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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WBC 결승전을 보고 흘린 눈물

백경섭 |2009.03.25 23:26
조회 701 |추천 0

야구를 보면서 눈물이 났던 적은 처음이다.

월드컵 때도 나지 않았던 눈물.

만화같은 시나리오가 정말 현실로 이루어져 '스시를 먹다 배탈 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어느 네티즌이 결승전의 관전평을 적은 것처럼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5번이나 마주쳤다.

 

오늘따라 의사 '봉중근'의 첫 투구부터 몸이 무거워 보이는 것은 허구연 캐스터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만큼 신중하게 임할 수 밖에 없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리라...

 

-봉중근. '오늘도 저에게 힘을...'

 

 

반면 이와쿠마의 호투.

일본의 선제득점. 그리고 한국의 대추격전.

그야말로 피말리는 대접전이었고 결승전 이전까지 메리저리거들이 즐비했던 타국끼리 또는 타국과의 경기에서도 이런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5만여 관중,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

 

한국민들과 선수들은 30년간 한국야구를 침묵하게 해주겠다던 이치로의 망언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용규의 뒷통수를 고의 가격한 우쓰미에 대한 더티플레이의 분노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 김인식 감독의 참으라는 지시에 마음을 겨우 추스리며 일본과의 맞대결에 대해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셨다'고 미니홈피에서 투지를 불태운 이용규.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해 2루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던 이용규는 나카지마의 의도적인 훼방으로 헬멧이 깨져 벗겨질만큼 큰 충격으로 그의 무릎에 부딪혔다.

 

 

(사진 출처: http://newscomm.cyworld.com/board/view?bbs_grp_gb=SPORTS&bbs_sq=0&ctgr_cd=&post_sq=2217794&page=1)

 

이 역시 고스란히 한국민들의 가슴에 기억되고 말았다.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세이부에서 홈런타자로 정평이 나있는 나카지마는 2루로 달리다가 고영민에게 아웃되던 중 병살처리를 하던 고영민의 무릎을 두 손으로 잡는, 더티 플레이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이를 보고 MBC의 허구연 해설위원은 일본이 '좀팽이야구'의 절정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기가막혀했다.

 

한국대표 선수들 전원의 연봉이 최고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 한 사람의 연봉보다 적음에도 그들은 메이저리거들을 줄줄이 무릎 꿇렸다. 일본에 6개나 되는 돔구장 하나 없는 한국.

지난 해 손가락 부상으로 요미우리에서 홈런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수모를 받았던 이승엽이 요미우리 구단을 위해 차마 WBC 국가대표에 불참을 선언했을 때... 나는 한국 선수들이 4강이상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대호, 김태균. 고영민. 이용규. 최정. 봉중근. 정대현. 정현욱, 임창용 등... 추신수를 제외하고 메이저리거 하나 없는 한국 선수들이 결승전에 올라 이렇게 투지를 불사르며 뛰는데 어찌 눈물이 나오지 않겠는가?

김인식 감독은 뇌경색 후유증으로 불편한 몸으로 팀을 지도해왔다. 대표팀 구성 당시 KBO의 지원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래서 과연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수나 있겠는가 생각했을 만큼 형편 없었다.

 그나마 한 명 있는 메이저리거 추신수도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할만큼 추신수 소속구단의 간섭도 심해 마음고생도 컸다.

 봉중근은 꿈의 구단 메이저리그 필드를 밟았지만 오랫동안 있을 수 없어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박찬호도 없었다.

 

3대 2로 뒤지던 팽팽한 접전 끝에 9회말에서 이범호의 기적같은 안타가 나왔다. 미국 중계방송 캐스터들은  LA다저스 구장이 순간 들썩거렸다고 표현했다.

한국이라는 나라.

나는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참으로 선한 민족성을 가졌다. 끈기와 정신력을 가졌다. 선함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 때도 보였지만 늘 한국의 야구는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한국은 대체로 늘 fair play를 한다.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그렇다. 축구를 하든, 핸드볼을 하든, 야구를 하든, 스케이팅을 하든... 무엇을 하든...

공격을 받아도, 반칙으로 어려움을 당해도 대체로 인내해낸다.

2002 월드컵 때도 이탈리아 선수에게 팔꿈치 가격을 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머리에 두건을 쓰고 뛰다가 결국 골을 만들어 승리한다.

한국인들에게는 무엇인가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 위해 한번 지면'복수'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쓰는 어느 나라와는 참 다르다.

 

SK 김성근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결승 경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마지막 선물이 배달되지 않은 느낌, 이건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오늘 오후 느꼈을 감정 아닐까. 하지만 언젠가 도착할 선물이다. 포장은 아직 그대로다. 그래서 4년 후 우승, 정상 도약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기다림과 동의어다.'

 

 

나는 9회말에 정말 울었다.

단순히 9회말 투아웃 역전이라서 눈물이 글썽여진 것이 아니었다.

법대로 경기하며 최선 다한 이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겨져 나온 진심어린 탄성과 환호였고, 한국민의 서러운 역사 속에서도 꿋꿋하게 나라를 목숨바쳐 지켜 보란듯이 살려내고야 마는 한국 역사를 보는 것 같아 더욱 그랬다.

그러나 10회에서 나의 마음은 부서지고 말았다.

이치로한테 2타점 적시타 5:3을 결정짓는 1구가 임창용의 실투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김인식 감독이 걸러 보내라고 지시했던 이치로에게.

봉중근은 눈물을 흘렸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내가 야구 경기에 이렇게 관심 많은 사람은 원래 아니다.

그러나 이번 WBC 결승전은 그저 하나의 경기로서 본 야구가 아니었다.

LA의 수만명의 교민들이 다저스타디움에 모여들었다. 저마다 집에서 피켓을 만들어왔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안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까지. 대한민국 화이팅...

 

경제가 어렵다. 정치권에 소망이 보이질 않는다. 사회가 어수선하다. 한숨 깊은 세계와 한국. 북한의 미사일 장난질에 머리가 어지럽다. 그렇게 어수선했던 2009년 3월이었다. 이런 3월에 한줄기 아침 햇살의 광선처럼 줄기차게 보여준 한 무리의 순수한 고군분투.

나는 3월에 열린 제2회 WBC에서 김인식 감독과 한국 선수들이 한국인들과 세계인들에게 우리가 돈에 의지해서도 아니고, 거품 가득한 명성으로서도 아니고, 오직 성실한 노력과 정신력과 하나됨과 격려와 신뢰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깊은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미국은 돈을 챙기고 일본은 연속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지만

한국은 세계에 지워지지 않는 감동을 남겼다.

늘 한국은 그렇게 감동을 남긴다.

아쉬운 마음도 없잖아 있지만 이제 김연아의 우승을 기대해 본다.

 

 

열정이 왜 아름다운지를 아낌없이 보여 준 세계최고 명장,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 김인식 감독과 한국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 선수단, 진심으로 고맙다.

대한민국. 우리는 늘, 언제나 법대로 경기하면서 세상에 올바른 의미를 되새겨 주며 감동을 주자. 어떻게 해서든지 이기기만 하면 승자라는 우승 방정식도 필요 없다.

일본 기자가 미국 선수에게 물었다.

'미국이 일본에게 복수할 필요가 없겠습니까?'

그 질문에 미국 선수가 매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왜 '복수'를 해야 하지요? 우리는 다만 승리를 향해 갈 뿐입니다.'

 

인간의 스포츠는 아름다움을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내가 너보다 낫고, 우리가 너희보다 낫다는 우월의식이 스포츠에 포함되는 정신이라면 '복수'라는 표현을 써도 적절하겠지만 그런 긴장감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인간적 요소일 뿐이다.

1등. 그리고 승리. 그것은 최선을 다해 아름다움을 꾸민 자들에 대한 상급이다.

아름다움을 남기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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