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랑은..
또다른 마음이야.
그러니까 대화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네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너한테 편지를 쓰고 싶다는거야.
넌 그냥 잠자코 듣기만 하는 거..
난 그 앞에서 내가 할 말을 다 쏟아내는 거..
근데 그렇게 못 해봤으니까..
네 앞에서 난, 뱉은 말보단 먹어버린 말이 더 많았으니까..
그래서 편지에다가 실컷 내 마음을 다 써서
보내려고 했었는데.. 못했어.
이젠 많이 늦었고, 만약 써서 준다해도
답은 결코 없을거라는거 알아.
잘 받았다는 말 한마디..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을거라는거..
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그런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많다는 게 어떤건지.. 겪어본 사람을 알지.
살면서 넌 그런 일은 겪지 않길 바래.
이거 생각밖으로 너무 힘들어.
싸우는 것보다 몇 십배,
상대방한테 욕먹는 것보다 몇 백배.. 더 힘들어.
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이렇게 많다는 거..
넌 어쩌면 아직도 내가 미련퉁이처럼
너한테 집착하는 모습만을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때 왜 그랬냐고 너한테 따져묻는 내 모습..
다시 되돌려 놓자고 성질부리는 내 모습..
내가 뭘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기를 바라는 내 모습.. 그런거..
그런게 지금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이제 너를 향한 원망들은 거의 날라갔다는 거..
너를 향한 미움들은 이젠 거의 지워졌다는 거..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어. 다행스럽게..
물론 단 한 번만 허락한다면.. 딱 한 번만 물어보고 싶긴하다.
그 때 나한테.. 그 때 나한테 왜 그랬냐고..
얼마전에 나, 나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꼭 사랑이 영원해야만 하는걸까?"
그리고 난 나한테 대답했어.
"아니,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그래서 오늘 너에게 붙이지도 못할 편지를 마음으로 쓴다.
나의 그 시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햇살같은 웃음 고마웠고..
나의 시계, 내 나침반이 되줘서 고마웠고..
나의 노래, 나의 말이 되줘서 고마웠다고..
추억을 줘서.. 떨리던 심장을 줘서.. 고마웠어.
바짝 마른 나무처럼 내 마음.. 메말라버리지 않도록..
날 울게 해준 것까지도.. 모두 다 고마웠어.
FM 91.9MHz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사랑을 말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