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어서 말도 못하는 소심녀의 고백법
“여자는 직감만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광식이가 애타게 사랑했던 그녀의 결정적 한 마디. 비록 나를 좋아하는 남자, 아니 좋아하는 것 같은 남자라 해도 나도 당신 좋다는 그 말을 하기 힘들다. 밀어붙인 이후에 생각하는 남자와 달리,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설사 든다 해도) 소심하고 신중한 여자일수록 승산 없는 게임엔 웬만해선 먼저 수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주위를 맴맴 돈다거나 끝끝내 좋아한단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채 끝나버리는 ‘홀로 짝사랑’이 많다. 수줍어서 말도 못한 여자들, 그 한이 가슴에 맺히다 못해 응어리로 남을 때쯤이면 참다 못한 고백을 준비하기도 하는 데…
수줍은 성격에 연애도 제대로 못 하는 우리의 소심녀들. 때론 유치하고, 때론 답답하고, 때론 촌스럽기까지 한 그녀들의 고백 아닌 고백을 살짝 들여다 보자.
"고백하려니 부끄러워용~~~"
평화유지군형
아무리 좋아하는 남자일지언정 주위에 경쟁자가 많다면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 오지랖 넓게도 그 남자 없이 죽고 못 살겠다는 주변인에게 조용히 인계하는가 하면, 그 남자가 좋다는 딴 여자를 이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팔불출 행동까지도 마다 않는다. ‘나 하나 입 다물면 만사 OK’란 정신으로 끝끝내 고백 한 번 못 하고 남의 사랑 지원해 주는 평화유지군들. 뒤돌아 남는 건 피눈물뿐이다.
문학소녀형
차마 입으로 하지 못할 말,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그 감정을 고이 꺼내어 편지에 담아 꼭꼭 눌러 써내려 간 편지. 노래가사나 시 구절을 인용해 유치한 마음 대변하기도 한다. 혹자는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으로 공략해보겠다는 계산도 하는데, 오히려 그 속내가 더 유치해 보일 정도. 하지만 간접적으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소녀적 감수성이 의외로 남자의 ‘부담’을 깨뜨려 줄 수도 있을 듯.
멍석깔기형
제아무리 소심하고 수줍은 그녀라 해도 날 잡았을 때는 의외의 용기를 내기도 한다. 발렌타인 데이라는 특수를 놓칠 리 없다. 다만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 역시 그 소심함을 버리지 못 하는 데. 직접 주지 못해 사랑의 우체부 혹은 배달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정작 속내는 밝히지 않고 그 동안의 ‘고마움’에 대한 답례라는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날려 남자를 아리송하게도 만든다. ‘발렌타인 데이’라는 멍석을 깔아줘도 제대로 못 해내는 답답함이 남아 있다.
맴맴맴맴형
반경 10m 내에는 항상 주변을 돌고 있지만 정작 5m 내에는 파고들지 못 하는 여자. 역시나 고백은 엄두도 못 낸다. 단지 그 주변을 돌며 행여나 그와 눈이 마주칠까 노심초사. 마음이라도 들킬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돌리지만 이런 둔녀들의 마음은 꼭 표시 나기 마련이다. 정작 당사자만 모를 뿐, 모든 이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을 지도. 차라리 대놓고 고백하는 게 나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모른다.
홧김에술김에형
소심할수록 계획되지 않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술김에 버럭, 마음을 고백한다거나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으로 엄한 타이밍에 고백을 하기도 한다. 충격효과는 모 아니면 도. 영화나 드라마라면 터닝포인트가 되겠지만 현실에선 모 보다는 도일 확률이 더 높다.
고백을 하는 당사자나 받은 상대나 당황스럽고 놀랍긴 마찬가지. 결국 좋은 답을 기대하기 보다는 어쨌든 이 민망한 상황을 벗어나길 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실 고백이란 소심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치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재채기처럼 사랑은 감출수록 더 속에서 용트림을 한다. 그 사람이 너무 좋다면, 잠들기 전과 잠을 깬 아침에 가장 먼저 그 사람부터 생각난다면 참지 말자.
그의 거절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가슴 속에 자꾸 커져가는 감정이다. 그래도 내 감정에 솔직하게 사랑하는 것, 그리고 표현하는 것, 그게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수줍어서 말도 못하는 소심녀의 고백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