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전제가 있다. 당신이 술을 먹고 연락두절이 되었다거나 약속을 잊었다거나 하는 명확한 잘못을 저지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래 사귀면 사귈 수록 알 수 없는 순간, 특히 나름대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에 벌컥 화를 내는 그녀, 당췌 이유를 알아야 풀어주지. 난감한 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몇가지 옵션을 귀띔하고자 한다. (물론 모든 상황을 100% 껴 맞추려고는 하지 말 것. 상황에 따른 당신의 판단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니까.)
일단 이 여자, 왜 화를 내는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자.
1. 당신이 정말 싫어져서 (확률 약 5%)
가장 드문 케이스이다. 정말 아무 이유없이 시도 때도 없이 트집을 잡아 당신을 괴롭힌다면 당신이 싫어져서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정말 싫어진 사람에게 무관심이나 연락두절로 대응하지 직접적으로 들들 볶는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쉽게 갈라서기 힘든 '아내'라면 또 모를까. ㅋㅋ
2. 당신을 시험하느라고 (확률 약15%)
이따금 여자는 남자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 남자, 나를 좋아하긴 하는 거 같은데 대체 얼마나 좋아하는 걸까?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 번 확인해볼까? 그렇지만 이런 경우 여자는 괜한 트집을 잡기 보다는 조금 화낼 상황에서 더 많이 화내는 등의 방법으로 표출한다. 나 이런 못된면이 있는데, 이것까지 좋아해 줄 수 있겠냐는 상당히 뒤틀어진 감정 고백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3. 쌓인 것이 많아서 (확률 약30%)
그렇다. 아마 당신이 이유를 정말 알 수 없는 경우라면 그녀는 무언가 쌓여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작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그녀가 싫어하는 단어 한가지를 당신도 모르게 몇 번 반복한 것을 그녀는 쌓고쌓고 쌓았다가 갑작스럽게 터트리는 것이다. 당신이 이해가 안갈 수밖에 없다. 똑같은 상황에서 화를 안냈었는데 왜 지금은 화를 내지?
혹은 그녀가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당신이 건드렸을 수도 있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오늘 머리 스타일 이상하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웃어넘기면서도 마음에 두고있었던 그녀는, 만만한 당신의 '머리 안감았어?' 한 마디에 사자처럼 으르렁거리게 될 수도 있다.
4. 당신의 무의식적인 태도 (확률 약 50%)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그녀가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은 '당신의 태도'일 확률이 제일 높다. 여자들은 감정에 민감한 동물이고, 관찰력이나 직감이 대단히 발달되어 있다.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표정이나 동작, 말투하나에서 당신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정확히 알아낸다. 그러기 때문에 연애 초보다는 한결 심드렁해진 당신의 태도가 종종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순전히 직감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화를 낼 이유도 없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이유, 무조건 오늘 너 마음에 안들어라든지, 넌 늘 그런식이야, 변했어!라는 남자로써는 해석 불가능한 언어로 화를 내게 된다.
그럼 대강 이런 이유로 화났다 싶을 때, 그녀를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1. 무조건적인 사과 (적용 가능한 상황 약 65%)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 이유를 알 수 없어도 일단 사과를 할 것. 그럴 때 가장 무서운 질문이 있다.
"대체 너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미안하다는 거야?"
여기서 꿀먹은 벙어리 되면 여친의 분노는 한층 업그레이드가 된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대답.
"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너한테 신경을 못써줘서 미안해~"라는 식의 감정적으로 그녀를 따스하게 감쌀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할 것. 더불어 그녀가 몇번 튕기고 나서 당신을 용서할 수 있게끔 끝까지 애교를 부리거나 웃음을 터지게 만들거나 동정을 사도록 행동하면 금상첨화.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그녀라면, 눈을 흘기고 입술을 삐죽거리더라도 결국은 용서해줄테니까...
2. 그녀에게 시간을 줄것 (적용 가능한 상황 약 30%)
30여분 정도의 실갱이면 웬만한 싸움은 끝난다. 하지만 30여분이 지나서 상황이 더 악화 되거나, 혹은 전화나 메신저로 싸우는데 전화를 꺼버리거나 메신저 차단을 하는 등 당신과 정말 상대를 하고 싶어하지 않다면 그녀에게 시간을 줘라. 아마 100이면 90%는 당신의 험담을 할 동성친구를 만나러 갈 것이다.
여친이 당신의 험담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남자들이 여자의 험담을 하는 것은 진짜 험담이지만, 여자들이 남자의 험담을 하는 건 '야, 그래도 니 남친 평소에 잘했잖아. 그정도 괜찮은 애가 어딨어. 이번 한 번 봐줘라~'는 식의 대답을 듣고 싶어서다. (그러기 위해서 여친의 가까운 동성친구에게 잘 보이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런 식으로 그녀가 화를 식히거나 기분 전환을 하고 돌아올 때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나, 그녀의 회사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화해의 선물을 보내는 것은 실패 확률 거의 없는 방법이니 참고하길.
3. 운에 맡기길 (적용 가능한 상황 약 5%)
그녀에게 당신에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못배길 것 같은 좋은 일이나 재밌는 일, 둘만이 소통할 수 있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길 기도하길. 말했다시피 여자는 감정적인 동물이므로 기분이 좋아지면 화를 냈던 일도 금새 풀어질 수 있다. 당신이 머리가 좋다면 그런 사건을 조작할 수도 있겠고, 뭔가 그녀가 궁금할만한 놀라운 사건을 이야기해줄수도 있을 것이다. 일명 주의 환기. 그러나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화를 더 돋울 수 있는 방법이니, 정말 치밀하게 하는 것을 잊지 말 것.
***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방법
1. 같이 화내기
너만 화낼 줄 알아? 나도 화낼 줄 안다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신의 남자가 화낼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자기에게 화를 안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참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 상황에서 같이 화를 내며 싸운다면...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행인의 얼굴을 화끈하게 만드는 치고 받고 싸우는 커플들, 딱 그런 결과 뿐이다. 내가 왜 참아야 하냐고? 참는 자가 이기는 거니까. 싸움의 순간을 당신의 인내로 무사히 넘긴다면 정말 바보 아니고서는 여친은 당신에게 고마운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면, 그대로 헤어지고 싶지는 않을 거니까. 그리고 화낸 이상으로 더 잘해줄 것이다. 폭풍 뒤에 맑게 갠 하늘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당신이다.
2. 논리적으로 따지기
너 지금 왜 화를 내는 거야? 내가 000라고 했고, 너는 000라고 했지. 니가 000라고 좀 전에 그랬으니까 내가 이렇게 한거고.. 이런 식으로 싸움의 이유를 찾고자 한다면, 100이면 100 싸움은 커지게 된다. 당신의 그런 논리적 싸움은 남자들끼리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도 여친이 잘못했더라도, 여친에게 그녀가 잘못한 것을 일일히 밝혀줄 필요가 없다. 그녀도 이미 알고 있을 거기 때문에.
욱하는 마음에 싸움을 시작했더라도 싸움이 진행되는 순간 그녀는 마음 한구석으로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깨닫거나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자존심때문에 바로 쿨하게 사과를 할 수 없는 것일 뿐. 그런 그녀를 몰아세운다면 그런 당신의 태도가 그녀를 화나게 할 것이고 쉽게 끝날 싸움을 더 크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