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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 

안현수 |2009.03.04 10:19
조회 84 |추천 0


"마키에는 엄청난 미인이고 그 머리 모양도 귀여워.

그런데 오늘은 예쁘지 않다."

 

"무슨 소리 하는거야."

 

미하루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마키에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만,

일단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미하루는 평소처럼 미안해하는 얼굴을 지을 수 없었다.

 

"내게 마키에는"

미하루는 자신의 발치를 한번 본 후 말했다.

"언제라도 예쁘지 않으면 안돼. 그런 여자야.

슬픈일이며, 분한 일이며 괴로운 일이며 화나는 일이며

그런 일이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그때 그런 얼굴 해도 좋아.

그렇지만 말이야.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예쁘지 않은 마키에는 안돼."

 

마키에는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항상 행복해. 울고 화내고 누구에게 어깨를 안기고 있어도 좋아.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예쁘게 있어야돼."

 

이만큼 기쁘고 또 슬픈 말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키에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네가 그렇게 해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도저히 그 말을 할 수가 없다.

 

"어, 그럼 언제나 나와 놀아줘. 내 얼굴에 그늘이 보이지 않도록 해줘."

 

"못해."

 

마키에가 애써 빙 둘러서 한 말에 미하루는 쓸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가능한 놈이 못되잖아. 나는 늘 마키에의 애인이 신경쓰여.

마키에가 그 사람 이야기를 하면 화를 낼만큼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슬퍼하지 않을 만큼 어른도 아냐."

 

미하루는 일어서서 다리 난간까지 가자, 등을 돌린 채 말했다.

 

"화요일만 되면 마키에에게 오는 전화를 목 빠지게 기다렸어.

그 후에 쓸쓸해지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으면서,

그게 무엇보다 즐거웠으니까.

지난 주, 아니 오늘도 그랬을지 몰라.

전화가 오지 않아서 내가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

이제 그런건 싫어."

 

실은 이야기 도중에 미하루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키에가 눈치챘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돌아볼 수 없었다.

 

"이제 너무 힘들어. 나는 마키에를 좋아했어.

그러나 이제 잊기로 했어.

마키에에게 어울리는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

 

원래 좋아했던 여자니까 당연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거, 힘들다.

옆방에서 지금까지 실컷 해오던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여자가 있는 기분은

바나나로 못을 박을 수 있을 정도로 안타깝고,

코끼리가 밟아도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쓸쓸해.

요는 거리야.
너무 멀면 망상이 폭발해.

너무 가까우면 좋은 점이 가려져.

행복이란 놈에게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중요한 건 거리야.

그것만 좋은 위치를 확보하면

좋아하느니 싫어하느니는 정말로 염치없고

작은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거야.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

마츠히사 아츠시 & 다나카 와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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