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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애를 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17]

니르바나 |2003.02.23 03:26
조회 1,740 |추천 0

가끔은 '척'하라!



절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은 아니겠지만, 연애에 문외한이기 보다는 경험이 있는 이를 더 선호한다는 리서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물론, 바람끼가 농후해서 처치 곤란한 전문 작업 요원이면 곤란하겠지만. 어쨌거나 모르는 것보단 그래도 아는 게 좋다는 말로 해석해도 좋을 듯 하다.


이건 사담이지만 얼마 전, 뮤지컬 제작 회의에 참석하던 중에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에서 8년 정도 공부하다 오신 무대 미술 담당인 분이 계신데, 문득 이런 말을 하더라. "요즘은 누가 연애를 알고 합니까? 연애는 모르고 그냥 느끼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면 굳이 내가 이렇게 칼럼을 쓸 이유가 없어진다. 아마, 이 칼럼을 읽는 분들은 대다수가 연애를 경험한 경우일 것이다. 아주 드물게 무경험자가 있을 뿐. 그럼에도 칼럼을 읽는다. 이유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좀더 연애를 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연애를 잘 한다는 것은 이성을 잘 꼬시는 바람둥이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설마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내 쪽에서 칼럼의 구독을 정중히 사양하리라.


뭐, 좋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위에서 말한 리서치 결과에 나왔듯 교제를 하는 사람이 연애에 경험이 있다면 그만큼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는가.

연애에는 자신들만이 통하는 암호라든가 제스처, 일종의 신호가 있다.

이런 제스처들은 무의식중에 일상에서 많이 보여주게 되고 당사자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받아들인다.

굳이 시시콜콜하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하나의 행동이나 단어만으로 알아듣는 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리 정하지 않아도 서로 사귀다가 보면 자연적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나, 연애에 경험이 전무(全無)한 사람이나 언어적으로나 행동이 서툰 사람들은 이런 신호를 잘 캐치하지 못한다. 어떤 분들은 내게 따질지도 모르겠다. 연애를 하는데 그런 사소한 문제가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겠는가, 라고.


대답을 한다면 ‘당신의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이다.

연애는 가장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사적이라는 말은 일반적은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사소함’의 형태를 많이 포함할 수도 있다. 더불어 개인감정이라는 것은 아주 미묘해서 실상 큰 문제보다도 이런 사소함에서 오는 트러블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소위 말하는 ‘머피의 법칙’의 상징이었다. 박상민의 노래 중에 ‘무기여 잘 있거라’가 자신의 주제가란다. 하긴 그 친구의 연애 이력을 보면 거의 슬램덩크에 나오는 강백호와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이다.

항상 한달을 못 넘긴다. 심할 땐, 하루도 못 버티고 여자에게 차이고 만다.

이유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친구의 가장 큰 핸디캡은 ‘너무 솔직하다’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니, 그는 언제나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에게 ‘나는 연애를 처음 해봅니다. 이성 친구는 당신이 처음이에요’라고 말한다. 뭐, 제대로 연애를 해본 경우가 없으니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여자에겐 전혀 어필을 하지 못한다.

그 친구를 보면 뭔가 실수를 하거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입버릇처럼 ‘제가 연애는 처음이라, 많이 서툽니다.’라고 변명을 한다. 연애가 처음이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결코 자랑 거리가 못된다.


한 여자가 걸어갑니다.

한 여자가 투피스를 입고 걸어갑니다.

한 여자가 투피스를 입고 걸어갑니다. 그런데 표정이 어두워 보입니다.


위의 세 문장을 봅시다. 모두 어떤 여자가 걸어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아래로 갈수록 여자의 상황을 좀더 세부적으로 표한하죠? 연애도 그렇습니다. 연애에 서툰 사람은 하나의 상황을 그냥 보이는 그대로만 받아들이고 행동합니다. 가장 원론적인 대답들이 나온다는 거죠. “배고파.” “그래? 그럼 밥 먹으러 가자.” 이런 식이다. 연애에 능숙한 사람들은 좀더 디테일적인 면이 강합니다. “배고파.” “음? 많이 고파? 조금만 더 가면 맛있는 집이 나오는데, 참을 수 있어?” 예를 들면 이렇게 바뀐다는 거다.

이것은 경험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이런 경우엔 이렇게 하면 보다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뭐 이런 이야기다.


칼럼 제목을 다시 한번 보자.

가끔은 ~인 척 하라. 꼭 당신이 능숙한 선수가 아니어도 좋다. 그럴 필요도 물론 없다. 하지만 너무나 고지식한 모습도 좋은 것은 아니다. 잘하지 못하면 하는 척이라도 해라. 연애 경험이 없다는 것을 자랑처럼 말하는 그 친구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결코 환영받지 못할 태도이다. ‘척’만으로도 방법론을 빨리 익힐 수 있다. 왜냐, 언제까지나 ‘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보면 스스로도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애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것이 상대에 대한 기대치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그런 기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순 없다. 그때는 이렇게 척이라도 하라. 물론 속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여유를 얻으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늘 ‘척’하지는 마라. 금방 들통 난다. 여러분은 현명하기 때문에 필자가 말하는 ‘척’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라 믿는다.

그냥 가끔씩만 ‘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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