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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4년 공백 깨고 6집 낸 신해철

문백기 |2009.01.23 02:06
조회 119 |추천 0

[zoom in] 4년 공백 깨고 6집 낸 신해철

“서태지밴드, 한판 붙자!” ‘마왕’이 돌아왔다. 가수 신해철(40)씨가 4년간의 공백을 깨고 ‘넥스트(NEXT)’ 6집 앨범을 낸 것이다. 지난 12월 2일 만난 신씨는 그 동안 SBS FM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DJ와 연예기획사 ‘싸이렌’ 대표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소속사인 휴먼엔터테인먼트의 뮤지션으로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씨가 리더를 맡고 있는 5인조 그룹 ‘넥스트’는 이날 서울 홍대앞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에서 세 장으로 나눠진 넥스트 6집 ‘666’ 가운데 첫 번째 파트를 공개했다. 이번 6집 앨범은 세 개의 파트로 나뉘는데 12월 9일 파트 1, 2009년 5월 파트 2, 2009년 말 파트 3이 발매돼 완성될 예정이다. 앨범 제목 ‘666’은 6집 앨범이 3번에 걸쳐 발매된다는 앨범 구성을 뜻하는 한편, 성경의 묵시록에 나오는 예언의 숫자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씨는 이 숫자가 기독교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번 앨범의 컨셉트는 ‘사이버 펑크’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성경의 묵시록에 나오는 숫자 ‘666’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과 섬뜩한 느낌이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와 분위기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제목을 붙였습니다.”

사이버 펑크는 기술의 발달과 병폐를 소재로 한다. 현대 과학소설이나 ‘토탈리콜’ ‘매트릭스’ 등의 SF영화에서 등장했다. “미래의 일을 다루지만 그것이 선인지 악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실 그대로 묘사하는 것일 뿐입니다. 666은 미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2008년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는 앨범입니다.”

신씨는 이번 앨범에 헤비록, 아트록, 랩, 클래식, 프로그래스 등 여러 장르가 혼재됐다고 했다. “클럽에서 들으며 몽롱하게 취하는 음악들과는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음악입니다. 요즘 시류와 정반대라고 볼 수 있죠. 퓨전요리를 만들 때 요리사가 그것을 센스 있게 잘 버무려놓으면 진수성찬이 되지만, 잘못 섞으면 쓰레기가 되잖아요. 무의미한 소음의 반복인 요즘 음반과 달리 이번 넥스트의 앨범을 들으면 17년간 주방장의 손맛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 그는 이번 음반에 테크놀러지를 자제하면서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담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요즘은 기계가 음악을 하고, 사람은 그 음악을 들고 장사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를 이해하고 동감해 주는 소수의 팬이 사라졌다고 생각되면, 벨소리 다운로드용 음악을 만드느니 음악을 그만둔다는 각오로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신씨는 요즘은 벨소리 다운로드에서 수입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단순한 멜로디에 편성악기가 3개를 넘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 전화 수발 드는데 내 음악을 쓰고 싶지 않아요. 우리 음악은 풍부한 사운드가 홍수처럼 담겼습니다. 제발 우리 음악은 전화기로 듣는 것을 삼가 주세요.”

이는 벨소리 다운로드에 어울리는 음악을 양산해내는 제작자들에 대한 비난과 함께 넥스트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다. “지난 4년간 넥스트가 뭉치지 못했던 이유가 음반 제작비 마련 때문이었습니다. 그 기간이 개인적으로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곡 하나하나 만드는 것이 두려웠죠.”

이런 신씨의 고민을 날려 준 것은 바로 그의 밴드 멤버들이었다. 연주와 작곡은 기타리스트인 김세황, 오케스트레이션은 키보드의 지현수, 전체적 팀 운영과 행정파트는 베이스의 제이드가 담당했다고 밝혔다. “멤버들이 돌아가며 한 군데씩 막힌 곳을 뚫어줄 때마다 엄청난 희열과 강한 팀워크를 느꼈습니다. 앨범 전체의 컨셉트나 내용은 제가 주도했지만, ‘이 앨범은 정말 내 음악이 아닌 우리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죠.”

▲ 넥스트 6집 그는 ‘넥스트’에 관한 자신감을 서태지밴드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으로 드러냈다. “이 정도 악단을 지휘하면서 남들이 깜짝 놀랄 음악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강물에 빠져 죽어야죠. 이번 앨범으로 데뷔 이래 최초로 서태지씨와 같은 시기에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이 정도 멤버라면 서태지밴드와도 한판 붙어 볼 만합니다.”

신씨는 가요계 현실과 음악 생산자들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음악 소비자들에게도 비판의 화살을 쏘았다. “불법 다운로드 문제는 음반제작자들의 수익 저하 문제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점점 천박해지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불법으로 음악을 다운 받아 들어놓고서 ‘너희가 음반을 잘 못 만들어서 안 산다’고 하는 것은 강도가 집에 들어와서 물건을 다 가져가면서 집주인에게 ‘똑바로 살아라’라고 훈계하는 것과 같은 거죠.”

그는 이번 음반에서 수천만원대의 녹음용 마이크가 아닌 공연용 SM57 마이크를 잡았다. 진짜로 공연을 하는 것처럼 통통 뛰는 등 액션을 취하며 녹음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음이 튀거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이번 ‘666’앨범의 첫 곡인 ‘영원의 겨울 조곡(Eternal Winter Suite)’은 영화 성우를 흉내낸 신씨의 영어 내레이션이 특징이다. 사상 최악의 용 ‘일레갈리우스 다운로두스(불법 다운로드)’를 정복하고 음악의 나라를 구출하러 떠나는 다섯 기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증오의 계곡(The Empire of Hatred)’은 공포영화와 공상과학을 합친 듯한 분위기의 대곡으로 양극화로 인한 소외계층의 문제를 다룬 노래다. ‘개판 5분 전 만취 공중 해적단(Totally screwed up Drunken Aero-pirates)’에서는 전 곡의 심각한 분위기를 급반전시킨다.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의 곡이다. 이어 인간성 소외 문제를 지적한 ‘댄스 유나이티드(Dance United)’는 키보드의 지현수와 함께 멋진 랩을 선보인다. 지현수는 배우 지현우의 형이다. “마지막 곡은 ‘사이버 부다 컴퍼니(Cyber Budha Company LTD)’. 대답 없는 신에게 절망한 인간들이 자신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신을 디자인해서 뇌에 부착해 모든 기적을 경험하고 결국 자신이 만든 신을 믿게 된다는 곡입니다. 이 곡을 영어로 작사했고 동명의 소설과 만화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 그룹 ‘넥스트(NEXT)’ |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무한궤도’의 리드보컬로 가요계에 데뷔한 신해철씨가 1992년 5월 결성한 그룹이다. 올해로 데뷔 17년째를 맞는 넥스트는 현재 6집 앨범까지 발매했다. 신해철(보컬), 지현수(키보드), 김세황(기타), 제이드(베이스), 김단(드럼) 5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1997년 12월 31일부로 그룹 해체를 발표했다가 6년 뒤인 2003년 재결성됐다. 히트곡으로는 ‘해에게서 소년에게’ ‘그대에게’ ‘날아라 병아리’ 등이 있다.


/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김샛별 인턴기자·세종대 신문방송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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