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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the 우울

서동신 |2009.02.13 11:50
조회 52 |추천 0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아침 9시 반임에도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배트맨이 살고 있는 고담시를 연상케한다.

 

느닷없는 번개가 우르릉 콰광! 하고 내리쳐도 아무런 하자 없을 날씨다.

 

게다가 오늘 눈을 뜨고 처음으로 듣는 노래가 'C'mon Through'니 말 다했다.

 

무엇보다도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다.

 

게다가 내일은 카카오99% 맛이 나는 발렌타인 데이다.

 

비록 25살이고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하더라도 '이런 날'에는 우울해줘야 한다.

 

왜냐면 이런 날씨에, 이런 조건이 뒷받침 되는 날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내 눈가에 c'mon through하여 창밖의 세상은 온통 흐릿해진 13일의 금요일 아침."

 

피렌체의 여느 조각상들처럼 비와 바람과 공기에 몸을 맡긴채 조금씩 부식되어지고 싶은 기분이랄까.

 

볼과 어깨에 닿는 빗방울의 촉감, 머릿결과 귓볼을 스치는 바람의 선율 같은 것들을 느끼며.

 

그것들이 나를 뚫고 지나간다면...

 

c'mon through, come dig right into my heart


 

나의 몸은 점점 얇아지고, 색은 엷어지고, 숨은 늘어지고, 눈은 젖어들고.

 

그렇게 조금씩 내 안의 것들이 떨어져나가고 결국 나는 투명에 가까워질거다.

 

그 끝에 내 육체가 빛을 반사해내는 색깔은 아마도 블루.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정열의 레드도, 봄날의 핑크도, 그 어떤 빛깔도 덫칠이 불가능한 상태로.

 

왜냐면 모든 것들은 나를 뚫고 지나갈테니까.

 

그렇게도 나는 투명 그 자체로 한 잔에 담아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 할 소주가 된다.

 

내 몸의 온기는 더 이상 36.5도가 아니므로.

 

내 몸은 초콜릿처럼 결코 달콤하지 않으므로.

 

소주가 되어도 투명한 내 가슴은 채워지지 않는다.

 

7잔 반이라는 양의 한계.

 

색에 이어 부피에서도 퇴짜를 맞은 나는 더, 더, 더 투명해진다. 비어져간다. 부식되어진다.

 

c'mon through, come dig right into my heart

 

쓰라리다.

 

심장이 뛸 때마다 그 부분이 시리고 아프고 찢어질 듯 하다.

 

하지만 나의 미친 심장은 멈출 생각을 않는다.

 

투명함과 심장박동의 '두근두근 레이싱'.

 

하지만 결과는 늘 뻔하다.

 

심장의 펌프질로 순식간에 채색되어지는 내 몸은 스폰지.

 

가슴부터 시작하여 발끝까지 퍼져나가는 카멜레온의 기적.

 

모세도 놀랄만한 빛나라 지식의 별 5개짜리 나의 투명함.

 

블루는 레드로, 어느새 핑크로 그렇게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느새 진동을 멈춘 스피커.

 

전깃줄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만이 비가 왔음을 짐작케하고

 

13일의 금요일은 다어어리에 빼곡히 적힌 일상 뒤로 모습을 감춘다.

 

 

 

회사로 가는 길.

 

달다.

 

초콜렛을 혼자 사먹어도 달긴 달구나.

 

나이가 들수록 우울과의 키스는 점점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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