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ck-
이글거리는 태양에 오징어 하나를 굽는다.
꾸물꾸물 오그라드는 오징어를 이리뒤집고 저리 뒤집어 토막토막 자른다.
이다리는 내입으로 저다리는 너의입으로 잘근 잘근 씹는다.
잘들어둬라.
이빨에 찌꺼기라도 낀다면 너와난 죽은거다.
by 어둠처럼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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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거리는 태양은 허연 구름을 태워버리고 땅위의 모든것을 태우고있었다.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라고 했던가?
정말이지 세상 모든것을 태울듯한 기세다. 몸뚱이가 물을 뿜어내지 않는다면 세상모든 생물이 타 죽었으리라. 언제나 그렇듯 바퀴벌레만 살아 남을 테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그늘을 찾는 내눈에 축 늘어진 남자가 보였다.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축축 늘어지는 걸음걸이로 온 지면의 열기를 쓸며 걷는것이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
'어디 몸이 안 좋은 사람인가? 옷은 또 왜 저래? 공사판에서 더위먹은 사람이 약사먹으러 가는것 보다 더하네.'
다 헤지고 흙탕물이 튀어 말라 굳어 거지 옷이라해도 믿을듯한 바지.
검은 장화인지 단화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을정도로 흙이 잔뜩 묻은 운동화.
그의 행색은 이미 진흙체 굳어 돌이나 다름 없었다.
쓰러질듯 위태 위태한 그를 내눈은 흘려 버리지 못하고 계속 응시한다.
'정말 아픈 사람인가? 도와 줄까? 에효.... 내가 언제 친절시민이었다고... 저기 앉아서 조금만 구경해 보자.'
마침 편의점 앞의 의자가 눈에 들어 왔다.내려 쬐는 열기를 파라솔 따위로 피할 수는 없겠지만 더위에 지친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의자에 주저 앉았다.
'계속 보던거나 봐보자'
정말이지 가만 두었다가는 그대로 지면위에 쓰러질것 같다.
삐그덕 삐그덕 걷는것이 다리를 저는것도 같다.
점점더 흥미를 끄는 남자, 자세히 바라보니 다리엔 상처까지 난 모양이다.
처음엔 흙탕물로 생각했던 검은 자국은 붉은 피가 베인 자국이었고 질질 끄는 운동화를 따라 핏물 그림자가 물들고있다.
" 질.......질...... 투벅.......질...질..... 쩔뚝...... 질......... 휙! "
움찔.
눈이 마주쳤다.
순간 가슴이 얼어 붙었다. 내눈도 내몸도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축 늘어진 힘없는 사람에게선 볼 수 없는 핏빛 살기가 내목을 조였기 때문이다.
급히 눈을 피했다.
'헉... 헉... 이게 살기라는건가?'
얼어버렸던 가슴이 풀리자 숨이 가빠 온다. 경직됐던 전신의 욱신 거림이리라.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내눈은 남자가 있던 곳으로 향한다.
없다.
없었다.
남자가 있어야 할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덩그러니 핏자국만 남아있을뿐.
'핏 자국 !?'
검붉은 빛 선혈이 뚝 뚝 떨어져있다.
'다친 사람인건 분명한데 갑자기 눈에서 사라져 버릴수도 있는것일까? 금방까지도 굼벵이마냥 느릿느릿 절뚝거리고 있었는데... '
이상한 의문만 남긴체 남자는 사라져 버렸다.정체가 뭘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이 들었지만 또 다시 마주친다면 제명에 못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이미 그 가득찬 살기의 눈동자는 온몸에 각인되버렸기에 호기심보단 경각심이 심장을 동요시켰다.
'으 ..... 그, 기분나쁜 눈 초리....'
집으로 가는길은 여느때 보다 더욱 덥게 느껴졌다.
'으휴... 10년만의 더위 두번만 찾아오면 살깣이 홀랑 타버리겠군.'
문득 찜통 오징어 생각이 났고 문득 다시 방금전의 남자가 생각이 났버렸다.
'근데 왜 쩔룩 거렸지? 그 피들은 뭐고? 또 그 이상한 눈빛은 뭐고...참 알수 없는 사람이네'
"쩔뚝.. 쩔뚝...."
흉내를 내고있다.
그냥 재밌을것 같아서.
어려서 부터 유난히 호기심도 많았고 따라 하는것을 좋아 했다.
길거리 지나다 보이는 장애인이나 걸인들.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사람들 이었지만 그 사람들 흉내를 내보면 왠지 모르게 재밌었다.
입을 삐뚫어 뜨리고 팔은 뒤로 꺽고 침을 질질 흘리며
" 으워어어.. 으웨에...."
소리를 내며 걷고는 한참을 혼자서 웃어댄적도 있다.
또 하루는 거지 옆에서 똑같이 업드려 조아린후 "한푼줍쇼" 한번 따라했다가 거지한테 죽도록 맞은적도 있다.
물론 맞고 그냥 오진 않았다.
거지가 다시 조아리고 한푼 줍쇼를 외칠때 깡통을 낚아채 죽도록 달렸다.
정말 죽도록 달렸다.
하지만 불행이도 거지가 더 빨랐다.
난 또 다시 죽도록 맞았다.
예전에 비하면 쩔룩 거리는 것은 별 재미가 없었다. 나이를 먹은것인가?
먹어봐야 열여덟이지만.
"날은 덮고 세상도 덮고 아이스크림은 생각나고 돈은 없고 어디 동전이라도 안떨어져 있나...."
정말 할 일 없는 한량의 한탄이었다.
세상이 더우면 사람의 뇌도 녹아 내리는것인가? 정말로 내눈은 땅을 기웃 거리고있다.
'있을리가 있나... 떨어져 있으면 벌써 누군가 주워 갔겠지. 근데 가만? 저게 뭐지?'
실수였다.
아까 부터 줄곳 이어져 있었지만 엉뚱한 생각만 하며 걷느라 알아 채지 못했다.
선혈이었다. 점점 많은 양이 었고 질질 끌려있었다. 급히뛰다 또다시 지쳤으리라.
핏자국은 골목 끝자락 어귀까지 이어져있었다.
당황했다. 다시 심장이 가슴을 두두려댄다. "쿵쾅쿵쾅"
저 어귀만 돌아 왼쪽으로 가면 불행히도 우리집이 있기 때문이다.
아까 그 무서운 남자가 그쪽으로 갔을확률이 있다.
"쿵쾅쿵쾅"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터질듯하다.
'그냥 민영이내 집으로 갈까? 아냐... 남자는 오른쪽으로 갔을수도 있어. 그냥 갈까? 아...씁.... 진짜 무서운데...'
모르겠다 어디서 그런용기가 났었는지.
나는 호기심도 많았지만 겁도 많아서 그다지 위험한 일을 즐기진 않았다.하지만 내 두다리는 이미 골목어귀에 닿아있었고 그 남자는 우리 집쪽이 아닌 반대편으로 갔을꺼라고 되뇌이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절대 그리로 가선 안되었다.
핏자국을 발견했을때. 그때. 바로 그때 다시 되돌아 가야 했다.
난 이미 뒤늦은 후회를 씹는다.
" 너, 왜 자꾸 나를 따라오지? 응!!"
몹시 흥분한 상태로 고함을치는 남자 남자는 내 뒤에서서 팔을 뒤로 꺽고는 목에 칼을 들이댔다.
"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라 뭐!! 경찰에 꼰질렀냐? 응!!"
남자는 내가 뭐라 대답할 시간도 체 주지않았다.아니, 당황한 내가 대답할 시간을 놓쳤는지도 모른다.목살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순간 나를 얼어버리게 만들었으니까.
남자는 더욱 힘을주어 목을 짓눌렀다. 정체모를 남자는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이런 흥분한 상태의 사람은 무슨일이든 저지른다는 심리학 책을 본적이있는데... 이사람 강도인가? 이대로 죽으면 어쩌지? '
남자는 내가 경찰에 신고를 한후 자신이 도주하는 것을 미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남자의 흥분된 숨결이 귓전에서 느껴지고 차가운 금속의 느낌은 아픔으로 느껴지고있었다.
이내 뜨거운 느낌이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터무니 없는 일진이다. 눈한번 마주치고 집에 오는길에 이런 봉변을 당하다니.이래서 항상 눈을 깔고 다녔어야 하는거였는데.....'
진짜 죽는 다는 생각이 들자 심장은 더욱 미친듯이 뛰기시작했다.
지금 순간에서 생각나는 말은 단 한마디 뿐이었다.
"사... 사... 살려주세요....."
정말 처절하게 외쳤다. 하지만 소리는 내 맘과는 다르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 경찰에 꼰질렀어? 응!!"
"아.. 아뇨... 전 .... 그냥 지나가는 평민이에요."
"이세끼가 장난하나 그럼니가 평민이지 경찰이야? 앙!! 가만, 이제보니 경찰일수도 있겠군. 경찰이 붙은걸보니 더는 도망가긴 글렀네... 씨팔 !! 카악~ 퉷!!"
남자는 무슨 탈주범이거나 수배범인듯했다. 쫓기는 듯 했고 아까 처음 봤을때의 죽기 일보직전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었다. 마치 힘넘치는 사탄이 내 뒤에있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