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멋진 스타일이야기
사실 옷을 입는 데 있어서 절대불변의 규칙 같은 것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남자옷이 지금만큼 발전해 오지도 못했을 테지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멋쟁이나 디자이너들은 대개 그 당시까지 불문율로 여겨지던 규칙을 깨어왔던 사
람들이니 말입니다.
다만 남자세계의 본질적인 정신에서 나오는 몇 가지 기본전제라 할 만한 것들은 있다고 봅니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기 스타일을 가져라
남자들은 옷을 통해 자신의 지위나 하는 일뿐 아니라 자기가 기본적으로 품고 있는 내면적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선비의 도포와 갓은 구름처럼 높은 그 사람의 이상(理想)을 표현하는 것이라 보아야겠지요.
그런 것처럼
옷차림이 자기표현의 방법일진대 유행하는 옷을 그대로 받아들여 덩달아 입는다는 것은 곧 자기 줏대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지름길일지도 모릅니다. 유행은 대개 선구적인 미적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생명이 짧은 패션이며, 사람마다의 특징을 고려한 것이 아닙니다. 자기에게 맞는 좋은 스타일이란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잘 표현해주는 언어라고 보아야지요.
'젠틀맨십' 하면 바로 생각나는 영국의 이름난 신사 볼퍼 백작의 다음과 같은 말이, 줏대있는 남자의 고집스러움을 잘 보여줍니다.(물론 이것은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합니다)
"해보지 않았던 현명한 일을 하느니 늘 해오던 우매한 짓을 하는 것이 낫다."
옷감을 두르지 말라
비싼 옷을 입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웬만한 남자분들이 입는 옷은 평균적으로 보아서 세계의 신사들이 입는 것보다 '비싼 옷감'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무직 화이트 컬러가 좀 많은 편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세계적인 비즈니스 중심인 뉴욕의 거리에서도 우리나라 서울의 거리만큼 비싼 옷을 입는 남자들이 빈번히 눈에 띄지는 않지요. 한데 그렇듯 좋은 옷감을 입으면서도 왜 우리나라 남자들은 옷을 못 입는다는 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체형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주로 '경우를 가릴 줄 아는' 방법을 제대로 생활화하지 못해서인 듯합니다.
때로는 편안한 옷이 어울리는 장소와 시간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좋은 옷을 입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좋은 옷이란 좋은 옷감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이나 생활 속에서 맞게 되는 여러 경우에 잘 맞게 가려 입은 옷을 말하지요.
옷을 사지 말고 옷장을 갖추어 나가라
돈을 많이 들여야 멋쟁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보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요. 우리가 멋쟁이라고 부르는 이들 중에는, 옷이 별로 많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보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멋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윈저공(Duke of Winsor/영국의 에드워드 8세.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으로 왕위를 버리고 公으로 강등됨)의 경우에도 그토록 멋쟁이라 칭송되었던 데 비해서 옷가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 비결은 이렇습니다. 그런 멋쟁이들은 옷을 살 때마다 늘 자기의 옷장에 이미 걸려 있는 옷들과의 구색이나 조화를 치밀하게 생각합니다.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듯 옷의 구색을 갖추어 나가는 데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한 가지씩 옷을 준비해 나가는 가운데 몇 번의 계절이 지나면 자신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워드로브(Wardrobe/옷장, 신사복 입기에서는 있는 옷가지의 구색이라는 의미로 통용됨)가 갖추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남들만큼 옷을 사는데도 늘 입을 옷이 없다고 느끼시는 분은 특히 이 부분에 신경을 써보세요.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멋쟁이가 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체형을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거니와 그 정도 노력은 세계 어느 곳의 신사들이든 다들 하는 것이지요.
점잖을 것이냐 개성있을 것이냐
멋쟁이라고 불리우는 남자들 중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매일매일 다른 옷차림으로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매일 옷을 바꾸어 입는데도 비슷한 분위기로 기억되는 사람이지요.
누가 더 멋쟁이인 것 같습니까? 전자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아마도 나이가 젊은 분이기 쉽고, 후자의 사람을 생각하시는 분은 연세가 좀 드셨거나 상류사회의 멋을 아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것은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전자는 좀더 개성있어 보이고 후자는 점잖아 보이기가 쉽지요.
다만 개성이라는 것은 표현하려 해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생각하십시오.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결국은 더 개성적일 수 있지요. 그것이 성숙한 남자세계의 이상한 특성입니다. 점잖은 옷차림을 권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개성이라는 것은 생활의 악센트 같은 것이지, 개성 표현 자체를 염두에 둔 옷차림은 깊이가 없어 보이기 쉽습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라도 때에 따라 연출 포인트가 엿보이는 옷차림이 되어야 멋쟁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교과서처럼 빈틈없는 옷차림은 문제가 있다
요즘에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 신사들의 대부분은 칼라(Collar)에 심지가 들어간 빳빳한 드레스 셔츠를 입습니다. 신사복의 본고장 남자들은 잘 입지 않는 셔츠이지요. 그런 셔츠는 상당히 단정해 보이기는 하지만 제복 같은 느낌을 주기가 쉽습니다. 또 한 가지, 좋은 넥타이를 제대로 매면 매듭 바로 밑에 홈이 패게 마련인데 우리나라 남자들의 대다수는 이것을 밋밋하게 펴 버리려 노력을 합니다.
부드러운 셔츠 칼라라든가 넥타이 매듭의 홈 같은 것들은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신사복 차림에서 자연스러운 여유를 표현하는 정신적인 여유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교과서처럼 빈틈없는 옷차림은 마치 펭귄이 걸어가듯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편하게 보여야 바른 옷차림이니 여유롭게 연출해 보시지요.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정신적인 여유와 자신감을 가져야 함은 물론입니다.
여기서는 버튼다운 셔츠를 권합니다. 원래 정장속에 입지 않아야 하지만 요즘 유럽피안이나
패션피플은 정장속에 버튼다운 셔츠를 매치해서 자연스럽게 멋지게 연출을 많이 합니다.
옷을 입는 '줏대'를 가져라
이상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의 전제를 잘 이해하여 자신의 옷차림에 적용하고 소화하시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아'하는 깨달음을 갖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누구나 다 생활환경이라는 제약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옷차림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옷을 입는 기본 원칙이 대동소이할 뿐이지요. 자신에게 적합한 옷차림의 원칙을 나름대로 가져 보십시오. 옷을 입을 때마다 위의 전제들을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옷에 대한 일정 수준의 안목이 생길 뿐더러 자신의 생활에 적합한 정신적인 기본틀이 생기게 되고 그것의 적용방법들이 체계화되기 마련입니다.
[남자의 옷 이야기] 중에서
www.espresso-banana.com 과 함께하는 멋진남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