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서울에 살았고, 여자는 대전에 살았다.
남자는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일찍 보기 위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대전으로 향했다. (그들의 두 번째 장거리 데이트였다) 하지만 도착 후 30분이나 더 기다려야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더 멀리서 오는 걸음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만나자마자 조조 영화를 보자고 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그였지만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영화표를 끊었다. 상영시간까지는 30분이 넘게 남았다.
“커피 마실래요?”
“네.”
그가 커피를 주문하고 계산을 했다. 영화는 그저 그랬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점심 시간이었다. 그는 아침을 굶어서인지 배가 고팠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그들. 그는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다. 자리가 깨끗하게 정리 되어 있는 걸 보니 여자가 계산을 해둔 것 같았다. 하지만 일어서려던 찰나,
"손님 계산 도와 드릴게요."
그는 점심 값을 지불했다. (남자는 이쯤 되면 내심 여자가 계산하길 기대도 해본다. 정말 그렇다)
날씨가 꽤 추웠지만 그녀는 그를 어디론가 인도한다.
찬 바람을 맞으며 한참 걸었다. 그는 추운데 시내를 계속 걷고 있는 그녀에게 행선지를 물었다.
“아! 나 다이어리 사려고!”
그는 억지스레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팬시점에서 한 참이나 다이어리를 고른다. 자기 것을 하나 사더니 그에게 선물이라며 100원짜리 스티커 한 장을 내민다. 스티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차원 금지!!!’
다이어리를 산 그녀가 갑자기 시계를 보더니 말한다. “서점 같은 곳에 가서 한 시간만 기다려 줄래. 나 학원 금방 마치고 올게.”
그는 대답했다. “그...그래 알겠어.”
그녀는 손을 흔들며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은 팬시점 바로 앞이었던 것이다.
그는 한 십분 정도를 기다리다, 택시를 잡아 타서는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먼저 갈게. 지금 기차 탔어. 미안.’
그가 서울에 도착할 때쯤 그녀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왜 그랬어? 내가 저녁에 맛있는 것을 사 줄려고 했는데!’ (이 말이 그의 입장에서는 너무 유치하게 들렸다)
그녀는 분명히 그에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서툴다. 남자를 상대할 줄 몰랐고, 데이트를 할 줄 몰랐다.
아니 기본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무엇을 바랬던 것이 아니라 단지 기본만 지켜주길 원했는데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끝으로 그녀가 전날 밤 친구에게 들었던 조언을 함께 엿들어 보도록 하자.
1. 남자가 널 보기 위해서 대전까지 온다면 너한테 완전 반한 거야. 그러니까 네가 절대 돈을 쓸 필요가 없어! 그리고 네 직업이 남자들이 선호하는 선생님 아니겠니!
2. 남자가 관심이 있으니까 절대 너는 관심 없는 척 해! 알겠지!
3. 내가 고급 정보를 하나 알려 줄게. 만나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해! 여자의 주도권은 그렇게 쟁탈하는 거야!
연애도 자격이 필요하다.
연애 할 자격이란 돈도, 외모도, 언변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다운 기본이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씀씀이인 것이다.
기본도 안 된 인간들은 자격을 갖출 때까지 혼자 지내야 한다. 괜한 남자 바보 만들지 말고 말이다.
기본조차 안되면서 말하지. 눈이 너무 높아서 탈이라고 말야.
어리석게도.
부디 기본부터 갖추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