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끌림

김은영 |2009.03.23 00:05
조회 78 |추천 0


 

1.

사랑의 시작은 그래요

어떤 이상적인 호감의 대상이 한번 내 눈을 망쳐놓은 이후로

자꾸 내눈은 그 사람을 찾기 위해 그사람 주변을 맴돌아요

한번 본게 다인데

내눈은 몹쓸 것으로 중독된 무엇처럼

그 한 사람으로 내 눈을 축축하게 만들지 않으면

눈이 바싹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거죠.

 

 

2.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3.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 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서 내릴 수도 없는 것

 

 

 

 

4.

지금 당장 먹고싶은것이 레몬인지 오렌지인지 그걸 모르겠을때

맛이 조금 아쉬운데 소금을 넣어야할지설탕을 넣어야할지 모르겠을때

어젠 그게 분명히 좋았는데 오늘은 그게 정말로 싫을때

기껏 잘 달여놓기까지 한옷을 빨랫감이라고 생각하고

세탁기에 넣고 빨고있을때

 

이렇게 손을 쓸래야 쓸수없는 난감한 상황이 오면 떠나는거다.

 

 

 

 

5.

사랑의 열정이 그러했고 청춘의 열정이 그러했고

먼 곳을 향한 열정이 그러했듯

가지고있는자와 가지고 있지 않은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것

이를테면 열정은 강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자와 건너지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길을 떠난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6.

먼 훗날은 그냥 멀리에 있는 줄만 알았어요

근데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잖아요

 

 

 

 

7.

떠나는 누군가를 붙잡기 위해 너무 오래 매달리다 보면
내가 붙잡으려는 것이 누군가가 아니라, 대상이 아니라
과연 내가 붙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게임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게임은 오기로 연장된다.

 

내가 버림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잡을 수 없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어 더 이를 악물고 붙잡는다.
사람들은 가질 수없는 것에 분노한다.

 

 

 

8.

차마 이별하기에 그 길엔 사람이 너무많았던가
그 길을 너무 밝지 않았던가


비 온뒤라 길이 질척이지는 않았던가
어려운 길이었던가
잊지 못할 길이었는가


내가 먼저 발걸음을 뗀 길이었는가
당신이 그 길 위에 서서 오래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섰던 길이었던가
코끝으로 작약꽃 향이 아스라이 스치고 지나갔던가

 

아니 그냥 향수 였던가
아니면 나무타는 냄새였던가
정녕 안녕이라고 말한 길이었던가


헌데 왜 나는 그 길위에 다시 서서 당신을 부르는 걸까.

 

 

 

 

이병률, "끌림" 中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