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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종합예술학교] 연극영화과 입시에 대한 단상

서울종합예... |2009.05.04 09:54
조회 450 |추천 0
     

 매년 대학입시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과를 뽑으라면 연극영화과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물론 그동안 한국 대학에서 연극영화 교육이 턱없이 부족했던 원인이 가장 컸겠지만) 각 대학들은 최근 10년간 연극영화과 만들기에 아낌없이 주머니를 열고 있다. 대학 뿐 만 아니라 학점은행제를 통한 교육기관, 평생교육원, 사회교육원, 심지어는 사이버 대학들도 연극영화과를 개설하고 있다.(사이버 대학들은 실기 수업을 off-line 으로 시행하고 있다) 사립대학들의 살아남기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지금, 상대적으로 ‘미달’ 이 없고 높은 신입생 모집 경쟁률을 자랑하는 연극영화과는 이제 각 대학의 ‘효자’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학교에서 급하게 문을 열어서인지 (아니,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들이 더 심하니 이건 이유가 아니겠다.) 현행 연극영화과 입시 전형과 기준에는 뭔가 문제점이 많은 듯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늦은 나이에 국립예술학교에 진학한 나로서는 입시학원이나 연극영화과 입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서 6개월간 입시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한차례 입시전쟁을 치르고 나니, 연극영화과 입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좀 생겼다.

 

 


 

(주) Acting Entertainment in University

 

 연기자 지망생을 뽑는 연기과 전형의 경우 외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기자는 연기자 자신이 가진 신체적 조건이 많은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형적 조건이 ‘전부’가 되어 버리거나 그 외형적 조건의 기준이 천편일률적이라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입시 강사가 된 지 얼마 안되서 수시 전형을 준비시켜야 했다. 실력이 좋은 학생들에게 수시전형을 권하자 학생들은 선생님 그 학교 키만봐요, 한다. 나는 껄껄 웃으면서 반격했다. 얘들아, 그래도 한국 최고의 연극영화과라고 자부하는 곳인데, 키로만 학생을 뽑겠니? 아이들은 날 믿고 원서를 냈고 보기 좋게 떨어져 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학원에서 실력은 정말 안되지만 키가 크고 멀큼하게 보이는 학생들이 모두 1차시험을 통과해 왔다. 정말 키로만 뽑은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학교마다 뽑아가는 학생들의 특색이 있었는데 (감독관들의 취향과 비슷할테니)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키 크고 얼굴 작은 아이들을 선호했다. 실력과 관계없이. 그래, 백번 양보해서 설마 감독관들이 키만 보고 아이들을 뽑았겠는가? 다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보고 뽑았을 꺼다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이 왜 대부분 얼굴 작고 키 크고 카메라에 잘 어울릴 것 같이 바싹 마른 학생들에게만 있는 건지.

연극영화과는 엔터테인먼트사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들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기획사에서 뽑아가는 아이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 할 때 전체 Performing Art 과에는 흑인, 백인, 뚱뚱한 놈, 마른 놈, 작은 놈, 큰 놈,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고 (물론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기회는 모두 달랐지만) 이들은 매 작품마다 하나의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곤 했었다.  아무리 시대가 비디오 스타를 원하고, 배우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외모가 중요시 되고, 돈 못 버는 수많은 연극배우 동문보다 한 명 반짝 스타가 학교 이미지를 살려내고 많은 신입생을 끌고 온다하더라도, 연극영화과 입시는 달라야 한다.

어떻게 모두 스타가 될 수 있겠는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이 연출가가 될 수도, 기획자가 될 수도, 연예인이 될 수도, 기업가, 주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극영화에 대한, 연기예술에 대한 4년간의 경험과 교육은 그들이 무엇을 하든 그 삷 속에서 어떻게든 역할을 해 날 것이다. 그것이 교육 아닌가? 연기예술가도 아니고 오직 연예인이 되기에 적합한 외모를 가진 학생을 선호하여 뽑겠다는 의지들은, 아무리 양보하고 양보하고 양보하여 이해하려 해도 유치하다. 슬프다. 불쌍하다.

 


 

자존심은 무슨, 그저 왕림해 주소서 스타님들!

 

 앞에서 이야기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입시철에 연극영화과마다 스타 모셔가기가 가장 큰일처럼 보인다. 이것도 이해 할 수 있다. 결국 눈에 띄는 결과물은 스타를 내는 것이고, 유명한 스타들은 동문회의 힘이고 학교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학교 이미지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나 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학교 행정이나 현실적 이유.. 등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들리는, 가수 누구는 어디 연극영화과에, 연예인 누구는 어디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씁쓸해진다. 기획사에서 연기를 가르칠 때 학생들은 연극영화과 준비를 하고 싶어 했고 기획사에서는 막았다. 이유는 나중에 다 아무데나 너희들이 부르는 데로 가게 해 줄테니 걱정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그렇게 했다.) 기획사는 대학 연극영화과가 우습다. 우리가 키운 아이, 한 번 보내줄까? 식의 태도다. 대학은 그저 왕림해 주소서, 납작 엎드린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연극영화과들마저 이런 시류에 합류한다. 연극영화과를 통해 받은 교육으로 실력 있는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를 통해 만들어진 스타들이 연극영화과를 골라서 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로 실력을 인정받은 연예인도 아닌, 기획사의 요리대로 잘 만들어진 깜짝 스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졸업할 때 까지 몇 번이나 학교에 나가 연기수업을 받을까?) 그래, 이것까지도 백번 양보하자. 기부입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 똑같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테니까.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것은 수시전형 혹은 특차전형과 같이 일반학생들에게 입시를 치루게 하고 결국 뽑다가는 것은 연예인이나 다른 어떤 이유(?)로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사람들을 뽑아가는 행태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전형료를 걷어가고 돈 많은 기획사를 등에 업은 연예인들에게 특혜는 돌아간다. 학생들은 이미 소문으로 일반인의 합격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입시전형에는 그런 말들이 공지 되어있지 않으니까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돈을 내고 준비해서 시험을 치고 불합격 통지를 받는다. 백화점에서 더덕 파는 엄마 도와주면서 받은 돈으로, 부모님이 지방에서 분식점해서 보내주는 돈으로, 고민하고 고민해서 학교 결정하고 준비하여 시험 치는 학생들에게 난 미안했다. 연기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선배로써, 그냥 미안했다.

대학도 장사고 그 장사를 잘 하는 대학만이 살아남는 시대라는 것이 현실이다. 알고 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된다. 신념도 없고 교육 철학도 없다. 정확한 특례입학의 정원을 명기하고 일반 학생들이 공연히 그 자리를 꿈꾸지 않도록이라도 해야 한다.

기획사들이 우습게 보는 대학 연극영화과, 난 자존심 상한다.

기본도 없고 원칙도 없는 칼자루

 

 한 가지만 더 집고 넘어가자. 학원 학생들은 시험을 치루고 오면 자신이 연기를 어떻게 했고, 분위기는 어땠고, 질문은 어떤 질문을 받았고, 심지어는 감독관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앉아 있었는지 까지도 일일이 다 이야기 한다.

시험의 주체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물론 입시관들이지만 학교에 돈을 내고 시험을 보러 와준 수험생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입시관들이 던지는 대부분의 반말, 일관적이지 않은 시험내용, 수험생들에게 불공평하게 진행되는 전형 행정 등.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한 연극영화과 2차 시험에서 명기되어 있는 작품에 대한 분석력 평가가 25%였다. 작품 공부를 열심히 하고 간 학생들이 받은 질문은 딸랑 하나, 너 키가 몇이니?. 1분에서 1분 30초 정도의 길이에 해당하는 독백을 준비하라는 학교에서 막 연기를 시작한 학생에게 첫 문장만 듣고, 그만하고 노래해봐, 혹은 춤춰봐. 시험을 진행하는 재학생들의 실수로 불이익을 받은 학생이 항의하자 학교 입시 관계자들은 바쁜 일정 관계로 대충대충 넘겼다. 그 학생은 분하고 억울해도 시험을 봐야 하니까 얼렁뚱땅 넘어가고 말았다. (그 재학생은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했다지만 학교측의 입장은 달랐다.)

브로드웨이에서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턱도 없는 도전이었지만 그 때는 그저 열심히 했다. 수많은 전형자들을 감독관 두 사람씩 나뉘어 1차 시험을 통해 선별하여 2차 시험에서는 감독관들이 모두 들어와 보았다. 명기되어 있는 1분의 독백 2개, 정확하게 시간을 재서 그것만 보았다. 나의 얼토당토않은 독백이 끝나자 모여 있는 교수들은 모두 “Thank you", "Thank you for your acting" 을 외쳤다. (물론 call back 은 한 학교에 밖에 받지 못했다) 그리고 면접은 정말 관심 있는 사람만 불러서 오랜시간 따로 진행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오디션을 보면 항상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당락에 관계없이. 보겠다는 것만 보았고, 보겠다는 것은 끝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실기전형에 명기되어 있는 항목의 점수와 관계없이 학생을 선발 할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래도 기본이 있었으면 좋겠다. 원칙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봤을 때, 들었을 때, 타당하게 시험을 ‘진행’은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는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주일 이상 입시를 감독해야 하는 감독관들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생각해 본다. 그래도, 보겠다는 것은 보여 줄 수 있게, 물어보겠다는 것은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좀 더 예의있게 학생들을 대우해주었으면, 우리 학교에 시험 치러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형식적으로라도 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원칙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까? 대학이니까. 교육이니까.

6개월간의 입시 학원 강사 경험은 나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같은 직종에 있었던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 놓으니, 언니, 현실이 그래. 그런다. 현실.

학부 때 유명한 프랑스의 연출가 마리안느 므누슈킨 선생님과 대화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엔터테인을 피하세요, 되도록 멀리하세요, 였다. 난 눈물이 찔끔 났었다. 위로를 받은 것 같다. 하기 힘든 말,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까 할 자신이 없는 말, 그런데 난 그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외국에서 돌아와 여러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한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선배님들이 많이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영화에도 나오고 유명해 지셨어요, 했더니 자식들 그걸 연기라고, 유명해 졌다고, 연기를 제대로 해야지 연기를, 하신다. 나의 첫 대학로 작품에서 기획자가 밀어 넣은 유명한 연예인 배우를 마다하시고 당신이 뽑은 배우 쓰시겠다고 고집하셨던 분답다. 그래 그녀석들 많이 유명해져서 좋다, 고 하실 줄 알았는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서 좋았다.

 현실은 계속 이럴 것이다. 더 나빠질 수도 있고 전혀 다르게 변할 수도 있다. 거기에 발빠르게 따라가기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사회에서 원하는 것이 그러하니까 그럴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과 기본이 있어야 한다. 예술 교육에 대한 철학도 없고 신념도 없다면 직종을 바꿔야 한다. 대학교수가 아닌 연예기획사 운영자로. 대학이라는 간판도 내려야 한다. 주식회사,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로. 차라리 대학-기획사-스타시스템 메커니즘에 대해 더 투자하고 협력해 나가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대학의 연극영화과는 누구를 뽑을 것인가, 어떻게 뽑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연예인을 모셔오는 대학이 아닌 만들어내는 연극영화과, 연기예술가를 만들어내고 스타를 키워내는 연극영화과, 예술교육을 삶의 곳곳에서 적용하며 사는 보이지 않는 예술가들을 만들어 내는 연극영화과를 기대한다.

 

                                 서울종합예술학교 연기예술학부 서나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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