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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2]

이주연 |2009.03.27 22:02
조회 174 |추천 0

이유도 없습니다

여자는 오늘 그냥 이남자가 다 싫습니다

다른 사람이 좋아졌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남자친구가 뭘 잘못했냐 그것도 아니구요

그냥 정말 그냥 다 싫습니다

 

물론 잘 찾아보면 이유가 있긴 하겠죠

호르몬이 날뛴다거나 하늘의 달이 점점 차오르고 있거나

습도가 높은 날이었다거나

어쨌든 이유같은 이유는 아니죠

그럼 오늘 이 여자는 남자친구가 얼마만큼 싫으냐 하면

노래가사처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사랑스럽긴 커녕

입고 나온 옷도 다 뵈기 싫고 말하는 한마디한마디가 다 한심하고

버릇처럼 머리를 긁적이는 행동도 불결하게만 느껴집니다

 

'밥 먹으러 갈까 밥 어때 순대국밥 먹으러 갈까?'

 

남자의 짧은 말에도 여자는 신경이 북북 거슬려서는 삐딱하니

생각하는 메뉴하고는

여자의 혼잣말 같은 대답에 남자가 뭐라고?

물어보면 여자는 날카롭게 대답하는 거죠 

 

'니 먹고 싶은 거 먹으라고

근데 너 면도는 하고 나온 거야?'

 

'면도 아침에 했는데 그 사이에 또 수염이 자랐나보네

내가 야한 생각을 좀 했더니 히힛

어때 수염 있으니까 좀 야성적으로 보이지 어?'

 

속도 없는 그 말은 여자는 대답도 하기 싫습니다

 

식당에 가서도 여자는 숟가락만 달그락 달그락

근데도 그 옆에서 후르룩짭짭 순대국밥을 그릇째로 들이키는 먹성좋은 남자친구

여자는 목 끝까지 그런 말들이 차오릅니다

이 돼지 아예 뚝배기를 뿌셔 먹어라 전봇대로 이를 쑤셔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건 바로 이남자의 무딤입니다

내가 널 이렇게 싫어하고 있는데 넌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

여자는 결국 한미디하고 말죠

 

'맛있어? 넌 사는 게 재밌어?'

 

그러자 남자가 뚝배기를 탁 내려놓으며 하는 말

 

"그래 맛있다 아주 맛있어 죽겠어

너 같으면 여자친구가 그러고 있는데 입맛 좋겠냐?

그렇 어떻게 하냐?

넌 아까부터 짜증나있는데 난 이유도 모르고 같이 화내면 싸울 것 같고

나라도 실실대고 나라도 돼지같이 먹어야지

너 어차피 내가 나중에 왜 짜증내냐고

물어도 대답 안 해줄거잖아 아니야?"

 

이유없이 짜증나는 날도 있죠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알아주어야 할 것은 그 이유는 아닐 겁니다

다만 그 짜증을 어떻게 받아줄 수 있는가 하는 것

모든 걸 다 알진 못해도 받아줄 수 있는
최소한 잠깐은 참아줄 수 있는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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