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에게 보내는 편지
춘향에게 보내는 편지
- 정 희찬
춘향아,
시인이란 타이틀이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다고,
그리 관정발악(官庭發惡)하려 드느냐?
쌀과 돈이 나오더냐.
누가 호로(胡盧)된 세상에
관직을 내려주고
열녀문(烈女門)을 세워줄까?
네년이,
나의 수청(隨廳)을 아니 들면,
칠성판에 납작 업어 놓고
볼기짝에 불을 놓으리라.
오냐, 네 소원대로
냇가의 버드나무 뽑아다가
넓적하고 길게 만든 곤장(棍杖)
몇 개나 부러졌나.
춘향아,
시인이란 타이틀이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다고,
그리 관정발악(官庭發惡)하려 드느냐?
TIP :
호로(胡盧) : 남의 웃음거리가 됨.
조선시대 탐관오리를 위해 가야금을 뜯으며 산조(散調)를 따라 부르던 기녀가 있었고, 탐관오리의 가혹한 형벌에도 굴복하지 않는 춘향이가 있었다. 기녀가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거나, 탐관오리에게 항거를 하는 시를 읊조리던 말든, 이제 보고 듣는 이가 없도다. 그래도 시인들은 칠성판에 넓적한 엉덩이를 까고 앉아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