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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

이현주 |2009.02.24 22:02
조회 65 |추천 0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었지

 

갚으리라던 악한 시련 되돌려주지 못했고

거칠게 휘몰아치는 심장으로도

내살조차 깎아내지 못했다

 

기인 모래성도 덧없이

무너져만 가는 인생의 뇌(惱)에

선한 말조차 발하지 못하고

화(火)를 곱씹는데...

 

숨통마저 틀어막는 지하밑 터전

파도 위를 타오르듯 날아도 보고

고향도 기억지 못한 선비처럼

귀한 낙엽 떨구듯 덩실거려도 보고

침묵에 젖어 지성에 취해

처연한 가락으로 비틀거려도 보지만..

 

내게 오지 마라

그 무엇도..

조각같은 사랑이어도

나를 찾지 마라

햇살을 닮은 열망이라도

내게 들지 마라

 

깎아지른 수백 개의 계단

기어이 밟아오르고도

다 동여매지 못한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내려고도 마라

 

두손이 위로만 뻗는다면 만물을 차지하겠으나

역류하는 손끝 선율에 미혹된 심장

용서못할 후회가 한 움큼이다

 

울어버린 나를 쳐다보고도 기막힌 나를 밟아내고도

기이한 네 유복(有福) 넘쳐난다면

네 수족(手足) 꺾일 때 되도록 노래한다해도

원망할리 있을까마는

 

흘러라 흘러 가거라

시절의 붉은 물길 따라 춤이라도 추어내자

사무친 원망일랑 흔적없이 찢어내고

피흐르는 가슴이야 고운 속곳으로 여며두고

괜시리 이른 졸음에 눈물 맺힌다, 새벽을 투덕대며

지독히 가벼운 발끝에 춤사위 어린듯이

날아서 걸어낸다, 서툴게 거친 웃음 잊지 말고

벅찬 숨에 남은 달무리 실어

황홀하게 발하면

 

그 모진 빛이

그 독한 미(美)가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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