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라데나 골프장)
[중은 제 머리를 못 깎는다]
오랜만에 친하게 지내던 세 부부가 라운딩을 하였다.
한 사람은 40대 후반으로 언더파를 자주 치는 분이고, 다는 사람은 40대 초반으로 나와 실력이 주거니 받거니 하던 분이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40대 초반에게는 50대 후반이 한 수 가르쳐주고
40대 후반에게는 내가 아직 짱짱하다는 것을 알려야하는 자리가 되었다.
마침 그 골프장이 이번 주에 열리는 거시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위하여 페어웨이는 좁고, 러프는 깊고, 그린은 반질반질 밀어놓았다.
허-어, 이거 우리를 완전히 프로대접을 하능구만.....
부인들 팀을 레드티에 앞세우고
블루티에서 멋진 골프장의 사진을 담아가면서 폼을 잡아본다....
자----아--- 시작해볼까?
쌍권총 그립을 하고,
발로 땅을 굴러서 양 발바닥을 땅바닥에 완전히 부치고
오리 궁둥이로 스윙의 중심을 확고히 한 다음
두 주먹을 쇠뭉치로 하여 가장 먼 곳으로의 꼭지점 댄스
양 팔꿈치를 조이고
오른발 안쪽으로 버티면서 7시, 8시, 9시, 10시, 11시 방향
그립의 끝이 공과 목표물을 긋는 직선상으로 움직이도록 백스윙하고
백스윙이 톱에서 샤프트가 목표방향을 가리키는 상태에서 정지화면을 만들고
왼발로 말뚝을 박은 다음, 임팩트는 5시 37분에.....
5시, 4시, 3시, 2시, 1시 방향까지
진검으로 적군의 심장을 가르듯
헤드가 아니라 그립의 끝이 공과 목표물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으로 왔다갔다 하도록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팔로우 드루....
왼쪽어깨가 턱밑에 들어가게 백스윙
오른쪽 어깨가 턱밑에 들어가게 팔로 드루
단면스윙으로 가장 큰 원을 그린다...
빠따?
멀리서부터 그린이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
어디가 가장 높고 어디가 제일 낮은지 살펴보고
쓰리펏 안 나오게 첫 퍼팅은 무조건 홀컵 1미터의 원안에 집어넣기
모자르기 보다 지나가기....
두 팔꿈치를 조이고 시계추 운동을 하면 되지 뭐....
참 미쉘 위처럼 동반자가 퍼팅을 마치기 전에
홀을 떠나는 결례는 하지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라운딩을 하다보니
전반 9홀에서는 성적이 아주 좋다.
마침 40대 후반의 고수께서 오랜만의 라운딩이라
구질이 뒤죽박죽이어서 혼내주기에 딱 좋았는데....
앞 팀 아내들의 예쁜 옷맵씨와 멋진 스윙을 흡족히 바라보며 따라가지만
너무 생각이 많아서인가
후반에 들어 왼쪽 무릎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왼쪽다리에 체중을 싣는 리듬과 템포가 맞지 않게 되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실수를 하게 되나보다.
결국 40대 초반에게도 40대 후반에게도 또 패배를 하고야 만다.
이번에도 “내가 젖소다!”
나도 골프에 관한 이론만큼은 상당하다고 자부하여 왔지만
역시 실전과 이론은 다른 것인가? 아니면 이론을 현실화하지 못한 것인가?
후회막급이다....
뭐 적당한 핑계를 하나 만들 수 없을까?
옛날에 고승이 승방에서 운우지정을 나누다 들키자
“세상에 인물이 없어 정승을 하나 만들던 중”이라고 변명하였다는데.....
이론만 많이 알고 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골프건, 정치이건, 경제건, 집안 살림이건 모두 마찬가지....
중이 아무리 염불을 잘 하고, 설법에 능하여도
제 머리는 절대로 못 깎는 법
좌우간 오랫동안 못봤던 사람들에게 폼 한 번 잡으려던 노땅
오지영이 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것도 안보고 열심히 하였는데....
아름다운 연못과 페어웨이를 돌아보면서 다시 후회가 막급이다.
닭갈비도 막국수도 여-엉 맛이 없다.
“혹시나” 하고 갔는데 “역시나---”
(‘09. 5. 20.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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