되도록이면 물을 먹이지 말고 재우라고 하는데요, 저는 아직 배변훈련을 안하기도 하거니와 목이말라서 깨는 아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재우기 전에 물을 조금 먹여요.
그리고 나서 전번 글에도 올렸듯이 자기 전에 차례로 하는 의식을 치룬답니다. 먼저, 오늘 있었던 일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순차적으로 이야기해줘요. 그러면서 잘 한 것은 꼭 칭찬을 해줍니다. 잘 한 것이 굳이 없어도 만들어서 칭찬해주고 내일도 재미있게 놀자 하는 다짐으로 맺죠.
그리고 나서는 기도를 해줘요. 기도 내용은 오늘도 재미있고 건강하게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과 잘 자게 해달라는 것, 식구들 모두 지켜달라는 것이죠. 덕분에 호진이는 24개월 아가 치고는 기도도 아주 근사하게 한답니다. 사실 혼자 하는 기도는 22개월 정도 되었을때 처음했어요. 그때 가족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죠. 호진이가 내가 기도할래 하더니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도 지켜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하더군요.
요새는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우리 식구들 많이많이 지켜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해요. 제가 하는 기도를 잘 들어놨다가 저 나름으로 다듬어서 하는 것 같아요. 놀라운 일이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이런 기도를 아기에게 해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인것 같아요. 각자가 믿는 신에게, 혹은 신이 아니어도 간절한 마음으로 아기가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기원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주는 마음, 아가에겐 종교의 의미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해주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요.
기도를 한 다음에는 호진이가 노래를 원하면 노래를, 이야기를 원하면 이야기를 해줍니다. 호진이는 제법 긴 이야기도 좋아해서 호랑이와 곶감같은 전래동화를 이야기로 들려줘요. 사실 이 과정이 끝나면 먼저 잠이 드는 건 엄마지만서도 아가에겐 잠을 자기위한 훌륭한 의식인 셈이죠.
요즘 호진이는 밤중 수유와 젖물고 자는 습관을 고쳤답니다.
물론 낮엔 먹고싶은 대로 맘껏 먹지요. 먹는 것도 다양해지고 특히 단걸 먹기 시작하면서 양치를 꼭 시키는데도 젖을 물고 자거나 밤중 수유를 하다보니 입안에 젖이 남아서 이가 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들었어요. 막연이 걱정만 하다가 드디어 두돌 채우고서 치과에 갔습니다.
치과 선생님이 이제 젖을 물고 자거나 이를 닦지 않으면 이가 썪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날로 호진이에게 설명을 진지하게 해주었어요. '호진아, 아까 의사선생님 말씀 들었지? 이제 젖먹으면서 자면 이가 썩어서 주사를 많이 맞아야한대. 이가 다 썪으면 맛있는 것도 못먹어. 호진이가 좋아하는 사탕이랑 과자도 못먹게 되고 아픈 주사도 맞아야한대. 그러니까 이제 코 자기 전에는 젖먹고 나서 양치하고 자자. 알았지?' 다행히도 호진이는 잘 이해해주었어요. 그래서 너무나 쉽게 젖물고 자는 습관과 밤중 수유를 고쳤어요. 물론 자다 깨서 젖을 찾긴 했지만 잠결에도 내 설명을 듣고는 그냥 잠이 들더라구요.
혹여나 두돌이 넘도록 젖물고 재우시는 엄마 계시면 치과에 꼭 가보고 아가에게 잘 설명해서 젖먹인 후 양치하고 재우세요. 놀랍게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거예요.
아가의 하루 일과다보니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이지요. 참, 낮잠과 밤잠을 재우기 전에는 꼭 양치를 하고 재웁니다. 잊지마세요, 엄마의 무지나 게으름이 치과에서 받는 고통을 너무 일찍 느끼게 할수도 있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