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스스로 인생막장을 택한 중범죄자들도
싸이에서는 화려한 벤처사업가로 변신하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성공만은 꿈꾸는 한심한 백수들도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척 전문직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며
자신만은 정말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곳이 싸이월드다
- 아, 이건 아직 취업 못 했으니깐 할 말이 없네요. 노력할게요...
싸이월드 일기장 같은 경우는 가식의 메카이다.
그만큼 은밀하면서도 타인을 의식하는 역겨운 글쓰기장이다.
읽을 대상을 염두해두고 쓰는 그 자기자랑 가득한
논픽션 드라마 일기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 나처럼 일기를 솔직하게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저는 일기를 쓰면, 아무도 안 볼 줄 알았어요. 어릴 때 매번 방학때마다 일기 검사 맡는 게 싫었고,
똑같은 일상일 뿐인데,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일기 검사 받는 게 참 싫었어요.
그만큼 내가 내 일기에 누가 터치하는 걸 싫어해서, 나도 남의 일기를 훔쳐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싸이를 하면서 그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어요.
그날이라서 배가 아파서 미치겠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우울한 내 속사정을 다 써놓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대학 동기가 와서 말을 하더군요. 이 점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해 줬던 그 때랑,
그 이후의 어떤 계기를 통해서 다른 사람도 내 일기를 본다는 걸 알았어요.
얼마나 보는지 궁금해서 일기를 게시판에 쓴 적 까지 있는데, 조회수가 생각보다 꽤 되더군요.
그 이후부턴 일기를 쓰고 비공개 폴더로 넘겨 버려요. 애초에 비공개로 써 버리면 포도알이 안 생기거든요.
전 일기 쓰는 걸 좋아해요. 생각이 날 때마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해요.
노트 필기, 정리하는 것도 엄청나게 좋아해요.
고등학교땐 사회문화 공책을 알록달록하게 꾸민 적까지 있어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만족'이랄까?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자애들도, 단순히 보여주기 위해서가 나이라
자기 만족을 위해서 입는 것처럼... 일기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내 싸이에 내가 내 일기 적는데 비공개로 돌리는 것도 가끔 우습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 사진까지 마구 스크랩하며
친구 폴더의 페이지수를 늘려 내 대인관계는 이 정도다 뽐내고,
렌트카에서 사진을 찍거나 고급레스토랑에서 사진을 찍는 것
따위로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고 시도한다.
-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어요.
물론, 기억도 남지만, 그렇게 세세하게 다 기억하지 못해요.
유치원 때 사촌언니 운동회 따라갔다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 저땐 저랬구나. 그 때를 회상하는거잖아요.
전 친구들이랑 술을 먹건 어딜 놀러가면 "디카 챙겨와"란 말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게 안 되더라면 폰으로라도 찍어요. 뭔가 남기고 싶어서.
예전엔 앨범을 참 좋아했는데, 디카도 생기고, 폰으로 찍은 사진도 올려요.
대인관계가 이 정도가 아니라, 아 이 날은 이 사람들과 이런 좋은 시간을 보냈구나.
초등학교 때 친구, 떨어져서 연락 못한 친구들, 좀 특이하게 알게 됐지만 소중한 사람들의 사진이 있는 게 사진첩이구요.
예전엔 다른 사람 홈피에서 길게 뻗어서 몇 페이지를 넘어가는 일촌평을 보고 엄청나게 부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요샌, 방명록 대용으로도 많이 사용해서 예전처럼 그럼 감정이 살아나는 건 아니에요.
마치 영원한 사랑을 할 듯 홈피 전체를
'그 사람'과의 사진과 이야기로 도배했다 불과 몇 주 만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으론 바뀌곤 또 다른 '그 사람'으로
똑같은 패턴으로 홈피를 꾸미기 시작한다.
- 누군가를 좋아할 때, 헤어질 거 다 생각하고 끙끙대는 것보다
차라리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믿는 게 훨씬 더 아름답단 생각이 들고,
몇 주만에 '그 사람'을 갈아치우는 사람이 싸이 이용자의 모두가 될 수도 없고,
현실과는 관계도 없는 달콤한 김제동식 말장난 철학으로
도배하여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시킨다.
여기저기서 쓸데없는 몇 줄짜리 글귀들을 마구 스크랩 해와선
거기에 자신을 맞추어 나간다.
남들이 써놓은 짧은 몇 줄짜리 글 따위에
자신의 신념마저 흔들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결국 또 하나의 '나'가 만들어진다.
- 살아가다보면 내 마음이 내 맘 같지 않은 일도 많잖아요?
교수님은 그런 적 없으셨어요? 알 듯 말 듯~ 타인의 마음보다 자기 마음을 아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근데 책에선 말이죠.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멋지게 그것들을 설명해주는 글귀를 만날 수 있어요.
그게 내가 책을 읽는 유일한 이유에요. 말장난철학이 아니라, 그냥 읽다 보면, "앗! 이 부분이구나." 싶은 게 있어요.
그래서 전 책을 읽을때마다 인상 깊은 대목이 나오면 휴대폰에 페이지들을 표시해둬요.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타이핑을 쳐요. 언젠, 다시 읽어도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와닿을테니까.
단순히 그 글에 수동적으로 맞춰가는 게 아니라, 내 마음과 비슷한 글에서 위안을 얻고,
정말 인생에 빛이 되는 얘기들을 보면서 힘들때마다 다시 떠올려요.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테, 이 글 좋다면서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요.
쓸데 없이 글을 올리는 게, 아니라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깐 올리는거고,
신념이 흔들리거나, 정체성을 잃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글들을 선택하고, 다시 접하면서 더 나아지는거라고요~
어딜가서 무얼 했고, 어딜가서 무얼 먹었으며,
어제의 기분은 어떠했고, 오늘의 기분은 어떠하며..
설렘, 우울, 짜증 같은 기분표시 따위를 하루하루 변경하면서
자기의 기분을 모든 사람이 다 알아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마치 보험설계사가 자신의 고객을 관리하듯이
일촌리스트를 펼쳐놓고 첫번부터 끝번까지 방명록 순회를 하며
다 비슷비슷한 글들을 남기곤 자신의 홈피에도 와달라는
은근한 암시를 한다.
- 2004년, 싸이에 처음 입문 하면서
새해, 명절마다 일촌순회를 하던 기억이 나네요.
성의 없는 복사글이 싫어서 일일이 찾아가서 글 남겼어요.
그냥 난 쓰잘데기 없이 투데이 높은 거 싫어해서
그냥 내 홈피에 왔으면 좋겠단 사람 한 명만 와도 상관 없어요.
애초에 무언가를 바라고 상대방의 홈피에 흔적을 남긴다.
Give and Take. '내가 너 사진에 예쁘다고 남겼으니
너도 예쁘다고 남겨야지' 하다못해 자신의 싸이 투데이라도
올라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 교수님, 혹시 좋아하는 사람 홈피에 가 보신 적 있으세요?
홈피가 닫혀 있건 말건, 업뎃이 되건 말건 매일매일 가게 되요.
물론, 내가 간만큼, 그 사람이 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고작 투데이 1 올리려고 그 사람 홈피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일촌은 220명 정도 되지만, 가는 홈피는 10개도 채 안 되요.
그 만큼 소중하니깐 가는거고, 내눈에 이뻐 보이니깐 이쁘다고 댓글 다는겁니다.
고작 투데이 때문이 아니라!!!
일촌평의 길이와 방명록의 숫자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다.
그 아무 의미 없는 일촌평과 방명록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타인을 생각하는 척 그러나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결국 자기자신을 포장하는데
서로가 이용되어 주고, 이용할 뿐이다.
- 솔직히 예전엔 일촌평이 몇십페이지씩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부러웠어요.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일촌평이 단지, 일촌으로서 그 사람의 장점(특징)을 적는 공간이 아니라
방명록 대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에요. 길어봤자 좋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예전에 다 날려버린 적도 있었고, 남기고 싶은 사람 이외, 나머지 사람들을 지운 적도 있어요.
그리고 방명록 말인데요.
요즘은 사람들이 '비밀이야'를 쓰거든요? 그리고 밖에도 리뷰나 사진으로 올릴 수 있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방명록 수는 상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교수님께서 싸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시선이 극단적인 것 같아요.
여자친구와 100일을 맞은 아는 남동생에게 축하한다고 글을 남겨줄 수도 있는 일이고,
거리가 멀어서 자주 안부를 묻지 못하는 사람에게 장문의 긴글을 보낼 수도 있는 일인데
서로가 이용되고 이용당하다니...사용하기 나름이에요.
싸이를 허영심 마케팅의 승리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난 열등감을 건드림으로 싸이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본다.
열등감을 감추려 자기 자신마저 속이면서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포장해가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싸이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 미니홈피/블로그로는 '다모임' '세이클럽' '싸이월드'
메신저로는 '버디버디' '지니' '타키' 네이트온' [
지금은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이 대세고, 연동까지 돼서 많이 편리해요~
뭐 남몰래 들어가기, 숨기기 등등, 접속 정보 비공개, 일촌, 등등의 편리기능으로
사생활 침해 등을 방지할 수도 있고, 제가 생각해도 싸이월드는 심리를 잘 이용한 것 같아요.
근데 이 글은.....................너무 부정적이에요. 근데 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교수님은 이 글을 쓰기 까지
싸이를 얼마나 이용하셨던거에요? 꽤나 하신 것 같은데...
- 어느 대학교수
-From. 어느 24살짜리 초딩
그냥 예전부터 도배하다시피 올라왔던 글인데
제 생각대로 의견 적어봤어요.
혹시 이 글 쓴 교수님 있다면 댓글 좀... 어떤 분인지 진짜 궁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