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내일 해는, 서쪽에서 뜰지도 몰라요.
공부랑은 담을 쌓은 그녀가
영어 학원에 다녀보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이런 글로벌 시대에, 영어 보기를 돌 같이 하던 그녀가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당장 영어학원에 등록을 하겠답니다.
분명, 나한테조차 말하기 부끄러운..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평소 나한테만 보이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만 게 틀림없습니다.
그녀한테 전화가 왔네요.
"어디로 가면 돼?"
"강남역에서 내려서 7번 출구로 나와, 나..그 앞에 서 있어.."
"알았어.. 그런데 너무 큰 학원 말고..외진 데 있는 그런 학원 갈래.."
"왜? 기왕 다니는 거 큰 학원 다녀.."
"외진 데서 일단 기초를 닦고..그 다음에 큰 학원으로 진출 해야지.."
큰 학원으로 진출을 하다니.. 그녀는 역시 재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참 많아요.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있잖아요.
내조하는 아줌마들 이야기..거기에 천지애 어록이 뜨고 있잖아요.
그 원조가 사실..내 여자 친구입니다.
한 번은 내가 재밌게 본 영화가 뭐냐고 물었더니,
"시드니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더라구요.
그리고 한 번은 겨울에 눈이 아주 많이 온 날 이었는데,
그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러는 거예요.
"오빠, 스노우 체어 안 해?"
'시애틀'을 '시드니' 라고 하고,
'스노우 체인'을 '스노우 체어' 라고 하는 그녀,
그리고도 내가 왜 웃는지 모르겠다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 그녀,
그게 그녀의 매력이에요.
근데 누군가 그런 그녀의 매력에 챈물을 끼얹은 모양이에요..
그녀의 긍정적인 마인드로도 극복할 수 없는
굴욕적인 창피를 당한 게 틀림없습니다.
그녀가 도착했습니다.
"오빠, 나 오다가 생각해 봤는데,
황새가 뱁새 따라가려면 가랑이 찢어진다잖아..
나 그냥 황새로 살래.."
몇 시간 사이에 영어 학원을 포기하겠다는 그녀,
근데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거 아닌가요?
"그래.. 그냥 황새로 살자.."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꼭 안아 주라고,
다친 그녀의 마음을 꼭 안아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