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세부(Cebu)와 보라카이(Boracay)는 필리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이자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휴양지이다. 두 곳 모두 휴양지로서 최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어디를 가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림 같은 바닷가에서 한가하게 휴식을 취하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
세부는 해변이 마치 눈이 쌓인 듯 새하얀 ‘화이트 비캄로 유명한 보라카이와 견주었을 때 해변의 풍광과 모래사장이 다소 뒤처질지 모르나 산호와 갖가지 색깔의 열대어들이 헤엄치는 바다 속 세상은 현실과 유리된 꿈 같은 광경을 선사한다. 스노클링, 윈드서핑, 아일랜드 호핑 투어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가 많아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세부의 바다 빛깔은 하루에 일곱 번 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코발트 빛 바닷물 속의 울긋불긋 현란한 색채는 세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이빙이 세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이지만, 꼭 다이빙을 하지 않아도 세부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방카’라는 필리핀 전통 배를 타고 주변 바다와 섬을 누비며 수영이나 스노클링, 줄낚시 등을 즐기는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투어다.
세부 여행의 꽃, 아일랜드 호핑 투어 ‘남쪽의 여왕 도시’라고 불리는 세부는 마닐라에서 동남쪽으로 560㎞ 지점의 비사야 제도에 자리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보홀 섬과 서쪽으로는 네그로스 섬을 아우르고 있다.
세부는 크게 본섬과 2개의 연륙교로 이어져 있는 막탄 섬으로 나뉜다. 동양에서 가장 ‘스페인적인 도시’로 알려진 세부는 300년에 걸친 스페인 통치시대의 역사적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을 뿐 아니라 필리핀 서민들의 꾸밈없는 생활 모습까지 엿볼 수 있어 다른 휴양지에 비해 볼거리가 다양한 편이다. 특히 막탄 섬은 색종이를 오려낸 듯한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수많은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그리고 최고급 리조트들로 전 세계 관광객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막탄 샹그릴라, 힐튼, 플랜테이션베이 등 특급 리조트는 인공 수영장뿐만 아니라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해변을 끼고 있다. 해먹에 누워서 오수를 즐기거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달빛을 받으며 수영을 하거나 호사스러운 마사지를 받으면서 나만의 조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일랜드 호핑 투어는 세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리조트에서 한 걸음 더 바다로 나가면 산호가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갖가지 색깔의 열대어들이 헤엄치는 코발트빛 바다 속의 숨겨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선착장에 도착하니 10여 척의 방카가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흔들흔들 떠 있다. 바닷물이 얕아서 사람이 끄는 쪽배를 이용해 방카 보트에 몸을 싣고,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코발트빛 바다 위를 유유히 떠가다 보면 힐루뚱안 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선착장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힐루뚱안 섬 앞바다의 산호 밭은 스노클링의 명소로 이름이 높다.
수상 매표소에 입장료를 지불한 뒤, 방카는 스노클링하기 좋은 지점에 정박했다. 세부의 바다를 보고 있자니 ‘아,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팔을 길게 뻗어 손에 물을 적셔본다. 금방이라도 피부색이 투명하게 변해버릴 것만 같다. 식빵 조각을 뿌리니 열대어들이 다가와 재빠르게 낚아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숨 대롱 달린 물안경을 쓰고, 발에 딱 맞는 오리발을 차고 현란한 색채의 물속 세상에 몸을 던졌다. 온몸의 힘을 빼고, 물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자 물밑 세상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산호 무리가 울긋불긋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고, 열대어들은 확 흩어졌다 모인다. 이따금 한 입 가득 물게 되는 짜디 짠 바닷물에 혼비백산하지만 물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스노클링 뒤 배 앞머리에 누워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은 유난히 평화롭다. 햇살마저 감미롭다. 하염없이 누워 있다 보면 무료하다는 것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에 도취된다. 시간도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고 마음 밑바닥에 엉켜 붙었던 찌꺼기들도 말끔히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한나절 스노클링과 수영, 줄낚시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수상 식당으로 옮겼다. 돼지 꼬치와 닭 꼬치, 생선·고둥·게 등 싱싱한 해산물이 식욕을 돋운다. 바다에서 노느라 배가 고팠던지 바비큐 맛이 꿀맛이다. 스노클링이나 수영도 마음껏, 게다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만끽할 수 있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는 세부 여행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숨겨진 보석 같은 섬, 보홀 세부에서 배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보홀(Bohol) 섬은 세부에 비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눈부신 햇살, 하늘과 맞닿아 펼쳐진 코발트빛 바다와 그림 같은 해변, 섬 전체를 둘러싼 산호초 등을 품고 있어 느긋한 휴식을 누릴 수 있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휴양지다.
세부 섬이 해양스포츠와 함께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큰 도시라고 한다면 보홀 섬은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는 몇몇 명소를 제외하곤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오직 바다와 벗하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한적한 시골이다. 그래서 휴식하기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진정한 휴식을 위한 최적의 여행지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은 보홀을 ‘숨겨진 보석’이라 부른다.
보홀에는 크고 작은 부속 섬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보홀의 주도 타그빌라란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팡라오 섬이다. 대부분의 해변이 산호 가루로 이루어진 화이트 비치로 분말처럼 보드라운 모래가 야자수와 어우러져 한마디로 지상낙원이다. 특히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알로나 비치는 보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탤런트 김호진·김지호 커플이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알로나 비치는 해변 입구의 ‘낙원 일보 직전(One Step Before Paradise)’이라는 간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바다와 수십 척의 방카, 희고 고운 산호 가루로 이루어진 백사장과 1㎞ 남짓한 해변 뒤편으로 길게 드리워진 야자수 등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광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새하얀 모래사장에 다가가면 형형색색의 조가비, 소라, 고둥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재빠른 게, 느려 터진 불가사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바다를 들락날락하며 청정해역임을 알려준다.
코발트빛 바다 너머 수평선과 만나는 새하얀 하늘은 높아질수록 그 푸른빛을 더한다. 하얀 분말을 일으키는 파도에 몸을 적시며 아담과 이브가 되어 남국의 낭만을 즐기다 지치면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아 선탠을 하면 된다. 이마저도 귀찮으면 잔잔한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책을 읽거나 늘어지게 낮잠을 자며 달콤한 휴식에 젖어들면 그만이다. 기세 좋게 이글거리던 남국의 태양이 시나브로 수평선 위에 내려앉으면 해변과 맞닿은 레스토랑 테이블에는 하나둘씩 촛불이 켜진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맛보는 싱싱한 해산물 요리는 ‘맛’보다 ‘분위기’ 때문에 더욱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보홀은 동양의 홍해(Red Sea)로 불릴 만큼 바닷물이 유난히 맑아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많기로 유명한데, 알로나 비치에 해양스포츠 숍이 몰려 있다.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약간의 교육을 통해 10m 안팎까지 잠수할 수 있는데 안전을 위해 경험 많은 다이빙 마스터들이 1인당 1명씩 함께 들어간다. 특히 알로나 비치에서 30분 거리의 발리카삭 섬은 엄청나게 많은 열대어들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호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의 명소로 유명하다. 바다 속을 유영하면서 만화 캐릭터 ‘니모’로 더 잘 알려진 커먼크라운을 만날 수 있고, 다이빙을 마치고 배 위에서 일광욕이나 낚시를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팡라오 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파밀라칸 섬 앞바다로 가서 돌고래 떼의 유영을 감상하는 일도 놓칠 수 없는 색다른 볼거리다. 운이 좋으면 돌고래 수백 마리가 자유롭게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홀은 아직까지 관광지로 개발이 덜 돼 한적하다. 우리에겐 낯선 여행지이지만 침대에서 눈을 뜨면 통유리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평화로운 아침,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낮,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붉은 노을과 낭만적인 열대의 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섬이 어디냐고 물으면 보라카이 섬보다 보홀 섬이란 대답이 더 많다. 그만큼 보홀 섬은 아직 사람들의 손때가 덜 탄 바다와 해변뿐만 아니라 태고의 신비감을 만끽할 수 있는 독특한 자연경관이 잘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보홀에서 꼭 해 봐야 할 것이 로복 강 투어다. 길이가 21㎞에 이르는 로복 강은 ‘필리핀의 아마존 강’이라 불리는 곳으로, 보홀 섬에서 가장 긴 강인 로복 강을 따라 여행하는 리버 크루즈는 선셋 크루즈 못지않은 낭만이 넘실거린다.
로복 강 투어는 타그빌라란에서 약 24㎞ 떨어진 로복 마을의 로아이 다리 밑에서 출발한다. 로복 강 투어는 대부분 점심 식사 시간에 맞추어 진행되는데, 선상 식사를 즐기는 약 1시간 동안 강의 상류 부사이 폭포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가는 터라 엔진이 달린 조그만 배가 뒤에서 유람선을 밀고 간다.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다 보면 삶에 찌든 마음속에도 어느덧 녹색 세상이 펼쳐진다. 이리저리 눈길을 옮겨도 주변은 터널을 이루다시피한 원시림과 하늘 높이 솟은 열대 야자수, 짙은 녹색 물결뿐이다. 아무리 감성이 무딘 사람이라도 탄성을 뱉어내지 않을 수 없는 이국적인 풍광이다. 유전자 속에 내재해 있던 ‘녹색갈구증(綠色渴求症)’탓인지, 초록빛이 무딘 감성을 자극할 뿐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가장 아늑하고 평온하게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강변에 나와 나무 넝쿨을 타고 타잔처럼 강물로 뛰어 내리거나, 강물에서 빨래하는 아낙네의 모습이 정겹다.
배 안으로 눈을 돌리면 뷔페식으로 푸짐히 차려진 필리핀 전통 음식들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뭇잎을 깔아 만든 접시마다 꼬치구이와 해물 요리, 코코넛 떡, 필리핀식 잡채, 열대 과일들이 담겨 있고, 맛 또한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다. 기타를 든 무명 가수가 연방 낭만 가득한 팝송을 불러준다.
부사이 폭포를 기점으로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 안에서 마을 주민들이 환영의 의미로 펼치는 춤과 노래 공연을 볼 수 있다. 별도의 관람료는 없지만 흥겨운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던 관광객들은 기부금 함에 성의껏 돈을 넣는다.
보홀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은 ‘초콜릿 힐(Chocolate Hills)’이다. 214개의 계단으로 이뤄진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로 보이는 몽글몽글한 원뿔형 구릉들이 끝없이 펼쳐진 장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주의 오름 같은 것도 있고 경주의 고분 같은 것도 있다. 초콜릿 힐은 ‘필리핀을 상징하는 지질 현상’으로, 1270여 개나 되는 구릉들이 갈색으로 일제히 물든 장관이 꼭 ‘키세스’ 초콜릿을 뿌려놓은 듯 보인다고 해서 ‘초콜릿 힐’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오랜 옛날 아고라라는 거인이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의 방울이 변하여 봉우리가 되었다는 사랑의 전설을 품고 있는 초콜릿 힐의 전망대에는 우물과 함께 종이 하나 걸려 있다. 처음 찾은 이들이 동전을 우물에 던지고 난 뒤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팍상한 급류 타기 필리핀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팍상한 폭포는 마닐라를 찾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거쳐 가는 당일치기 관광 명소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을 비롯해 ‘여명의 눈동자’, 조성모의 뮤직 비디오 촬영 장소 등으로 유명한 팍상한 폭포의 원래 명칭은 막다피오 폭포이며 여러 개의 폭포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가장 큰 폭포의 낙차는 100m에 달한다.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라구나(Laguna)를 향해 고속도로로 3시간 정도 달리면 팍상한 마을이다. 팍상한 폭포를 보려면 카누에 비해 좁고 긴 배를 사람의 힘으로 밀고 끌며 열대우림을 한 시간 정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보통 투어는 2시간 정도로 폭포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 폭포에서 휴식을 취하며 폭포를 탐험하는 데 30여 분, 다시 내려오는 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폭포 탐험은 강 하류에서 거센 물살을 거스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폭포로 이어지는 깊은 계곡에 진입하면 물의 깊이는 깊어졌다 얕아졌다를 반복하고 앞뒤에서 배를 끌어주는 보트맨들의 노련한 기술이 인상적이다. 맨몸으로 급류를 올라가는 것조차 힘든 일인데 맨발로 미끄러운 돌멩이를 이리저리 밟아가며 사람 둘을 태운 보트를 끌고 올라가는 보트맨의 구릿빛 등짝을 보는 마음이 심란했다. 가마를 타고 금강산에 오르는 격이다.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고 가마 메는 고통은 알지 못하네’라는 다산 정약용의 ‘가마꾼의 아픔’이란 시가 떠올랐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트맨의 고단한 삶보다는 기기묘묘한 각종 절벽과 크고 작은 폭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협곡 사이로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올라가면 팍상한 폭포가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기둥 소리가 제법 크고 활기차다. 대나무 뗏목을 타고 건너면 폭포 안쪽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폭포의 거센 낙수를 맞는 재미는 색다르다.
폭포수로 시원하게 전신 마사지를 받고 난 뒤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맡긴 채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보트맨이 생뚱맞게 “재밌어요?”라며 피식 웃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손님들과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보트맨의 웃음 속에서 소박한 삶이 안겨주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풍광뿐 아니라 사람과의 만남은 아름다운‘추억’으로 남아 언제나 여행을 갈망하게 만든다.
세부 시티와 막탄 섬 양쪽에 스페인 식민 시대의 유적이 흩어져 있다. 세부 시티에서는 탐험가 마젤란이 1521년에 만들었다는 ‘마젤란 십자가(Magellan’s Cross)’와 마젤란이 라자 후마본의 부인인 파나에게 건넸던 산토 니뇨 상(아기 예수 그리스도 상)이 있는 산 어거스틴 교회(San Augustin Church)가 역사적인 볼거리이자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세부 시청 앞 팔각당에 안치돼 있는 마젤란 십자가는 1521년 필리핀 최초로 가톨릭을 받아들인 추장과 그의 일족이 세례를 받은 것을 기념해 세워진 거대한 나무 십자가로, 팔각당 내부의 천장엔 당시의 세례 광경을 묘사한 벽화가 남아 있다.
마젤란 십자가 바로 옆에 우뚝 솟아 있는 산 어거스틴 교회는 ‘아기 예수’란 뜻의 ‘산토 니뇨 교회‘라고도 불린다. 이 교회 안의 아기 예수 상은 몇 번의 화재에도 불타지 않은 성물(聖物)로 세부 사람들에게는 기적의 수호신으로 숭배 되고 있다. 마젤란이 라자 후마본의 부인인 파나에게 건넸던 아기 예수상이 유리관 속에 봉안되어 있는데 매년 1월 셋째 주에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세부 섬의 가장 큰 축제인 시눌룩 축제가 열린다. 산토 니뇨 상의 유리관에 손을 갖대대거나 입술을 맞추며 기도하기 위해 언제나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고 있다.
1565년 스페인의 초대 총독인 레가스피와 안드레스 신부에 의해 세워진 교회 는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된다. 교회의 내부는 독특한 정적에 싸여 있으며, 성스러운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준다. 또한 수백 년 전의 조각과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경건함과 숙연함 뿐만 아니라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교회 문 밖에서 촛불을 켜며 기도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인 산 어거스틴 교회에서 마볼로 거리를 지나 연륙교를 건너면 마젤란이 원주민의 저항을 받아 최후를 마친 막탄 섬으로 이어진다. 동서로 6㎞, 남북으로 4㎞ 정도 뻗은 섬의 북동쪽 끝 해안에는 스페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마젤란과 전투를 벌였던 막탄 섬 추장 라푸라푸의 동상과 정복자인 마젤란의 기념비가 대칭을 이루고 서 있다. 규모가 작은 마젤란 기념비와는 달리 방패와 큰 칼을 든 강건한 용사의 모습을 한 라푸라푸 동상은 침략자를 응징하듯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스페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마젤란의 흔적을 더듬겠지만 식민 지배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정복자에 맞서는 피정복자의 자존심을 느낀다.
보홀 섬에도 식민지 시대의 유산과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원시림 속 스페인풍의 건물들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보홀의 주도이자 보홀 여행의 거점인 타그빌라란 시내에서 해안 간선도로를 따라 4㎞ 정도 가다 보면 보홀의 역사적 사건을 담은 혈맹기념비와 혈맹기념상이 세워져 있다.
1565년 3월 16일 보홀 섬의 추장이었던 시카투나는 스페인왕 대리인 레가스피와 양국의 우호조약을 위해 서로의 피를 포도주 잔에 섞어 나눠 마셨고, 이는 백인과 아시아인 사이에 맺어진 최초의 우호조약으로 기록돼 있다. 동상 자체는 물론 주변 풍광도 수려하지 못하지만 필리핀이나 세부, 보홀의 역사에서 스페인이 갖는 중요성 때문인지 필리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혈맹기념비 인근의 바클라욘 교회(Baclayon Church)는 4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이 고풍스레 묻어나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다. 스페인 통치 시대인 1595년에 세워졌는데 미사가 열릴 때면 사람들로 가득 차고, 평일에도 관광객과 결혼식 하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호 가루와 달걀흰자를 섞은 코랄스톤으로 만든 웅장하고 거대한 옛 건축물은 아직도 수세기 전의 건축학적 디자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교회 내부의 16세기 초 유물들은 교회와 이웃한 바클라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박물관이 들어선 2층 건물도 18세기 초에 건립되었는데, 보홀의 특산물인 단단한 재질의 물라비 나무로 만든 박물관 바닥은 설립 당시 그대로 보존돼 있다.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박물관을 둘러보면 16세기 초 성직자들의 복식을 비롯해 동물 가죽에 라틴어로 인쇄된 교회 음악의 가사, 종교 유물과 고미술품 등 스페인 식민지 시기 가톨릭 유물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그덕삐그덕 소리가 난다.
이외에 둘러봐야 할 곳은 스페인 건축양식으로 유명한 다우이스 교회(Dauis Church)와 3층 구조의 예배실이 특징인 로복 교회(Loboc Church)다. 1697년 목조로 세워진 뒤 1923년 석조 건물로 재건축된 다우이스 교회는 보홀 교회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 건축의 영향이 잘 남아 있는 교회 내부에는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천장 장식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마을에 해적이 침입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교회 안에 은신해 있었는데, 물이 떨어지자 갑자기 제단 앞에 우물이 생기고 신선한 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아직도 사람들은 이곳의 수호 성인인 성모 마리아가 성스러운 능력을 보여 주었던 곳이라고 믿고 있다.
Information
Philippines 일 / 반 / 정 / 보
가는 방법 세부 필리핀항공에서 인천~세부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약 4시간 20분. 필리핀항공은 마닐라~세부 국내선 구간도 매일 6편 이상 운항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세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보홀 인천에서 보홀까지 가는 직항편이 없다. 마닐라까지 간 후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타고 가거나 세부에서는 페리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페리를 타고 보홀을 갈 경우, 배 출항 시간보다 무조건 20분 전에 도착해 있는 것이 좋다. 어떤 경우에는 출항 예정 시간보다 먼저 출발하기도 한다.
출입국 심사 필리핀 공항에서의 짐 검사는 무척 까다롭다.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액체와 젤류의 반입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국내선에서는 MP3 플레이어와 건전지, 이어폰도 기내로 갖고 들어갈 수 없다. 마닐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출발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공항에 들어가기 전에 수하물 안전 검사를 하고 발권 전에는 항공기에 실을 수하물의 무게를 확인한다.
비자, 환율 21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다. 만약 장기간 체류하려면 필리핀 대사관에 59일 관광 비자를 신청하거나 현지에서 비자를 연장하면 된다. 현지에서는 한 번에 30일씩 비자를 연장해주는데, 최장 1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필리핀의 화폐 단위는 페소(P)이다. 4월 중순 현재 1페소는 약 24원이다. 페소는 인천 공항에 있는 은행에서 바꿀 수 있지만 현지에서 달러로 환전하는 것이 다소 유리하다. 여행 후 남은 필리핀 화폐는 한국에 돌아와도 환전이 불편하므로 공항 면세점이나 기내에서 물건을 구입한다면 일단 남은 페소로 가격을 지불하고 모자라는 금액은 달러로 지불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후, 옷차림 필리핀의 기후는 전형적인 열대성 기후로 연중 덥고 습도가 높다. 건기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이며, 우기는 6월부터 11월까지이다. 우리의 여름 옷차림이 무난하다. 그러나 실내에서의 냉방과 바깥에서의 뜨거운 햇빛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말린 망고와 파파야 비누 과일을 비행기에 실어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불법이지만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100페소 정도 하는 ‘말린 망고’는 가능하다. 피부에 좋다는 파파야 비누도 50~70페소면 구입할 수 있다.
필리핀항공 기내 면세품 구입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국적기와는 달리 필리핀항공에서는 신용카드를 취급하지 않는다. 달러와 페소만이 통용되며 원화도 사용할 수 없다. 기내에서 양주나 담배 등을 사고 싶다면 달러나 페소를 현찰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출처] Colors of Philippines |작성자 mogu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