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요란하게 쏟아지면서 폭풍우가 사제관 침실의 창가를 흔들어
댔다. 그렇지만 신부는 종부성사를 주기 위해 나갈 준비를 했다.
알바니관구 저 외딴 곳에 임종을 앞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신부는 감실을 열고 성합에서 성체를 꺼내 경건하게 상자 안에 모셨
다.
[...]그러고 나서 마구간에서 말을 끌고 나와 어둠 속으로 길을 나섰
다.
[...]그는 어느 여관 앞에 말을 세우고, 지친 말을 잘 돌봐준 다음,
자신도 잠시 쉬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이 되자 다행히도 폭풍우가 잦아들었다. 신부는 죽어가는 사람
에게 늦지 않게 성사를 베풀기 위해 길을 서둘렀다. 몇 마일이나
달렸을까? 신부는 갑자기 여관방 서랍 속에 종부성사용 주머니를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들이 방 청소를 하면서 그 주머니를 버렸을지도 몰라!'
신부는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면서 말에 박차를 가해 그 작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 주인은 상당히 화가 나있었다.
"당신이 돌아와서 다행이오. 아주 곤란한 일이 생겼소이다. 아무
리 그 방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한 것입
니까? 열쇠를 자물쇠에 넣고 돌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열쇠 구
멍으로 아주 이상한 빛이 비친다오! 그 눈부신 빛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소.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다니까요!"
신부는 그제야 안심이 되어 속삭였다. "하느님, 찬미와 감사를 받
으소서!" 그리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주인이나 하인들 모두 호기
심에 이끌려 뒤따랐다.
신부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천상
의 빛을 뿜어내고 있는 지극히 거룩한 성체가 모셔진 옷장 앞에 무
릎을 꿇었다. 그는 경외심을 가지고 거룩한 주머니를 자신의 안주
머니에 잘 넣으면서[...] "이 작은 성체 안에 하느님께서 신성과
인성, 육신과 영혼, 살과 피를 가지신 채 머물러 계신다"고 선언했
다.
이 기적을 본 주인 식구들과 여관 직원들은 깊이 감동하였고, 모두
가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중에서2009.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