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할아버지 안 계신지 네 달이 넘었는데,
산 사람은 정말 어떻게든 사나보다 라고 생각한지도 오래됐는데.
난 아직도 우리 할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어요.
장례식때도 난 우리 할아버지가 아는 사람 장례식인줄 알았는데.
다들 슬퍼하는데, 할아버지가 이상하게 계속 안 오더라.
올때가 됐는데 계속 안 오더라.
무슨 일이냐고 하면서 급히 올것 같던 우리 할아버지가 안 왔어요.
빈소에 있던 동안은 난 별로 못 울었어요, 할아버지.
다들 자기 아버지만 돌아가신 줄 알잖아.
우리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는데, 자기 아버지만 돌아가신 줄 알잖아.
나도 진짜 많이 맘 아팠는데, 미어진다는게 뭔지 알았는데
난 하나도 못 울었어. 친한 언니가 와줘서, 겨우 울었어요 할아버지.
나는 별로 안 슬픈줄 알았나봐. 난 아닌줄 알았나봐요.
난 안믿고 있었는데, 사진 보면 우리 할아버지 사진이 있는거야.
할아버지, 손녀딸 불쌍하게 화장실가서 울었어요. 몰래 울었어.
밖에서 울면 다들 이기적으로 슬퍼하느라,
나 위로해 주는 사람도 없고 내가 우는거 별로 신경쓰지 않아서
나 화장실가서 몰래 울었어요. 끄윽대면서 울었어.
저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
이상한 꿈 꿨어요. 자꾸 누가 나 죽이려고 하는거 그런거 꿨어요.
깨면 괜찮아져야 되는데, 기분이 찜찜했어.
할아버지 사고 났데. 병원 갔는데, 삼촌이 엄마한테 마음 굳게
먹으라고, 할아버지 돌아가셨다고.
너무 멍해서 다시 우는 외숙모 위로했는데, 갑자기 울음 났어.
친구한테 전화해서 나 어떡하냐고 계속 울었어요.
우리 할아버지, 이제 딱 한번도 더 못본다고 어떡하냐고 했어요.
근데, 그거 나 후회해.
그냥 계속 안에 있을걸. 돌아가신 할아버지 얼굴 뵈었다는데.
나도 뵐걸. 나도 볼걸, 우리 할아버지.
친구랑 통화끊고 울고 있는데, 응급차 침대를 끌고 나왔어요.
피가 뚝뚝. 물로 씻어내는데, 피 냄새가 막 났어요.
근데, 우리 할아버지가 실려온 것 같았어.
그렇게 많이 피 흘린 사람중에 가장 늦게 실려온 사람이
할아버지 일것 같아서 계속 보고 있었어요.
그 사람들은 매일 매일 사람 죽어나가는거 보는 사람들이니까,
이제 그런거에 이골이 나서 아무렇지 않게 씻어내는 거에
급급한거야. 난, 눈도 못 떼겠는데.
저렇게 많이 피 흘린 할아버지는, 얼마나 아팠을까.
아빠랑 차 타고, 할아버지 사고난데를 갔어요.
흰색 라카로 표시되어 있는 곳.
난 어떻게 된 거였는지 몰랐는데, 거기서 들었어요.
여자 운전자인데, 시장 보고 오는 길에 사고를 냈다.
여자인 탓에 더 당황해서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레이트를
밟은 것 같다. 한시간 정도 후에 할아버지를 꺼냈다고.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 할아버지.
그 동안에 얼마나 몸이 아프고, 숨이 막히셨을까 우리 할아버지.
내 맘 아픈것 보다 더 아프셨겠지, 우리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셨을까.
애들 감기약 사시러 자전거 타고 오시는 길이었는데.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 가족들 얼굴이 얼마나 생각나셨을까, 우리 할아버지가.
빈소에서 할아버지 옷과 물품을 줬어요. 검은 봉지에 담아서.
할머니가 그걸 꺼냈는데 지갑, 바지, 셔츠가 다 피 범벅이었어요.
사고 장소 들렸다가 경찰서 갔다가 병원으로 오는 길에,
아빠가 줬던 할아버지 핸드폰엔 다른 가족들이랑 할아버지가
아시는 분들 몇분이 저장돼 있었는데.
내 번호 저장해드리고, 연락 많이 해드릴걸.
손녀딸이 남들처럼 가족한테 애교도 많지 않아서 커가면서 말도 많이
없어지고 그랬는데, 우리 할아버지 전화 많이 하시라고
연락 많이 하시라고 제 전화번호도 저장해 드리고 문자도
가르쳐 드릴걸. 아님, 나라도 알고 있을걸.
할아버지가 안 계신지 몇달 됐으니까,
어느정도 무뎌진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에
친구랑 PC방엘 갔는데 할아버지 사진을 봤어요.
가족들이랑 같이 웃고 있는 사진이랑,
삼촌 오토바이에 타신 사진이랑 할아버지 얼굴 가득 나온 사진.
할아버지가 웃고 있는데, 나 너무 눈물났어요.
갑자기 너무 눈물나서 나 거기서 막 울었어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한, 나는 그것에 대해
무뎌질 수 없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나 가끔요,
너무너무 우울하고 기운 없고 울고 싶은 날이 되면.
할아버지 생각이 더 나요. 보고 싶어서 혼자 울고 그래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자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보다 부모중에 한명이 돌아가신게
더 가슴 아프고 죽고싶은 일일 수도 있어요.
근데 난 엄마, 아빠, 이모, 삼촌보다 덜 아프고 그런거 아니예요.
나도 슬프고, 죽고 싶은 일이란게 할아버지가 안계신거예요.
이제 살아가면서,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할아버지는 정말
딱 한번도 못 만나고,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게 될 일도
없겠지만, ...
할아버지.
전요, 제가 아주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어요. 예전보다 이기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엄마 아빠처럼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예전보다 많이 자랐고,
어른스러워졌고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전 아직 많이 어린가봐요. 아직 어린애인가봐.
지금 전화하면 할아버지랑 전화할 수 있을것 같구요,
예전처럼 할아버지 차 타고 같이 여기저기 다닐 수 있을것 같애요.
어렸을 때 할아버지랑 같이 놀던 기억도 너무 그립고,
저 아플때마다 할머니랑 같이 엄마 태우고 학교까지 와서
여기저기 데리러 다니시고 했던 기억도 너무너무 그리워요.
내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아파서,
할아버지가 데릴러 올 수 있으면 나 아플 수 있어요.
할아버지 못 보는 것보단, 나 덜 아플거니까.
백번 천번 보는거 안 바라고, 정말 딱 한번만 더 할아버지 만나서
인사하고 싶어요. 잘 때마다 할아버지 생각 너무 나면,
할아버지 지켜달라고 하나님한테 기도드려요.
우리 할아버지, 잘 지내시게 하나님께서 보살펴 달라고.
할아버지는 안보이지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늘 기억할게요.
거기선 아프지 않으시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할게요
손녀딸 이 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