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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삭발했을까 - 학생회장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이유.

여선웅 |2009.04.17 06:38
조회 2,081 |추천 22


손이 떨렸습니다.

무엇 때문에 손이 자꾸만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이 현실에 대한 분노와 울분 때문인지.. 아니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후배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싫어서인지..

 

손이 떨렸습니다.

현기증이 났습니다.

 

강렬한 햇빛도 그러려니와 우리를 가로 막고 있는

저 검은 복의 경찰들을 보니 숨이 막혀 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올릴 수 없었습니다.

...

.

 

처음 저는 회의적이었습니다.

총학생회 부총학생인 저는 총학생회장의 삭발에 대해.

 

속시원하게 응원하지 못했습니다.

격려하지 못했습니다.

 

여자로서 머리를 짧게 자르는 굳은 결심을 한 총학생회장에게.

그리고 저보다 어린 후배에게.

오빠로서도...

 

따뜻한 말 하나 건네지 못했습니다.

 

삭발식이 있던 그날 아침..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유진이에게 아무런 말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먼저 다른 지역 대표자들의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때부터 눈물이 왈칵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

우리가.. 도대체 왜...

 

부끄럽게도.. 유진이의 차례가 온다는 초조함에. 두려움에.

눈물이 자꾸만 흘렀습니다.

 

오히려 왜 우냐고 자기는 괜찮다며 저를 다독이는 우리 총학생회장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였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유난히도 싹둑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첫번째와는 달리 두번째는 여자 대표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닥은 머리카락으로 뒤덮였고..

또 주위의 울음 소리는 더 컸습니다...

 

아...........

정말... 우리가 왜......

 

홍익대 총학생회장이 발언을 하려고 하는 순간.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경찰이 몰려들어 인도에 있던 우리를 끌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왜 도망쳐야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도망쳤고,

그들은 우리를 잡아 채기 시작했고 우리를 붙잡았습니다.

우리는 뿌리치며 도망치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아직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잘린 긴 머리카락들이 하늘에 떠나니고,

가위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쇠소리와,

혼자 윙윙 거리며 돌아가는 바리깡 소리..

견찰들의 기압소리. 방패소리..

삭발자를 잡으라는 무전소리...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 혼란 통에 유진이와 헤어졌습니다.

수십명이 연행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려 49명 불법 강제 연행.

 

얼마 후 유진이와 다시 만났지만.

경찰은 계속 우리를 조여왔고. 코너에 몰렸습니다.

 

우리학교 사회대학생회장님, 총학생회 집장, 사무국장도 끌려나갔습니다.

 

아.. 이제 그만.. 제발..

 

그 악몽 같았던 그날이 벌써 1주일 전입니다..

1주일만에 머리가 길어 보인다는 총학생회장의 말이 귓가에 자꾸 맴돕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왜 저 자리에 있었는지..

 

고액의 등록금은 우리 대학생들을 절망으로 빠뜨리고 있습니다.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벌어 놓은 등록금을 보이스피싱으로 날린 어린 대학생이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혼자 고민을 했을 그 대학생을 생각하니 숨이 막힙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좌절과 절망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그리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에 더 커집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우리가 왜 저기 있었는지.

 

우리는 혼자 고민하며 절망하고 있는 우리의 친구들에게..

우리도 함께 있다고.. 우리 손을 잡자고 말하기 위해..

 

저 자리에 선 것입니다..

 

등로금 때문에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함께 고민하자고.

 

대학생 여러분. 함께 해요..

라고 말하기 위해..

 

추천수22
반대수0
베플이윤영|2009.04.17 09:25
읽으면서 소름이 끼치네요.. 한탄스럽습니다.. 이게 지금 무슨꼴인지..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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