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어제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 관련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촛불시위자의 보석에 신중을 기하라고 한 언급이나 전자우편 등을 통해 재판진행을 독촉한 사안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위는 ‘권한의 충돌’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징계 대신 경고나 주의 권고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장기간 윤리위의 엄정한 판단을 기다려온 국민에게는 유감스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윤리위는 신 대법관의 재판 관여를 인정하면서도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재판의 독립성’이 충돌을 빚는다며 신 대법관에 대해 징계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조치를 내렸다. 이 때문에 법조계 내부에서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절차를 거친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몰아주기 배당’과 관련해서는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진상조사위 조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리위가 3차례 회의를 여는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봐주기’를 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은 헌법정신이다. 그것은 외부뿐 아니라 내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한다.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법부 독립의 본질인 재판권 행사에서의 독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 대법관은 특정 내용 재판이나 절차 진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나 특정 방향으로의 직무 처리를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요구함으로써 재판권 독립을 훼손했다. 재판권에 개입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허문 것이다.
법관의 판단을 존중하는 이유는 그의 결정이 법과 양심에 기초하고 있다는 믿음에 기인한다. 법관이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가 내린 결정에 국민이 승복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윤리위의 결정으로 신 대법관을 징계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신 대법관은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킨 데 대해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용퇴 결단을 내리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에 대한 도리라고 본다.
2009년 5월 9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