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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한 보름 전쯤에 올 들어 처음 비가 내렸을 때 올리려고 준비해놓은 포스팅인데 어쩌다가 다음에 또 비가 오겠지...하고 계속 미뤄왔었어요. 그러다가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오길래 오늘은 꼭 올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를 참 좋아해요. 물론 비오는 동안의 추적한 습기는 싫지만 세상이 빗소리에 묻혀 적막감이 감도는 느낌은 좋거든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 이 '비'라는 걸 잘 활용한 영화들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요. 신기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 중에도 영화 속에서 비가 내리는 영화들이 많은 것 같아요. 위에 사진만 봐도 그동안 제가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낸 영화들이 대부분이죠ㅎㅎ
로맨스, 멜로 영화에선 바로 비오는 동안의 그 적막감을 이용해서 두 사람간의 미묘한 심리를 극대화 시키는 데 활용하기도 하고, 범죄 스릴러 영화나 공포영화 같은 데선 눅눅한 도시의 느낌을 표현하며 처절함과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이 비가 가진 힘을 잘 살려내는 장면이 하나만 있더라도 그 영화는 적어도 저에겐 나쁜 영화로 남진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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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1997)
웨이트리스인 캐롤은 골칫덩이 손님이었던 강박증 환자 유달에게 자기 인생에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을 받습니다.
그 때문에 고마우면서도 한 편으로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유달에게 줄 장문의 '땡큐 노트'라는 것을 쓰게 되죠.
그러던 한밤 중 눈이 떠진 캐롤은 그 찝찝함을 떨쳐버리려 땡큐 노트를 들고 무작정 유달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유달의 집에 가던 중 장대비가 쏟아붓기 시작하고, 캐롤은 온 몸이 다 젖게 되죠.
이 영화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은 이 한 장면인데, 영리하게도 '비'로 캐롤의 갑갑한 심리를 잘 드러내면서도
그 '비' 때문에 벌어지는 후 에피소드까지 웃음코드로 잘 조리해냈죠.
영화가 또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장면이니만큼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여기서 비를 참 잘 활용한 것 같아요.
19번째 남자 Bull Durham (1989)
미국에선 엄청난 평가를 받았던 작품인데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영화죠.
그도 그럴것이 미국 야구 마이너리그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문화 차이가 크게 느껴진 것 같아요.
수잔 서랜든은 이 영화에서 리그 시즌마다 점찍은 유망주 선수를 꼬시는 특이한 성격의 여자를 연기합니다.
그러다가 그녀의 임무에 방해가 되는 한 남자를 만나죠. 바로 케빈 코스트너.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 시점 케빈 코스트너는 신인들에게 밀려 계약해지를 당해서 고향으로 떠나버리게 됩니다.
뒤늦게 그를 사랑함을 깨달은 수잔 서랜든은 빗 속을 뚫고 그를 찾아가 안기게 되죠.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라도 과하지 않게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도 꿈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잘 풀어내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 장면인 이 빗속 재회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오래된 정원 (2007)
자신이 잠수탄 동안 동료들이 참혹하게 고문받고, 잡혀 들어간 것을 보고 죄책감을 느낀
현우는, 자신을 숨겨줬던 윤희와의 작별을 고합니다.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버린 둘은 빗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애절한 감정을 나누죠. "숨겨줘, 먹여줘, 재워줘.....몸 줘.. 왜가니? 니가.."
개인적으로 참 인상적이었던 윤희의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기도 해요.
괴물 (2006)
괴물은 정말 비를 잘 활용한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처절함과, 스산함을 아주 잘 살렸죠.
이 장면의 배경이 햇빛 짱짱한 맑은 날의 오후였다면 과연 이런 느낌이 나왔을까요?
장면 설명은......안 해도 아실거라 믿고...ㅠ.ㅠ
린다 린다 린다 (2006)
송과 밴드의 멤버들은 그동안 합숙하고, 몰래 학교에서 연습하며 공연 준비를 해왔지만
정작 축제날 지각을 하고 맙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아주 세차게 내리죠. 비 맞은 생쥐마냥
흠뻑 젖은 그들은 이미 흥이 다 깨져버린 관객들 앞에서 그럼에도 젊은 혈기로 공연을 해냅니다.
관심없던 학생들도 추억의 노래와 열심히 공연하는 그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고...밴드 멤버들도
열심히 노래하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마치죠. 그렇게 축제의 마지막 날이 저물어 가고, 비는 아직도 세차게 쏟아붓습니다.
역시 그 전까지 건조한 여름날이 배경이었던 영화에서 마지막에 시원한 비를 쏟아붓는데 그 비 하나만으로 얻은
영화의 꿈틀대는 젊음의 감성은 아주 컸다고 생각해요. 별 특이한 얘기 없이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참 좋아하는 청춘영화입니다.
멋진 하루 (2008)
하루종일 돈 받으러 다녔던 구커플은 늦은 오후에 소나기를 만납니다.
황급히 버스를 탄 희수와 병운은 각각 다른 행동을 취하죠. 근심이 많은 희수는 창밖의 비를 바라보며 착잡한 감정을 삭히고
근심이라곤 없는 병운은 그런 희수를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희수의 미묘한 감정을 비과, 굴절버스라는 특이한 소재를
가지고 재밌게 연출한 장면이죠. 영화 보면서 비가 와서 반가웠던 장면이예요.
노트북 The Notebook (2004)
지역 신문에 난 노아를 보고 기절했다가 깨어난 앨리는 약혼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노아를 만나러 옵니다.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강기슭을 따라 유람을 즐기던 중 소나기가 쏟아붓죠. 앨리는 그때서야 마음에 담아뒀던
노아에 대한 원망을 쏟아붓고, 그게 오해였음이 밝혀지자 그 둘은 서로를 그리워했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합니다.. 참 뻔한 장면이긴 한데 그래도 비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장면이죠. 진부한 얘기에 살짝 과대평가를 받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실화니까 용서가 되는 영화같아요.
피아노 The Piano (1993)
딸의 말실수로 남편에게 불륜 행각을 들키고 만 에이다는 그녀에게 전부인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손가락 하나를
잃고 맙니다. 고통과 충격으로 일그러진 에이다는 빗속을 휘청이다 주저앉죠.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이 영화의 메인테마곡과, 홀리 헌터의 연기, 연출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했던 장면이었어요.
사랑니 (2005)
이 영화의 초반부의 이 장면을 처음 보고 이렇게 세련된 장면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었어요.
절제된 대사 속에 배우들의 표정과, 절묘한 편집만으로 조인영이라는 한 여자에게 일어나고 있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캐치해 낸 장면이죠. 이 장면에서 김정은씨의 연기도 정말 좋았어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001)
이 영화만큼 비가 많이 내린 영화도 찾기 힘들거예요. 로맨스 영화답지 않게 영화 전반적으로
조금 어두침침한 색감인데...바로 그 부분이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매력이거든요. 영화 처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비로소 이 장면을 끝으로 비가 잦아들고 햇빛이 창창한 날로 바뀌는데...
봉수가 원주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마음을 건네는 장면이죠.
계속 어긋나다가 드디어 두 평범남녀의 로맨스가 이뤄지는 장면이라 왠지 모르게 뭉클한 장면이기도 해요.
조디악 Zodiac (2007)
보이지 않는 살인마를 찾아 헤매던 로버트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게 되고, 그를 설명해 줄 증인도 찾게 됩니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에 그의 집에 찾아간 로버트는 바로 그 증인이 증거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고...
공포에 떨게 되죠.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던 로버트는 너무 무서워서 공포에 떨고 있는 그의 감정상태를 숨기지도
못하고, 헐레벌덕 그 곳을 빠져나옵니다. 영화 보면서 이 장면에서 정말 무서워서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세븐 Seven (1995)
비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데이빗 핀쳐의 영화 세븐이죠. 이 영화에서 추적한 도시의 이미지를 잘 살려냈는데
범인을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이 장면에서 내리는 비는 정말 최고로 잘 어울렸어요. 개인적으로 스릴러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인데 그 이유가 충격적인 스토리 보다는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이런 축축하고 음산한 매력 때문이죠.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g In The Rain (1952)
다행히 이 영화의 dvd를 소장중에 있어서 캡쳐할 수 있었어요ㅋㅋ
뭐 비 내리는 장면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죠. 언제 봐도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예요.
어느 멋진 날 One Fine Day (1996)
이 영화도 소소한 매력이 있는 영화예요. 초반부에 이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비가 내리는데...
잘 안 풀리는 하루의 시작으로 '비'만한 날씨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매그놀리아 Magnolias (1999)
제가 좋아하는 물 비;가 아니라 고민했지만 역시 충격적인 장면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개구락지 비씬이죠. 아직도 이 영화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이 장면의 의미도 확 와닿진 않아요.
소장 중인 영화들이 아니라 올리진 못했지만 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