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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될수밖에 없었던 남자들의이야기

김세연 |2009.03.17 21:56
조회 203 |추천 0


친구와 만날 약속이 있어 점심즈음 시내를 나갔어요

한 15분쯤 일찍 도착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군복을 말끔하게 다려 입은 군인 네명이 다가오더라구요

그 중 한명이 머쓱하게 웃으며 저한테 다가와서는

 

" 저.. 아가씨, 공중전화가 안보여서 그러는데

전화 한통만 짧게 빌려쓸수 있을까요? " 그러더라구요

 

비슷한 나이인데도

군인이 절 아가씨라고 부르는게 묘했어요

자신을 부르는 군인 아저씨라는 말이 적응됐던건지

남자친구 생각도 나고 해서 얼른 핸드폰을 건넸죠

 

" 오래 빌려 쓰셔도 되요 " 라고 했더니

환하게 웃더라구요

 

능숙하게 번호를 누르는거 보니

느낌상 애인같았어요

' 휴가나왔구나. 좋겠다 '

속으로 부러웠고 참 보기 좋았어요

 

그리곤 수화기 저편에서

경쾌한 컬러링이 흘러나오는게 들리더라구요

그는 그 노래만큼이나 상기된 표정이었어요

 

근데 한참을 기다려도 상대방이 전화를 안받는거에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음이 들리고서야

그는 핸드폰을 제게 건네며

 

" 안받네요 " 하는데

실망한 표정이 너무 역력해서

안되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기를 다시 건넸죠

 

" 이렇게 시끄러운데

잘 몰랐을수도 있죠 다시 해보세요 "

 

그는 두손으로

정중히 전화기를 받아들더니

초조했는지 몇 발자국 서성이다가

얼굴이 굳어지더니 금방 전화를 끊는거에요

 

" 전화가... 꺼져있다네요.. "

 

순간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그 남자 눈에 고인 눈물을 봤거든요

 

친구 한 명이 다가와

그 남자의 어깨를 만지작거렸어요

 

" 우리끼리 밥이라도 먹으러가자 "

 

그는 모자 아래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훑어내더니

제 핸드폰 액정을 주름도 하나 없는 

군복으로 쓱쓱 닦는거에요 그걸 보니까

갑자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런 절 보고 그 사람이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더라구요

 

" 아가씨 왜울어요... 울지마세요 " 하면서

 핸드폰을 제 손에 쥐어주는데

 

왜 그런거 있잖아요

엄마가 애를 달랠수록 더 크게 우는거

이놈의 눈물이 주책스럽게 멈추질 않는거에요

 

"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

 

생각나는 말이 그것 뿐이었어요

왠지 내가 잘못한것만 같아서

그 자리에 서있었던것도

전화를 빌려준것도 다시 해보라고 한것도

내가 여자라는 사실마저도

다 미안했어요 그냥..

 

그는 뭐가 미안하냐며

자기가 오히려 미안하다면서

인사를 꾸뻑 하고 저 만치 걸어가는데

그 군복입은 네명의 뒷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참 많이 모르고 살았던것 같아요

아니, 관심이 없었는지도 몰라요

애인에게 이별을 선고당한 군인들의 마음

그걸 왜 선고당했다고 하는지 알것 같더라구요

 

그 사람은 아마

제가 흔들릴때마다 기억하라며

하느님이 보내주신 일종의

부적같은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군인들이.. 아니,

군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남자들이

그런식으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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