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리 힘없는 애벌레가..
군중의 발밑에서 하늘을 본다.
조각조각 보이는 하늘은 하늘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갈라진 바위틈으로 세어나오는 빗물처럼
목마름을 달래줄 뿐이다.
당당한 그대들의 발걸음에
애벌레는 겁이 난다.
한발을 내딛기가 무섭다..
강렬한 그대들의 시선에 눈을 뜰 수 없다.
앞도 보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현란한 그대들의 손짓에 마음이 홀린다.
허공을 찌르는 외침에 정신을 놓는다.
뜨거운 그대들의 입김에 등껍질이 녹는다.
너를 향한 마음이 녹고
너에 대한 기억이 녹는다.
애벌레는 이곳이 무섭다.
옴짝달싹 못하는 이곳이 무섭다.
이제 애벌레는 참아야 한다.
등이 가렵고 머리가 욱씬거려도..
수 천가닥의 밧줄이 몸을 조여와도..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그곳에서도..
참아야 한다.
세상이 찢겨 세상이 보일 때..
알게 될 것이다. 왜 참아야 했는지..
왜 미칠것 같은 시간을 이겨내야 했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