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23년 만이다... 어느 비오는 날
기분도 그렇고 무작정 걷다보니
어느새 동네 영화관 앞까지 왔다.
주윤발이고 장국영이고
어느 하나 모르던 시절..
멋진 남자 셋이 총들고 있길래
그냥 불쑥 들어가 보게된 영화
그렇게 그 영화는 첫사랑의 소녀처럼
우연히 내 가슴에 들어와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89년쯤
미국에 있던 친척이 한국에왔다.
큰아버지를 보러 홍콩에 가길래
영웅본색 사운드트랙을 부탁했다.
하지만 구할 수 없었다.
지금듣기엔 촌스런 사운드일지 몰라도
내게는 최고로 멋진 영웅들의 백뮤직이었고
영화 속 그들의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가슴 뛰었으니까..
그렇게 백방으로 구하려 했지만
찾을 수조차 없었다.
너무 사랑했던 여자는
지상에선 다신 찾을 수 없듯..
그리고 95년
홍콩으로 가게 되었을 때
순전히 두가지 작정을 하고선 갔다.
하나는 ma hero 장국영이 마지막 유명을 달리한
만다린 호텔 그 자리에 가서 장국영을 추억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영웅본색의 OST앨범을
반드시 구해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는 곳 마다 찾아 들른
몇군데 크고 작은 레코드 점에는
이젠 기억조차 희미해진 영화 음악일 뿐이었다.
그 영화가 얼마나 내게 강렬했는지는
영화 속 그 음악들을 한번 듣고 바로 외워버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영웅본색 음악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 OST일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영웅본색 팬으로서는 좀 어이없긴 하지만
2001년에 일본에서 한정판으로 영웅본색 OST(1-2편을 합친)
가 나왔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
그 음악들을 손에 접할 수 있었다.
아아!!! 이 감격이란!!!
비록 씨디는 아니지만
내가 호주에서 한국에 온걸
잘했다 생각하는 몇 안되는 일일 듯하다.
영웅본색의 음악은 고가희(Joseph Koo) 음악감독 작품으로
한정판을 만들때 특별히 디지털 작업으로 재탄생했다는데
신디사이저가 주류인 음악인지라 그렇게 세련되게 바뀐 듯 하진 않다. 오히려 영화에서처럼 옛날의 투박한 사운드가 정겹다고나 할까.
오늘 밤은 잠을 못이룰 것 같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혹은 추억이 되버린
영웅들의 우정을 생각하며...
+ 진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