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땐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중에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그것도 출장으로 다녀온 친구가
여행 선물이라고 티셔츠를 사왔더라.
관광객들한테 파는 티셔츠가 뭐 대부분 그렇지만
그것도 좀 그랬어.
가슴팍엔 그 나라 국기가 조잡하게 인쇄 돼있는 데다가
한번만 빨아도 십년은 입은 듯 늘어질 옷감에..
나는 그 친구를 놀리기 시작했어.
너 이거 나한테 버리는거냐!!
차라리 열쇠고리를 사오지 그랬냐!!
자신 없으면 깔끔하게 담배나 사오지!!
그리고 또 뭐라 그랬더라!
그런 얘기도 했었구나..
미련하게 이걸 다 첫 번째 도시가서 사서 계속 들고다녔냐!!
여행 처음가보냐!!
아. 너 여행 처음가봤지...
내 빈정거림이 길어지면서 결국 나는
그 친구를 진심으로 서운하게 만들어버렸지.
아차 싶었지만 그땐 늦었고...
나 여전히 이래.
고맙다는 소린 멋대로 생략하고..
미안하다는 말은 부끄러워서 못하고..
늘 비비꼬아만 하고..
줬다가도 뺏고 싶게 만들고..
그래서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한테 상처 주고..
결국 그런 나를 내가 미워하면서 잠들고..
야~ 뭘 이런 걸 사왔어..
짐도 많았을텐데.. 그냥 열쇠고리 같은 간단한 거 사오지..
암튼 고마워...
난 그 마음을 똑바로 말 못해서 오늘 친구를 화나게 했어.
일년 전에 네가 나한테 정색하면서 말했을 때
“마지막으로 물어볼 게. 너 나 사랑하긴 하니?”
...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해.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되냐고..
그런 질문 넌 지겹지도 않냐고..
“집에 가자 그만.”
“당연히 사랑하지 너도 알잖아”
그 말을 똑바로 못해서 그대를 떠나보냈던 난..
그대를 잃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이렇게 남들을 화나게하며
살고있습니다.
꽃피는 봄이 싫은 건 내가 어울릴 수 없어서
내게 손 내미는 사람에겐 모두 상처 입게 만드는 나는
가위손처럼 겨울 속에서만 꽁꽁 갇혀 살아야만 할 것 같아서
화창했던 봄 날
그댄 어디서 누구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있을지
이젠 물을 수도 없어서 ...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