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아웃 현상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 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상태.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 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날 동시에 찾아왔다.
"왜이렇게 못되 처먹었는데!"
"나 원래 못되 처먹었잖아. 새삼스레그래."
"정말 끝내려고 이러는거야,
아님 얘들 사랑싸움처럼 좋다싫다 줄다리기 하는건데,
내가 말려드는거야?
지금 이순간에 대본이 눈에 들어올 만큼 니가 그렇게 잘났니?
대본보는 척 폼만 잡지 말고, 얘기해."
"폼? 나에 대해 너무 잘아시는거지, 재미없게"
"아픈 말만 쏙쏙 골라가며 잘도 버무린다,
그런 재주 쉽지 않을건데. 글써라."
"괜찮을거야."
"무슨뜻? 끝까지 끝내겠다는거야?"
"괜찮을거야."
"내가 빌어도 안돼? 넌 나보다 언제나 똑똑하니까,
똑똑했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지 하고,
한번은 더 믿어야 되는 거겠지. 그래 지내볼게.
근데 지내보고 그때도 안 괜찮음
그땐 넌 죽었어, 이 나쁜새끼야."
그렇게 화이트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 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 그들이사는세상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