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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사람에게이런대접은하지않겠지

정동아 |2009.02.02 16:13
조회 110 |추천 0


 

 

골목 앞 주차된 자동차 안에는 한 여자가 앉아있습니다.

창 밖과 시계를 번갈아 보며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30분쯤 지났을까 ?

한 남자가 골목 끝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햇살에 얼굴을 찡그린 모습.

남자는 열린 차창으로 손을 흔드는 여자를 힐끔 보고,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1미터쯤 떨어진 곳에서피우던 담배를 끄고,

다시 천천히 걸어서 차에 오르죠.

문을 열고, 털썩. 차문을 닫는 소리 쿵-

 

차 안에서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여자는

갑자기 웃는 것 같기도 하고, 비웃는 것 같기도 한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인사 대신 불쑥 그렇게 말 합니다.

 

"내가 지쳤나봐... "

 

그 말에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그래, 그럼 금방 밥만 먹던가"

그리곤 안전벨트를 철컥-

 

하지만 여자는 차를 출발시킬 기미가 없습니다.

남자는 뭐해? 하는 눈빛으로 그녀의 옆얼굴을 쳐다보지만,

여자는 옆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앞만 보면서 말하죠.

 

"정말 그만 해야겠다.."

 

"오늘 왜 이러는데? 대체 뭘 그만 둔다는 건데?"

남자는 짜증 섞인 말을 간신히 참은듯한 표정으로 여자를 봅니다.

그런데 늘 보던 얼굴과는 많이 다른 그녀.

 

"어제 일 때문에 화난거야?

아니, 그러니까 내가 전화 한 댔잖아.

혼자 나와서 무작정 기다리면 어떡해?

그리고 그 정도로 전화가 안되면 당연히..

당연히 다음에 보는거지."

 

여자는 남자의 말을 그만 듣겠다는 듯,

시동을 걸어 말을 자릅니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전화 안 받아도 돼.

나하고 한 약속 어차피 지킨 적도 없지만...

이제 정말 안 지켜도 되구,  됐지?"

 

여자는 여기까지 한 뒤,

그만 내려달라는 듯 남자를 빤히 봅니다.

 

헤어지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갑자기 당한 사실이 너무 황당한 듯

남자는 여자에게 그러죠.

 

"오늘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왔냐?"

 

여자가 대답합니다.

"아니, 너하고 밥 먹구, 영화보구 그럴려고 왔지.

어제 일 괜찮다구, 주말에 있었던 일두, 지난주에 일두, 다 괜찮다고.

바빠서 못 나왔고, 바빠서 전화도 못 받겠다는데, 어쩌겠냐..

그렇게 말해주려고..

 

그런데 니가 아까 걸어왔잖아.

내가 1시간 넘게 기다린 거 알면서도 담배피면서 천천히 왔잖아.

저기서부터 차 안에 내가 있는 거 보면서,

내 얼굴 뻔히 보면서, 뛰는 시늉도 안 하고, 웃는 척도 안하고,

내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내가 너한테 대체 뭐야?

 

일방적으로 약속이 취소되는 거, 기약도 없이 기다리는 거..

다 괜찮았어. 니가 나한테 미안해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을 때는.

 

하지만 넌 미안한 마음은 하나도 없고

내가 기다리는 게 당연한 사람이 됐다는 거 알았을 때,

아니, 내가 기다리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됐다는 거 알았을때 괜찮지가 않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대접을 할 사람은 없으니까..

사랑한다면 이럴 수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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