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강조한 IMF, 미덥지 않은 한국 정부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일 “각 나라는 2010년 혹은 2011년까지 수행할 경기부양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에 맞서기 위한 세계 각국의 과감한 처방을 독려하는 의미가 강하지만, 이를 한 꺼풀 뒤집어보면 이번 경제위기가 쉽게 끝날 게 아니라는 판단이 그 밑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세계 경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고 긴 위기의 골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위기의 시발점인 미국의 경우 정부가 2조달러가 넘는 구제금융을 쏟아부었지만 금융권 부실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자동차 빅3를 넘어 이제는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제너럴 일렉트릭(GE)마저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의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드러내놓고 떠들지만 않는다뿐이지 이미 세계 경제가 공황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경제학자들 사이에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올 초부터 급락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대규모 추경안을 편성해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왕 할 것이라면 추경안은 과감하게 짤 필요가 있다. 그러나 IMF도 지적했듯 올 한 해만 넘기면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내년이나 내후년, 아니 그 이상 길게 갈 각오를 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수출에 목을 매다시피 해 온 한국 경제를 내수가 뒷받침하는 구조로 바꾸는 등 이번 위기를 오히려 경제 체질을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최대한 지켜내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우리의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 초반 수준으로 외국보다 건전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급하면 국채를 찍어 해외에 내다팔 수 있는 선진 외국을 우리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는 한번 국가 부채 수렁에 빠지면 빠져 나오기가 더 힘들다. 지난 1년 동안 경제를 살린다며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할 것 없이 세금을 깎아주는 것 빼고는 대책다운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는 이 정부가 그래서 더 걱정스러운 것이다.
2009년 3월 9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