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상식 생중계 불방에 대한 유감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다. 한국 시간으로는 본 시상식은 오전 10시경에 시작해서 오후 2시쯤 끝난다. 이번 시상식의 쇼 호스트는 호주 출신 배우 휴 잭맨이 맡았다. 아쉽게도 올해는 OCN에서 시상식을 생중계하지 않아 인터넷으로 시청할 수 밖에 없었다. 동영상이 가끔 끊기긴 했지만 시청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시청률과 위성 연결 문제, 진행자의 자질 등으로 시상식 생중계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진행자의 자질이 아니라, 생중계의 문제점은 동시통역에 있다. 통역을 하면서 시상자, 수상자들이 하는 말을 자막으로 올리기는 꽤 어려운 일이고 나는 그 점에 대해서는 별 할 말이 없다. 다만, 그들 중 영화 쪽에 해박한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분명 영화에서 쓰는 용어라 전문용어로 분류해서 통역해야 하는데, 보통 우리가 쓰는 단어로 번역을 한다거나 아예 통역도 못하는 식이다. 진행자의 자질은 시상식 후보에 오른 영화들을 국내에서는 어떤 경로로든 접하기 어려운 사정인 게 크다. 작품을 볼 수 없는데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그러니 수상 후보들을 설명할 때 피상적인 멘트 밖에 할 수 없는 건 진행자의 자질 문제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작은 영화들, 현지에서 개봉한 영화를 일정 기간의 유예를 두고 보는 국내 사정 탓이다. 이번 시상식에 앤 헤서웨이는 <레이첼 결혼하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이 작품만 해도 이번 주에 개봉한다. 애초에 개봉일정이 잡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뒷북이다. 국내 상영예정인 모든 영화가 꼭 미국의 개봉일정을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내의 라인업이 소비자인 관객의 욕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의문인데 단지 내가 영화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있어 하는 영화를 국내에서도 빨리 보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거다. 올해만 해도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국내 개봉일정도 잡히지 않고 그저 상반기 개봉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각종 시상식에서 주목받지 급하게 일정을 잡아 3월 개봉 예정으로 있다. 아카데미 생중계의 시청률이나 시상식의 인지도를 말하기 전에 이런 점들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오프닝 - 호스트의 원맨쇼
꽤 오랫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의 오프닝은 후보에 오른 주요 영화들을 패러디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쇼 호스트인 휴 잭맨이 LA 코닥 시어터에 모인 영화인들에게 인사를 한 뒤 직접 원맨쇼를 선보이더니 앞자리에 앉아있던 앤 헤서웨이를 안고 나와 합을 맞춘다. 오프닝부터 열연한 그는 영화인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배우를 쇼 호스트로 내세운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휴 잭맨은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는 듯도 하고 시상식을 쭉 지켜보니 시간 배분도 잘 되었고 그의 멘트도 적절했으며 꽤 잘 진행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컨셉은 영화인들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새삼 일깨워주고 그들의 수고를 기리는 쇼라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상 수상자인 대니 보일이 단상에 올라 기뻐서 펄쩍펄쩍 뒨 뒤 '정말로 멋진 쇼'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멘트를 할 때 코닥 씨어터의 영화인들이 환호를 보냈으니 아닌게 아니라 그는 영국인이다. 미국인보다 시니컬하며 드라이한 기질의 영국인이 그런 말을 했으니 어쨌거나 이 시상식이 쇼라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쯤은 되겠다.
3. 각 부문 수상자 및 수상작
각 부문 수상자/작들은 다음과 같다.
1. 여우조연상 - 페넬로페 크루즈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2. 각본상 - <밀크>
3. 각색상 - <슬럼독 밀리어네어>
4. 장편 애니메이션 - <Wall.E>
5. 단편 애니메이션 - <La Maison en Petits Cubes>
6. 미술상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7. 의상상 -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8. 분장상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9. 촬영상 - <슬럼독 밀리어네어>
10. 단편영화상 - <ToyLand>(영제)
11. 남우조연상 - 고 히스 레저(<다크 나이트>)
12. 다큐멘터리(장편) - <맨 온 와이어>
13. 다큐멘터리(단편) - <Smile Pinki>
14. 시각효과상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5. 음향편집상 - <다크 나이트>
16. 음향상 - <슬럼독 밀리어네어>
17. 편집상 - <슬럼독 밀리어네어>
18. 인도주의상 - 제리 루이스
19. 음악상 - <슬럼독 밀리어네어>
20. 주제가상 - <슬럼독 밀리어네어>
21. 외국어 영화상 - <굿바이>(일본)
22. 감독상 - 대니 보일(<슬럼독 밀리어네어>)
23. 여우주연상 - 케이트 윈슬렛(<더 리더>)
24. 남우주연상 - 숀 펜(<밀크>)
25. 작품상 -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상은 시상 순서 순이다. 밑에 시상식 리뷰는 시상 순서대로 되어 있지는 않다.
4. 대세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결은 각색, 촬영, 음향, 편집, 음악, 주제가, 감독, 작품상 등을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완승으로 끝났고 아카데미도 대세는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나는 이전에 시상식을 전망한 글에서 미국인의 잔치로 머머물고 말 것이면 전자의 영화가 아니면 후자가 수상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을 세계가 즐기는 축제로 만들고 싶어했는지 쇼 호스트를 호주 출신의 휴 잭맨을 내세운 것도 그렇고 후보에 오른 영화들 중 합작영화들도 꽤 있었다. 이제 아카데미의 진정한 세계화가 실현되는 건지 영화에 국경이 없어진 건지 10년, 20년 뒤의 아카데미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도 궁금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9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는데 주제가상 부문에 두 곡이 후보지명이 되어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라 하는 것 같다.
5. 장르영화의 전성기와 또 하나의 퍼포먼스
로맨스, 액션, 코미디, 그리고 뮤지컬 등. 작년 한 해를 장르 영화들의 득세로 규정한 올해의 아카데미. 멀티스크린을 통해 2008년 한 해의 로맨스, 액션, 코미디 영화 등이 소개되고 휴 잭맨은 멋진 오프닝 이후에 뮤지컬 퍼포먼스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여 또 한차례 박수 세례를 받았다. <하이스쿨 뮤지컬>, <맘마미아!>의 배우들이 함께 했으며 자신은 비욘세와 짝을 이뤄 펼친 뮤지컬 쇼는 브로드웨이의 단편을 보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이 퍼포먼스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커플이네. 휴 잭맨과 비욘세 빼고는. 이렇게 휴 잭맨이 열연을 펼친 이유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실패 때문일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호주출신인 자기도 후보에 못 올랐는데 <트로픽 썬더>에서 호주인을 연기해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더니만.
6. 시상식의 전통이 깨지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 그동안의 관례가 깨졌다는 거다. 보통 남녀주연상을 시상할 때 시상자는 전년도 각 부문 수상자가 나온다. 그리고 남우주연상은 전년도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시상하고, 여우주연상의 경우는 그 반대로 한다. 관례대로라면 작년 수상자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케이트 윈슬렛에게 상을 건네주고, 마리온 코티야르가 숀 펜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는 남녀주조연상 모두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남녀주조연상의 후보들을 아카데미의 선배들이 기다리는 식으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예로 들면 앤서니 홉킨스 경, 벤 킹슬리 경, 로버트 드니로, 마이클 더글라스, 아드리안 브로디가 나와 후보지명된 배우들을 한 명씩 거론하며 이들의 연기에 대해 상찬한 뒤 수상자를 발표하고 여우주연상은 소피아 로렌, 셜리 맥클레인, 할리 베리, 니콜 키드만, 마리온 코티야르가 나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레이첼, 결혼하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앤 헤세웨이는 셜리 맥클레인이 자신의 연기를 칭찬하자 벌써부터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이런 방식은 먼저 상을 받아간 남녀주조연상 수상자들이 자신들의 클럽에 가입하고자 하는 회원을 자격심사하는 것처럼 보여 재미있었다. 수상자로서 무대에 올라가 대배우들과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은 기분은 어떨까? 숀 펜과 케이트 윈슬렛은 각각 미키 루크와 메릴 스트립에게 자신이 수상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해 동료와 선배에 대한 예를 잊지 않았다. 특히 숀 펜은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를 '자신의 형제'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케이트 윈슬렛의 수상 소감은 좀 산만한 감이 없잖아 있어서 뭐라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녀가 출연한 <더 리더>는 며칠 전에 극장에서 봤는데 깊은 감동과 화해와 용서에 대해 묻고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다. 숀 펜은 <밀크>에서 게이 의원 역을 맡았는데 수상소감 첫 마디가 '이 게이를 사랑하는 인간들아....'(의역) 이었다. 숀 펜은 각본상 수상자와 비슷한 요지의 발언을 했다. 동성연애자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아마도 동성결혼 법안이 요즈음 그 동네의 화젯거리라 그런지 그리고 그 자신이 늘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배우였기에 그의 말이 더 울림이 있었고 그의 수상 멘트는 동료 영화인들로부터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7. 유기적인 진행
각 부문 시상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기억하자. 각본과 각색은 <30 Rock>의 티나 페이와 유쾌한 독신남 스티브 마틴이 시상했으며 미술,의상,분장 부문은 다니엘 크레이그와 사라 제시카 파커가 시상자로 섰다. 시각효과,음향편집,음향,편집상은 윌 스미스가 맡았다.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부문들을 같이 시상함으로써 시간의 낭비를 줄인 것이 돋보였다. 그리고 각본, 각색상이라면 멀티스크린에는 후보작들을 주요장면의 스크립트가 대본과 함께 나오는 식으로, 촬영이면 촬영장비 모형이, 미술,의상,분장은 영화의 세트를 무대에 재현해 놓고 시상하는 아이디어는 어디 잠깐 나갔다 와도 지금 무슨 부문 시상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시청자들을 배려한 것이라 생각된다.
8. 의외의 시상자들 그리고 시간 맞추기
이번에는 시간 맞추기에 다들 공감했는지 각 부문 수상자들의 수상소감은 이전에 비해 짧았던 것 같다. 다만 주요 부문 수상자들의 소감은 좀 길었다. 줄일 건 줄이고 늘릴 건 늘리자라는 게 수상소감에 대한 이번 시상식의 취지였는지도 모르겠다. 특이한 건 빌 마허가 시상자로 나섰다는 거다. 다큐멘터리 부문의 시상자로 나온 빌 마허는 그의 소신있는 발언으로 종종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9/11 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으로 자신의 쇼를 잃어버렸던 이력이 있는 그다. 특이하다기보다 그 자신이 다큐멘터리와 가장 잘 맞는 이미지라 시상자가 된 것은 아닐까?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보는 창이라고, 이런 영화들을 좀 더 많은 곳에서 보게 되길 원한다고 시상자로 선 그는 말했다. 다큐멘터리 부문은 각 후보들이 멀티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작품과 다큐멘터리를 찍는 노고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후보 소개를 대신했다. 쇼의 신속한 진행은 물론 자신의 작업에 대해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다큐멘터리 장편 부문에서는 독일의 명감독 베르너 헤어조그의 작품이 후보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9. 픽사, 픽사, 픽사
애니메이션 부문은 이견 없이 <월.E>가 탈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월.E>가 받았다. 애니메이션 시상자인 제니퍼 애니스톤과 잭 블랙. 제니퍼는 자신이 목소리로 출연한 <아이언 자이언트>-흔히 말하는 저주받은 걸작이랄까-의 실패를 언급하며 잭 블랙과 이런저런 농을 주고 받았는데 잭 블랙이 자신이 실사로 찍은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해 동료들을 웃겼다. 제니퍼가 예전에 출연한 <아이언 자이언트>의 감독은 후에 <인크레더블>로 대박을 날린다. 애니메이션 단편 부문에서는 <프레스토>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픽사는 자신들이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상영 전에 짧은 애니메이션 한 편을 트는데 <월.E> 본 상영에 앞서 나왔던 애니메이션이 바로 <프레스토>였다. 마술사와 토끼 얘기 말이다. 수상은 못했지만 같은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상을 타 간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10. 국내 정치는 오케이, 해외사정은?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일본영화 <굿바이>가 받았다. 국내에서도 개봉된 이 영화는 납관사를 통해 인생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하는 잔잔하며 인간미 넘치는 영화였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바시르와 왈츠를>이 수상하지 못한 건 헐리우드 돈줄인 유태인들의 영향인가? 전쟁에 대한 성찰과 반성, 학살에 대한 기억, 거기에 철 모르고 참여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되돌아 보는 이 이스라엘 애니메이션은 피곤할 때 보면 지루하기도 하나 이 세상의 어느 곳에 어떤 일이 벌어졌었던가를 정말로 알고 싶으면 꼭 봐야 할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인데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오른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이스라엘이 어떤 나라인지 그 실체를 조금이나마 이 작품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11. 공로상이나 이런 류의 상에서 기립박수는 기본
보통 아카데미에서는 평생공로상 등을 수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코미디언이자 가수, 프로듀서 등으로 유명한 제리 루이스에게 인도주의상을 수여했다. 에디 머피 주연의 영화 <너티 프로페서>는 제리 루이스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 상의 시상은 에디 머피가 맡았다. 연관있는 사람들을 한데 묶어 진행하여 효율성을 도모한 점, 돋보였다. 슬랩스틱 코미디로 유명한 제리 루이스는 1926년생이니 여든을 넘긴 나이인데 여전히 정정해 보였다. 그에게 인도주의상이 수여된 이유는 근위축증 환자들을 위해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제리 루이스는 공로상을 이곳저곳에서 숱하게 받은 터라 그 나이에 맞는 상은 더 이상 없을 거다. 올드팬들이라면 제리 루이스보다는 그와 짝을 맞추어 공연했던 딘 마틴을 더 많이 기억할텐데 국내에서는 얼마 후면 제리 루이스 회고전이 열린다고 한다.
12. 죽어서도 기립박수, 영원한 조커 히스 레저
남우조연상은 고 히스 레저에게 돌아갔다. 시상 역시 다섯 명의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자들이 나와 후보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그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 뒤 이루어졌다. 히스 레저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코닥 씨어터의 영화인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했고 히스의 가족이 단상에 올라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할 때 그 이전에 나온 수상자들보다 그 멘트는 길었으나 이는 당연히 그럴 만하다. 아카데미도 이는 문제 삼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해외에서는 더 이상의 조커는 없으니 다른 배우가 조커 역을 맡지 않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웹사이트까지 있다 한다. 조연상 수상은 고인이 남긴 연기에 대한 예우도 아니고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다. <다크 나이트>를 본 사람들은 안다. 그의 수상이 의외라거나 이변이었다거나 하는 말은 나올래야 나올 수 없다. 고인에 대한 시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1호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네트워크> 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터 핀치다.
13. 그들이 그리워요.
가수이자 배우인 퀸 라티파가 I'll Be Missing You 를 부르며 멀티스크린에는 작년 한 해 세상을 등진 영화인들이 등장했다. 그 끝은 예상대로 폴 뉴먼이었다. 특이한 건 일본 감독인 이치가와 곤의 모습이 나왔다는 거다. 그가 얼마나 미국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카데미의 문은 세계로 열려있다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하긴, 독일 감독인 베르너 헤어조그도 다큐멘터리로 후보 지명되었으니.....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슬렛은 <더 리더>의 제작자인 고 시드니 폴락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는데, 멀티 스크린에 나타난 고인의 모습에 영화인들은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에 모습을 비춘 폴 뉴먼과 시드니 폴락이 고인 중에 영화인들의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14. 한 명이 두 번 수상
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음악상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A.R 라흐만이 받았다. 알리샤 키스와 자크 애프론이 시상자로 나선 음악상과 주제가상. 먼저 음악상 시상 후 주제가상 후보곡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여기에는 존 레전드도 함께 참여했는데 라흐만은 음악상 수상 후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자이호(Jai-ho)' 를 부른 뒤 다시 주제가상 수상자로 단상에 섰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주제가상 후보에 두 곡을 올려 놓았고 그 중 한 곡으로 수상한 것이다. 다른 후보곡은 <월.E>의 주제가였다.
15.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어떤 영화?
원작인 <Q&A>도 읽어보길 권한다. 감독인 대니 보일은 원작의 곁가지들을 다 쳐내고 소년의 사랑 얘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사이트 검색을 해보니 원작과 영화의 주인공들의 이름이 많이 다르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사상최대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 단계별로 상금이 누적되며 그 금액도 점점 커진다. 거기에 도전한 18세 소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살며 웨이터 일을 하기 위해 매일 장거리를 오고가는 고단한 삶.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이 소년은 퀴즈쇼의 우승자가 된다. 소년은 자신의 삶을 통해 퀴즈의 정답을 알아낸다. 퀴즈의 정답과 그의 인생이 엮여 소설은 그 짧은 생에서 소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리고 18년의 삶 속에서 소년은 삶의 원리랄까 그런 것을 스스로 체득하고 있음을 소설은 보여준다. 영화는? 아직 개봉 안 했으니 나도 모른다.
16. 수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은 언제 볼 수 있나?
올해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3월 중에,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숀 펜 주연의 <밀크>는 3월 26일에 개봉예정이다. 이대 안에 자리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아카데미의 보석들'이라고 해서 다음과 같은 영화들을 특별전 형식으로 상영하고 있다. <더 레슬러>(남우주연상 및 여우조연상후보), <더 리더>(여우주연상), <비지터>(남우주연상 후보), <다우트>(여우주연상 후보), <체인질링>(여우주연상 후보), <굿,바이>(외국어영화상) 등.
미키 루크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더 레슬러>는 3월초 정식으로 개봉한다. 몸을 아끼지 않은 마리사 토메이도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언급하진 않았지만 주요부문에 이름을 올린 <프로스트/닉슨>도 3월초에 개봉한다. 닉슨 역을 맡은 프랭크 란젤라는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2번의 여우주연수상과 15번의 노미네이트. 메릴 스트립은 <다우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 <카포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도 이 영화에 나오니 두 배우의 연기대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톰 매카시 감독의 <비지터>로 리처드 젠킨스는 이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되었다. <굿,바이>는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생애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에 후보지명된 앤 해서웨이의 연기는 이번 주 개봉하는 <레이첼 결혼하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브 달드리 감독,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더 리더>는 동명의 원작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브란젤리나 커플을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후보에 올린 <체인질링>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여전히 상영중인 것으로 안다.
아카데미 특별전이 궁금한 사람은 다음 사이트를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17. 레드 카펫 쇼
레드 카펫 쇼를 올해는 못 보았으나 늘 느끼는 건 그 자리에서 배우들의 패션 센스를 까는 솜씨다. 랜돌프 듀크는 일일이 카메라가 비추는 배우들(특히 여배우들!)의 의상을 체크하며 진행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레드 카펫쇼를 진행하는 여성 아나운서도 꽤나 의상에 신경을 쓴다. 몇 년 전인가 모 진행자가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 쇼에서 입은 의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지. 레드 카펫쇼는 단순히 패션에 대한 얘기만으로 끝내는 것도 아니다. 평론가도 함께하여 배우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하며 조심스레 수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네 수준은 이에 비하면 한참 먼데다 이런 행사를 위해 전용으로 쓸 장소도 마땅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