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애언니.. 잘 읽었어요..
*23
...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시간이 늘 나를 지나갔기 때문이다. ... 내가 믿기로 마귀의 최대 계략은, 우리를 악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다. ... 그래도 기분상 나는 내 안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았고 나만 그런 게 아님도 알았다. 만인의 문제임을 나는 알았다. 그것은 세균이나 암이나 혼수상태 같은 것이었다. 살갗이 아니라 영혼이었다. 그것은 외로움, 정욕, 분노, 질투, 우울로 모습을 드러냈다.
*31
... 나는 지독한 위선자가 된 기분이었다. 사회운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보다 더 큰 것은 나 자신의 동기에 대한 의문이었다. 나는 억압받는 자들을 위해 사회정의를 원하는가, 아니면 그저 사회운동가로 알려지고 싶은 것인가? 어쨌거나 내 시간의 95%는 나에 대한 생각이 들어간다. ... 내가 데모하던 문제는 바로 나였다. 피켓에 "내가 문제다!"라고 쓰고 싶었다.
*97
릭은 내게 말하기를, 누가 누구에게 어떤 빚도 지지 않은 체제 속에 사는 법을 그는 몰랐다. 빛을 갚기가 힘들수록 릭은 더 숨고 싶었다.
*117
나는 인간 경험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인간이 되겠다고 자처한 적이 없다. 아무도 모태에 와서 내게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았고, 세상에 나가 살고 호흡하고 먹고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일에 내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해괴한 일이라는 생각, 우리가 꼼짝없이 살갗에 갇히고 중력으로 지구에 매인 채 어쩔 수 없이 이성(異性)에 끌리고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먹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는 미쳐 가고 있었나보다. ... 잠에 대해서도 약간 억울했다. 우리는 왜 자야 하나? 원하는 만큼 깨어 있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169
내가 친밀함을 두려워한다고 나한테 말해 준 사람들이 50명쯤 된다. 사실이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두렵고, 그래서 별로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를 조금만 알 때는 정말 나를 무척 좋아하지만, 나는 혹 그들이 나를 많이 알게 되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못내 두렵다.
*182
나는 천성적으로 일종의 은둔자다. 10분간 쓰려고 20시간 충전해야 하는 무선 스크루드라이버가 나다. 휴지 시간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 나는 지독한 몽상가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내 생각은 한없이 걷고 놀고 달린다. ... 그러나 혼자서 오래 살다보면 성격이 변하는데, 이는 자기 속으로 너무 깊이 파고들어 사회성을 잃고 정상적 행동 여부를 가리는 능력을 잃기 때문이다. 자기 속에 모든 세상이 있고, 본인만 원하면 그 속으로 하도 깊이 들어가 밖으로 나오는 길을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음식과 물이 우리 몸을 살리듯 우리 영혼은 다른 사람들이 살리는 법이다. ... 억센 카우보이가 혼자 말 타고 가는 담배 광고를 보며 우리는 저게 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자기 영혼을 소파에 앉혀 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영혼이 건강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필요하다.
*208
공동생활을 통해 깨달은 내 문제 중 하나는 이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 중독돼 있었다. 내 생각은 온통 나에 대한 것 뿐이었다. 내가 정말 걱정한 것은 나 하나뿐이었다. 나는 사랑, 이타주의, 희생의 개념이 아주 희박했다. 나는 내 마음이 딱 한 방송 밖에 잡히지 않는 라디오 같음을 깨달았는데, 물론 항상 내 얘기만 나오는 DON 방송이었다.
*216
돈이 없으면 나는 완전 패배자가 된 기분이다. 예삿일이 아니다. 신들이 내 존재를 승인하지 않거나 용돈이 끊긴 것처럼 나는 무력해진 기분이다. 경제 능력이 곧 우리의 가치가 아니던가. 내가 버는 돈이 곧 내 가치다. 이건 남자들 세계일지도 모른다. 혹 여자들은 이런 생각 안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다. 나는 내가 버는 만큼이 내 가치로 생각되며 그러므로 내 가치는 1달러다. 빈 지갑은 남자의 자아상에 영향을 미친다.
*240
그들이 내게 흥미를 보였으므로 나는 그들이 아주 좋았다. 히피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판단받는 느낌이 아니라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이야기와 사고와 거창한 문학적 견해가 무궁무진한 샘이었다. 그들 속에 있으면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 만점이었다. 산속의 그 히피들보다 더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룹을 나는 일찍이 경험해 본 적이 없다.
*269
내가 이웃에게는 나 자신에게 말하는 식으로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며, 어찌된 일인지 내가 남들을 학대하는 건 잘못이지만 나 자신을 학대하는 건 괜찮다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하나님이 나를 비행기에 태우고 나 자신 위로 날게 하셔서, 내가 주변과 연결되어 있음을,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사방의 이웃들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다. 내가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그게 잘못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겸손해야함을 잘 알건만 그건 겸손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