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몬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긴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갈래 저항시, 상징시, 낭만시
● 어조 감상적, 낭만적 어조
● 심상 직유에 의한 시각이 주됨, 서술적
● 제재 국권 상실의 현실과 봄의 들판
● 주제 국권 상실의 울분과 회복에의 염원
● 성격 낭만적, 상징적, 저항적, 의지적
● 표현 ㉠ 한국적 정서와 친근감을 나타내는 자연적 소재의 사용
㉡ 시각적 심상. 직유법, 의인법
㉢ 형태상의 균형미, 수미쌍관의 구성(질문과 대답의 형식)
㉣ 감상적, 낭만적 어조, 절망적, 자조적, 의지적 어조의 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