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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가격 담합 행위, 누구 책임일까?

김태훈 |2009.04.15 16:27
조회 2,057 |추천 0

어제(14일) 언론에 일제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통사 음원서비스와 대형 음반유통사의 음원 가격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를 상반기 중에 완료한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여기서 지목하고 있는 가격 담합이란 구체적으로 DRM-free 상품에 대한 것으로 40곡 다운로드에 5,500원(부가세 포함), 150곡 다운로드에 9,900원(부가세 포함) 상품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지난 3월 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가격담합 혐의로 위에 언급된 회사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고 나오네요.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한 일부 업체가 자진신고를 신청했다고 하구요. 기사 일부를 발췌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경실련은 로엔엔터테인먼트·KTF뮤직·엠넷미디어·네오위즈벅스·소리바다 등 대형 음반유통사와 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음악사이트는 물론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코리아 등 3대 메이저 직배사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SKT의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멜론, KTF자회사인 KTF뮤직은 도시락과 뮤즈, CJ그룹의 엠넷미디어는 엠넷(Mnet)과 뮤직온, 네오위즈벅스는 벅스 등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경실련은 이들 업체가 지난해 8월을 전후로 기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음원을 이용할 수 있는 ‘Non-DRM’ 다운로드 상품을 판매조건과 가격, 할인조건을 동일하게 판매하기 시작하는 등 담합행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ㅇ 음원가격의 결정요소는 바로 '음악저작물 사용료징수규정'

 

음원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음악저작물 사용료징수규정'입니다. 이 규정은 음악관련 저작물 신탁 3단체(음악저작권협회, 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음원제작자협회)가 가지고 있는 음원을 서비스사업자가 사용할 때 일정한 정도의 사용료를 징수해 권리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법적인 조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이 규정의 최종승인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하구요.

 

이것을 좀 쉽게 설명드리면 '음악저작물 사용료'란 제품의 '원가'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제품의 원가를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최종 가격이 변동될 수밖에 없지요. 지난해 DRM-free 음원상품이 나오면서 이 징수규정이 개정됐는데, 그때 그 규정을 근거로 가격이 일제히 올랐던 것입니다.

 

ㅇ 2007년 음원가격 : 소리바다(월 4,000원/DRM-free/무제한) vs 멜론 등(월 5,000원/DRM/무제한)

 

2년 전 음원가격은 크게 이 두가지로 대별되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소리바다는 월 4,000원만 내면 DRM이 없는 음원을 무제한 다운받을 수 있었구요, 멜론은 월 5,000원에 기간제 DRM이 걸린 음원을 무제한 다운받을 수 있었죠. 객관적으로 보면 소리바다의 서비스모델이 소비자 입장에선 월등히 우수했습니다만, 여기에도 약점은 있었죠.

 

소리바다의 DRM-free 무제한 다운로드 서비스에 반대하는 대형 기획사들이 소리바다 서비스를 중단한 것입니다. 해서 당시 우리나라를 한번 들었다 놨던 원더걸스의 <텔미>를 비롯해 상당수의 히트곡들을 소리바다에선 찾아볼 수가 없었죠(물론 필터링기술이 완벽하지 못해 수십번 다운을 시도하다보면 한 두차례 다운 받을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P2P이기 때문에 음질이 떨어지거나 손상된 파일이 많이 돌아다녀 품질보증에 애로가 많았죠.

 

어쨌든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인기 있는 음원을 구하긴 힘들지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DRM-free음원을 소리바다서 다운받을지, 아니면 히트곡을 보유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DRM이 걸린 음원을 사용할지.... 사실 당시 멜론 서비스는 휴대폰에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SKT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편리했던 게 사실이지요. 다만 내돈 주고 산 음원을 내 맘대로 다른 기기에 복제를 하거나 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약점이었구요.

 

ㅇ 저작권위원회는 통과, 문화부는 보류

 

당시 소리바다는 합법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며 권리자들과 합의를 보게 됩니다. 특히 2007년 초반에 실질적인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신탁 3단체'와 모두 합의를 보고, 소리바다의 당시 서비스였던 DRM-free 무제한 다운로드 정액제 상품을 '음악저작물 징수규정'에 반영하게 된 것이죠. 당시 징수규정안이 통과되면 그 전까지 3,000원에 서비스되던 것을 4,000원으로 인상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당시 기사의 내용을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2007년 3월 국내 음반제작사들의 신탁 관리단체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가 문화관광부에 제출한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이 공개됐는데, 여기에 소리바다 등 P2P업체의 월정액제를 인정하는 방안이 포함돼있어 음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 3월 문화부에 제출된 이후 저작권심의 조정위원회의 분과위원회에서 통과돼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음제협의 방안이 알려지자 음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음반사 단체들의 협의체인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체(디발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신탁관리단체가 제출한 개정안은 소리바다에 특혜를 주는 시장파괴적인 내용”이라며 재심 및 반려를 요청했다....

[전문보기]음제협,소리바다 월정액제 인정…음악업계 반발

(http://www.kukinews.com/news2/article/view.asp?page=1&gCode=eco&arcid=0920573311&cp=nv)

 

기사의 내용대로 업계(여기서 말하는 업계란 디발협에 소속된 제작, 유통사로 서울음반(지금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 소니BMG, 유니버셜, 워너뮤직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의 강력한 반발로 문화부가 승인을 보류했고, 그 이후로 7개월에 가까운 조정기간을 거쳐 2008년 2월 28일에 비로소 최종 승인을 받게 됩니다.

 

ㅇ 가격인상을 초래한 징수규정

 

장기간의 조정과정을 거친 징수규정은 결국 음원의 소비자 가격을 대폭 인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앞서 신탁단체에선 통과했지만, 문화부가 승인하지 않았던 최초의 징수규정안과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DRM-free서비스만 한정지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복잡하기는 합니다만, 최초안의 경우 제작자가 곡당 2,060원을  징수하고, 무제한 서비스가 가능했습니다만, 최종안에서는 곡당 2,000원(120곡 제한시)과 4,050원(무제한시)으로 징수금액을 차별화하게 된 것이죠. 그러니까 소리바다에서 과거와 똑같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배 이상의 가격인상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관련기사 보기]소리바다 합법화…소비자 가격은 오를 듯

(http://it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315878&g_menu=020900)

 

ㅇ 업계 협상과정에서 무제한 서비스 사라지고, 40곡 150곡 제한상품 등장

 

정부가 최종 승인한 징수규정은 사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소리바다와 같은 P2P는 서비스 가격을 두 배 가까이 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고, 디발협 측은 자기들 서비스에는 없는 DRM-free 무제한 서비스를 정부가 승인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DRM-free 상품 자체를 극렬히 반대하던 메이저사들도 알게모르게 DRM-free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DRM-free가 세계 음악시장의 대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2006년 2월 스티브 잡스가 최초로 'DRM 무용론'을 펼친 이래로, 2년이 채 못된 2007년 말에 세계 4대 직배사들이 DRM-free 상품 서비스에 모두 합의를 하게 됩니다.

 

사실 징수규정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초만해도 국내 메이저사들은 '미국과 우리나라 실정이 다르다'라는 이유로 DRM-free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모든 메이저 서비스에서 DRM-free 상품을 출시하게 된 것이죠. 그분들도 대세를 거스르긴 어려웠던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2008년 당시 국내에서 서비스되던 모든 디지털음원서비스의 DRM-free 상품이 앞에서 보여드린 대로 '다 똑같아졌다'는 것입니다. 징수규정에서 허용했던 DRM-free 무제한 서비스가 깜쪽같이 사라졌고, 곡수 제한도 징수규정의 120곡이 아니라 40곡과 150곡으로 대폭 하향조정됐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담합'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겠죠?

 

ㅇ 담합이 문제? 문제는 수직계열화!

 

그런데 어떻게 모든 회사들이 똑같은 상품을 출시하게 된 것일까요? 단순한 사업자간 담합일까요?

 

그렇게 보기에는 음악시장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특히 2000년초 SKT의 음악시장 진출 이후 음악시장은 몇몇 핵심 플에이어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플레이어들이 대형자본을 무기로 음원에 대한 권리를 경쟁적으로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서비스사업자들이 동시에 권리자도 된 것입니다. SKT는 로엔엔터테인먼트(구 서울음반), JYP 등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KTF는 도레미미디어, 엠넷미디어는 그 자체로 창작에서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가지고 있으며, 소리바다도 국내 최대 대리중개업체였던 만인에미디어를 사들여 수직계열화를 이루었죠.

 

그러다보니 모두가 서비스사업자로서 다른 권리자와 계약을 해야 함과 동시에 권리자로서 다른 서비스사업자와 계약을 해줘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특히 당대 히트곡에 대한 권리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던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엠넷미디어의 협상력은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시장에서의 권리자와 서비스사업자간의 협상과는 다른 형태의 협상이 음악시장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내 서비스에서는 타 권리자와 최소 가격으로 최대한의 마진을 남기고 싶을 것이고, 내 음원에 대해서는 타 서비스에서 최고 가격으로 최대한 마진을 남기고 싶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협상은 어떻게 수렴될까요? 과부 사정 홀애비가 안다고, 피아구분이 모호해진 상태에서 서로서로 좋게좋게 적당한 선에서 협상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이번에 이슈가 된 가격담합 논란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본질적인 해결이 난망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좀 활기차게 변화하려면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너무 큰 기업들이 시장구조를 이렇게 장악해버린 상황에서 어떤 처방이 나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결론을 어떻게 낼지도 궁금하구요.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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