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일제고사 반대는 중징계, 결과 조작은 비(非)징계

배규상 |2009.02.26 10:49
조회 87 |추천 2

 

 

일제고사 반대는 중징계, 결과 조작은 비(非)징계

 

 

전북도교육청이 전국 학력평가(일제고사) 성적 조작과 관련해 과장과 장학관 등 실무자 4명을 직위해제했다. 임실지역 초등학교의 학력미달자 숫자를 임실교육청에서 전북도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실제와 다른 허위사실을 전달한 데 대한 문책 인사다. 이들 중 3명은 앞선 인사에서 일선학교 교장으로 임명됐으나 도교육청은 이 또한 취소해줄 것을 교과부에 요청했다. 관련자들을 당분간 현업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짓겠다는 교육당국의 의지가 읽혀진다. 성적 조작을 한 다른 교육청에서도 비슷한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교육당국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이 교단에서 발생할 때마다 관련자 직위해제라는 단골 메뉴를 사후조치로 내놓기 일쑤다. 하지만 직위해제는 인사와 급여에서 불이익을 주기는 해도 징계는 아니다. 직위해제된 공무원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받는 경우도 있지만 한동안 대기발령 상태로 있다가 잊혀질 만하면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충북의 한 교장이 2007년 여교사를 희롱한 경력 때문에 수업거부 사태를 불러 직위해제되었으나 석달 만에 교육연구관으로 복직한 게 그 예다. 전북교육청이 이번에 직위해제한 4명의 징계위 회부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들도 얼마 뒤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성적 조작이라는 교육범죄 행위에 대해 이렇다할 징계조차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셈이다.

우리는 여기서 실무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라는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사태의 근본 책임은 일제고사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사전 준비나 검증 없이 부작용이 우려되는 성적 공개를 일방적으로 단행한 교육당국에 있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터무니없는 이중 잣대다. 교육당국은 일제고사에 반대해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용한 교사 12명을 파면 또는 해임해 교단에서 아예 추방해버렸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사와 일제고사 성적을 조작하는 교육자 가운데 어느 쪽 잘못이 클까. 두 조치를 함께 지켜본 학생들에게 물어보아도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2009년 2월 26일 경향신문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