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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김석현 연출담당 PD 인터뷰] “시청자들이 보지 못한 코너가 수천 개나 되죠.”

정준 |2009.04.25 00:16
조회 63 |추천 0

[‘개그콘서트’ 김석현 연출담당 PD 인터뷰] “시청자들이 보지 못한 코너가 수천 개나 되죠.” (24)   2009년 1월 2일 / 삼성

웬만한 드라마도 시청률 10% 벽을 넘기 힘든 요즘, KBS2의 주말 저녁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일요일 오후 9시 05분 방영, 이하 개콘)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 10년 장수 프로그램인데다 평균 시청률 20%로 부동의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유행어를 비롯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코드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개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초창기 시절부터 ‘개콘'과 깊은 인연을 맺어 온 김석현 담당 PD를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 보았다.


비주류 예능 방송 프로그램으로 10년 장수하는 개그콘서트, 역시 독해!

 

“드라마 한 편에 쏟아 붓는 지원의 1/10만이라도 코미디 프로그램에 쏟아 붓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거예요. ‘개콘'이 잘나간다고 하지만 코미디는 방송가에선 비주류예요.”
자전거를 타고 방송국 근처에 나타난 김석현 PD는 ‘비주류' 선언으로 코미디가 푸대접 받는 방송가의 풍토를 은근히 꼬집었다. 작은 체구에 동그란 얼굴의 그는 왠지 30년 전 동네 골목대장을 하던 때와 전혀 달라졌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매주 주말 황금 시간대에 평균 시청률 20% 대를 유지하며 10년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혹자는 ‘국민 코미디' 혹은 ‘가족 코미디'라고 부르는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이다. 방송은 방송이고 왠지 좀 무게감 있는 질문으로 시작하려다 결국 생각만 해도 웃긴 이런저런 개그맨들의 얼굴이 떠올라 물었다. 개그맨들 말 잘 들어요?

“학창시절에 보면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하기 싫어하고 선생님 말도 안 듣는 애들 있잖아요. ‘개콘' 식구들이 그래요. 근데 뭐 제 말 잘 들어요. 저도 ‘또라이'거든요.”
자신을 ‘또라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 남자, 그 순간 한 마디가 떠올랐다. 독해!

그의 말대로라면 그 역시 비주류 프로듀서다. 방송가에 처음 입문해 2년간 편성국에서 일한 걸 빼고는 코미디 프로그램만 팠다. 드라마나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흐름을 거슬러 간 셈이다.
‘웃음충전소', ‘미녀들의 수다', ‘폭소클럽', ‘코미디 세상만사' 등 KBS의 웬만한 코미디 프로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중간중간 다른 프로그램을 했지만 그의 주 무대는 ‘개콘'이었다. 2008년 봄, ‘개콘'으로 컴백한 건 세 번째다.
“2000년 조연출로 ‘개콘'에 처음 합류해서 32개월 동안 호흡을 맞췄죠. 그때 코미디에 관한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근데 그때 만해도 ‘개콘'이 지금처럼 오래 갈 줄은 몰랐어요.”


개그의 무한경쟁시대! 기회는 공평하고 결과는 불공평하다

‘개콘'은 1999년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됐다가 반응이 좋아 정규 편성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초창기 ‘개콘'은 지금과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상당히 달랐다고 한다.

“당시엔 고정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있었어요. 정해진 멤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와 코미디를 선보였는데, 초반 6개월은 성공적이었어요. 하지만 곧 한계가 드러났지요. 고정된 코너 형식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끝나는 아이템을 위주로 그날그날 채우다 보니 늘 내일은 또 뭘로 웃기나 고민해야 했어요. 근데 매일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 바로 ‘코너' 개념의 도입이었다. 일회성이 아닌 고정 코너를 편성해 매주 맥락이 같은 내용의 코미디를 선보이는 지금의 방식이 정착된 것. 형식이 패턴화되면서 프로그램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웃음코드를 만들어 내느냐가 숙제였다. 그래서 채택된 것이 무한경쟁체제였다.
“고정 출연자 체제를 없애고 ‘개콘' 무대를 경쟁체제로 개방했어요. 아이디어와 재능만 있으면 신인에게도 과감하게 기회를 주고, 아무리 선배라도 웃기지 못하면 코너의 막을 내리도록 하는 거지요. 한마디로 사회에서의 경쟁 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지요.”

경쟁을 통한 아이디어 선별과 신·구 차별 없이 평등하게 기회를 줌으로써 재능 있는 개그맨들을 발굴하고 키운 것이 프로그램 성공의 주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가도 따랐다.
“경쟁체제로 가면서 프로그램의 인기는 높아졌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팀워크를 유지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다들 열심히 하지만 되는 코너를 밀 수밖에 없다 보니 밀려난 개그맨들은 좌절하고 때로 불만을 품기도 하죠. 하지만 늘 시청자의 눈으로 냉정하게 선별하고 현실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얘기해 주지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되, 결과는 불공평하다는 게 ‘개콘'팀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요.”


시청자가 웃을 때까지 고치고 다듬고 또 고치고 다듬고…

매주 수요일은 ‘개콘'의 공개 녹화일이다. 오후 3시부터 리허설을 시작해 본격적인 녹화가 시작되는 7시 직전까지도 그날 녹화될 코너의 내용이 끊임없이 수정된다고 한다. 코미디는 무대 위에서 웃음을 이끌어 내는 재능과 즉흥적인 순발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 대체 ‘개콘'의 그 수많은 코너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제작과정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김석현 PD는 심호흡을 한 번 한다.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할 질문이 아니란다.
“많은 분들이 개그맨들이 아이디어를 짜 오면 그걸 가지고 연습해서 코너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100%로 완성된 아이디어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단지 웃음의 단초가 될 만한 한 가지라도 포착이 되면 거기에 계속해서 살을 붙이고 다듬어서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거치지요.”

김석현 PD는 녹화일을 빼고는 늘 개그맨들과 만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직접 점검을 한다. 어떤 대목이 웃긴 지는 10년 쌓아 온 ‘감'이 가르쳐 주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코미디로 사랑 받으려면 살 붙이고 다듬고 고치는 무수한 과정이 뒤따른다. 그 과정에서 김석현 PD는 특히 개그맨들을 주의 깊게 살핀다. 각자의 끼와 재능이 최대한 잘 발휘되도록 적재적소에 역할 분담을 하고 프로그램의 전체 방향을 제시해주기 위해서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개그맨 안상태 씨의 “난~”으로 시작되는 개그 코너의 예를 보자. 초창기에 아이디어는 빈약했다. 그런데 특유의 말투가 웃음 포인트였다. 말투를 살려 <어색극단>이란 코너를 선보였는데 역시 전체적으로 밋밋했다. <뜬금 뉴스>라는 코너와 합쳐 보면 어떨까? 기자라는 설정이 덧붙여졌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안상태 씨의 말투가 완전히 떠버렸다. 결국 <뜬금 뉴스>도 사라지고 ‘안상태 기자'만 독립하게 됐다. 이상, 5개월에 걸쳐 살 붙이고 다듬고 고치면서 코너가 완성된 것.
“확률게임과 같아요. 웃기거나 안 웃기거나. 누구의 판단이 정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수히 아이디어를 내고 다듬어서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그 반응을 보고 다시 고치고 다듬어 나가죠. 그동안 시청자들은 보지 못했지만 제가 본 코너만 수천 개가 되죠.”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 공략

사실 ‘개콘'은 고전적인 스탠딩 형식의 공개 코미디로 특별히 새로운 점은 없다. 그런데도 다른 유사 코미디 프로그램에 비해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비결은 다양한 시청자층의 공감대를 얻는 웃음전략에 있다.
“예전엔 주로 청소년층 위주였지만 요즘엔 코너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빠뜨린 소재나 다루지 않은 계층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소재 면에서도 다양화를 시도하지만 한 코너에서도 초등학생 어린이와 부모님이 각각 서로 다른 포인트에서 웃을 수 있도록 안배를 합니다.”
‘개콘'이 남녀의 차이,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어 온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앉아 시청할 수 있는 가족 코미디가 될 수 있는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내겐 너무 소중한 개그맨들, 진정한 국민의 스타로 존중 받기를…

무엇보다 ‘개콘'팀에겐 휴일이 없다. 매일 5~6개의 코너를 만들어 연습을 한다. 김석현 PD는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기사와 리플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읽는다. 10년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 부동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개콘'이 진정으로 사랑 받는 이유가 아닐까?
“돈 있는 분들은 재미있는 곳을 찾아서 다닐 여유가 있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그렇지 못 할 때가 많아요. 그런 분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개콘'은 공짜니까.”

‘개콘'이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드라마와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 속에 코미디는 여전히 비주류다. 그런 와중에도 ‘개콘'이 계속되는 이유는 웃고 공감하고 박수 쳐 주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김석현 PD는 말한다.
“개그맨들이 다른 분야의 스타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을 때 속상하죠. 사실 개그맨들이 주는 웃음이 프로야구 선수들이 주는 즐거움보다 못할 게 없는데 말이죠. 능력 있는 개그맨이 다른 스타들처럼 높은 개런티를 받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개콘'팀의 리더, 김석현 PD는 누구보다 개그맨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개콘'이 잘 나가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불황의 늪이 깊다. 2009년엔 더 힘들어질 지 모른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곁엔 ‘개콘'이 있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웃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말이 위안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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