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와 만날 약속이 있어 점심즈음 시내를 나갔어요
한 15분쯤 일찍 도착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군복을 말끔하게 다려 입은 군인 네명이 다가오더라구요
그 중 한명이 머쓱하게 웃으며 저한테 다가와서는
" 저.. 아가씨, 공중전화가 안보여서 그러는데
전화 한통만 짧게 빌려쓸수 있을까요? " 그러더라구요
비슷한 나이인데도
군인이 절 아가씨라고 부르는게 묘했어요
자신을 부르는 군인 아저씨라는 말이 적응됐던건지
남자친구 생각도 나고 해서 얼른 핸드폰을 건넸죠
" 오래 빌려 쓰셔도 되요 " 라고 했더니
환하게 웃더라구요
능숙하게 번호를 누르는거 보니
느낌상 애인같았어요
' 휴가나왔구나. 좋겠다 '
속으로 부러웠고 참 보기 좋았어요
그리곤 수화기 저편에서
경쾌한 컬러링이 흘러나오는게 들리더라구요
그는 그 노래만큼이나 상기된 표정이었어요
근데 한참을 기다려도 상대방이 전화를 안받는거에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음이 들리고서야
그는 핸드폰을 제게 건네며
" 안받네요 " 하는데
실망한 표정이 너무 역력해서
안되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기를 다시 건넸죠
" 이렇게 시끄러운데
잘 몰랐을수도 있죠 다시 해보세요 "
그는 두손으로
정중히 전화기를 받아들더니
초조했는지 몇 발자국 서성이다가
얼굴이 굳어지더니 금방 전화를 끊는거에요
" 전화가... 꺼져있다네요.. "
순간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그 남자 눈에 고인 눈물을 봤거든요
친구 한 명이 다가와
그 남자의 어깨를 만지작거렸어요
" 우리끼리 밥이라도 먹으러가자 "
그는 모자 아래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훑어내더니
제 핸드폰 액정을 주름도 하나 없는
군복으로 쓱쓱 닦는거에요 그걸 보니까
갑자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런 절 보고 그 사람이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더라구요
" 아가씨 왜울어요... 울지마세요 " 하면서
핸드폰을 제 손에 쥐어주는데
왜 그런거 있잖아요
엄마가 애를 달랠수록 더 크게 우는거
이놈의 눈물이 주책스럽게 멈추질 않는거에요
"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
생각나는 말이 그것 뿐이었어요
왠지 내가 잘못한것만 같아서
그 자리에 서있었던것도
전화를 빌려준것도 다시 해보라고 한것도
내가 여자라는 사실마저도
다 미안했어요 그냥..
그는 뭐가 미안하냐며
자기가 오히려 미안하다면서
인사를 꾸뻑 하고 저 만치 걸어가는데
그 군복입은 네명의 뒷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참 많이 모르고 살았던것 같아요
아니, 관심이 없었는지도 몰라요
애인에게 이별을 선고당한 군인들의 마음
그걸 왜 선고당했다고 하는지 알것 같더라구요
그 사람은 아마
제가 흔들릴때마다 기억하라며
하느님이 보내주신 일종의
부적같은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군인들이.. 아니,
군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남자들이
그런식으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