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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과 법정스님의 편지

주봉자 |2009.03.17 15:55
조회 1,265 |추천 1







 


이해인 수녀님과 법정 스님의 편지글

   



 
이해인 수녀님이 법정 스님께

법정 스님께...

스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 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무기력해지면
밭에 나가 흙을 만지고 흙 냄새를 맡아 보라고
스님은 자주 말씀하셨지요

며칠전엔 스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
오래 묵혀 둔 스님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보니
하나같이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은
스님의 수필처럼
향기로운 빛과 여운을 남기는것들 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일로 괴로워할 때
회색 줄무늬의 정갈한 한지에 정성껏 써보내 주신 글은
불교의 스님이면서도
어찌나 가톨릭적인 용어로 씌어 있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년 전
저와 함께 가르멜수녀원에 가서 강의를 하셨을 때도
눈감고 들으면 그대로 가톨릭 수사님의 말씀 이라고
그곳 수녀들이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서
우울해 있는 요즘의 제게
스님의 이 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잔잔한 깨우침과 기쁨을 줍니다.

어느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 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이젠 주소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가신 데다가
난해한 흘림체인 제 글씨를 늘처럼 못마땅해 하시고
나무라실까 지레 걱정도 되어서
아예 접어 두고 지냈지요.

스님, 언젠가 또 광안리에 오시어 이곳 여러 자매들과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 대조'도 하시고
스님께서 펼치시는 '맑고 향기롭게'의 청정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우니
스님께서 좋아하시는 물미역도 많이 드릴테니까요..~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님께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잡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 하던
수녀님의 그늘진 속뜰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더구나 수도자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보다 높은 뜻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 힘든 일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 차릴 수만 있다면
주님은 항시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욱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기도드리시기 바랍니다

신의 조영안에서 볼 때
모든 일은 사람을 보다 알차게 형성시켜주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런 뜻을 귓등으로
듣고 말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수녀님,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은
조그만 모래알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오늘 우리들에게 큰 위로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

이번 길에 수녀원에서 하루 쉬면서
아침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일을 무엇보다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내 속뜰에까지 울려 왔습니다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에는 해질녘에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꽃입니다
갓 피어난 꽃 앞에 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날이면 날마다 새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 곳 광안리 자매들의 청안(淸安)을 빕니다









 

















 
두분의 글을 읽고 있으려니 나는 어느새 시골 작은 성당 달맞이꽃 낮게핀 뜨락에 앉아깊은 산 이름모를 암자의 실바람에 달랑이는 풍경소리를 듣는다참으로 존경스러운 두분이시다평소에도 두분의 모나지않은 그러면서도 힘이 있는 글을 좋아 했지만 이리도 잔잔히 가슴 울리는 두분의 편지글은 그 어떤 詩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교훈이다.종교인이나 정치인들이 상대방의 존속을 서로 헐뜻고 비방하는 요즘 세태에 종교의 이념을 떠나 교리가 아닌 진리를 논하며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면서같은 마음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같은 눈으로 세상을 나무라고같은 심정으로 낮은곳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두분의 우정이 가슴 두근거리도록 존경 스럽다.두분의 참 교리 정신을 본받고 싶다.

2009년 삼월 열이레 주봉자 (鳳쟈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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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o Laine - He wa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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