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사랑은 거의 마음먹은 대로 생겨나고 변형되고 그리고 폐기된다. 나는 사랑이란 것은 기질과 필요가 계기를 만나서 생겨났다가 암시 혹은 자기최면에 의해 변형되고, 그리고 결국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그.
나는 그를 진심으로 특별히 사랑하고 잇으며 심지어 어쩌면 내 생애에 단 하나의 '타인을 위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반해 있다. 그가 내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만 한다면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분연히 버리고 그와 함께 남도로 떠나는 밤기차의 창가에 청승맞으나 희망찬 포즈로 앉아서 그를 위해 삶은 달걀 껍질을 벗길 것이다, 얼마든지!
하지만 돌이켜보면 불과 몇 달 전에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남자와 마주앉아 있었다.
나의 분방한 남성편력은 물론 사랑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사랑에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많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은희경 『새의선물』中-
당신을 위한 삶은 달걀 껍질을 준비하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