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정치’ 이대로 방관만 할 건가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이 경북 경주 4·29 재선에서 무소속 정수성 예비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나라당 공천 내정자이자 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경쟁자인 친박 성향의 정수성씨를 눌러앉히려 했다는 취지다. 중간 다리역을 맡았던 한 의원의 전언으로 볼 때 단순한 ‘의혹’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사실이라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적처럼 “우리 정치의 수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 의원의 말을 듣고 지난달 29일 정 후보를 만난 이명규 의원은 “‘정 후보의 출마가 당내 친이·친박 갈등을 일으켜 박근혜 전 대표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이 의원의 말에 공감했고, 그런 얘기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이 경주에서 예상되는 친이·친박 대결 구도를 못마땅해왔음을 감안하면 불출마 압력이 아니고 뭔가. 이상득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한테 압박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형님이자 6선 관록을 지닌 자신의 위세를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군색하다.
이번 사건은 불법 여부를 논외로 치더라도 ‘형님 정치’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중하다고 본다. 이 의원은 2월 임시국회 때 머뭇거리는 원내대표를 제쳐놓고 사회적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상임위에 단독 상정시킨 입법전쟁의 막후 조정자다. 오는 5월 새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도 그의 의중을 살필 정도라고 한다. 정책에서 정치까지 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드물다. 지난 18대 총선때 여당 일각에서 그의 퇴진을 주장하며 우려한 형님 정치의 부작용들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국 민의조차 비틀려는 선거 개입에 나선 것이다.
검찰의 ‘박연차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골 노인’이라고 감쌌던 형님 건평씨의 부패 사슬이 드러나 온나라가 시끄럽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정원까지 나서 ‘관리’했어도 권력의 유혹을 막지 못했다는 뒤늦은 탄식이 들린다. 하물며 견제받지 않은 형님 정치의 위용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흥(興)’할 땐 하늘 높은 줄 모르다가 ‘쇠(衰)’한 뒤에야 나락을 절감하는 게 권력의 생리다. 이 정권이 새겨야 할 경구다.
2009년 4월 2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