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노희경 에세이 -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