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위 세간이 말하는 '노빠'도 아니고,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찍지도 않았었다...
아니, 그 땐 총선이고 대선이고 투표 자체를 안했었다.
그저 정치인들 끼리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앞에서는 자기만 국민들을 위하는 양 아가리질을 해 대면서도,
뒤로는 더러운 꼴 보이는게 싫기도 했었지만,
정작,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내 자신, 딱히 그들에게 욕하고 손가락질 할 만큼 잘나거나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랬었던 것 같다.
결국 이 나라는 어느 놈이 어떻게 해 먹어도,
늘 그렇고 그렇게 굴러갈거라는 체념을 했었나 보다.
지난 참여정부 5년,
모든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반대를 해댔던 조,중,동 보수언론들과 딴나라당을 비롯, 소위 잘 나간다는 사회 기득권층들도 한편으론 이해가 됐었다.
딴엔 부모 잘 만나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명문대 나오고, 해외유학에 막대한 유산과, 기업을 물려받고 부동산 불패 신화에 기대어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을 취해 온 수 많은 사회 지도층(?)들의 기준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는 함량미달의 인물이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테니까...
머...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떤 대상이 극도로 혐오스러워지고, 죽도록 싫어진다는 것은,
그 존재로 인해 내가 미치도록 불편해진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까지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그를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던,
바로 그 세력이 집권했을 때,
마치 새로운 세상이라도 도래한 것 처럼 온 세상이 시끌벅적 할 때도,
앞으로 그들이 세상을 지난 5년 보다 더 살 맛 나게 해 줄거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정말이지...
이 정도 까지 힘들게 할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한 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지냈던,
한 어른의 충격적인 죽음이,
지금 바로 죽고싶은 심정의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한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은,
분명 오버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 일 수도 있고,
누군가 나에게 '오버하네~ ㅂ ㅕㅇㅅㅣㄴ~'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머, 그래도 상관없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무관심했던 그 분의 수 많은 발언들, 기록들, 에피소드들을 지난 며칠 동안 뒤적여 보면서,
변호사, 정치인, 대통령이라는 겉모습을 떠나,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만큼은 부끄럼없이 살고자 노력했던,
한 인간의 치열한 삶과 그 진정성이 행간 마다 투영되어,
슬픔도, 연민도, 분노도 아닌,
도저히 어느 한 단어로는 정의내릴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켜,
나를 견디지 못할 정도의 패닉 상태로 몰아가게 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추모 열기도 서서히 식어지고,
충격적이었지만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여러 사건들 중의 하나로 잊혀져 가고,
지금의 내 이런 감정 상태도 차츰 잦아들어,
마치 영화 '트루먼쇼'의 라스트씬 처럼,
다시 내가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동안 무관심했으면서도 곡해해 왔던 지난 날의 진실과 느닷없이 마주하는 불편함을 경험하게 해 준,
대통령 같지 않았던 대통령 노무현의 여운은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듯 싶다.
아니,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독했던 가난에 대한 열등감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각고의 노력,
그리고 그 산물로 형성된 자존심,
이들을 동력으로 삼아 평생을 이 땅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오신 큰 어르신의 허망한 마지막 앞에,
그저 범부는 이렇게 머리 숙여,
고인의 명복과 영면하시기만을 빌 뿐이다.
May his soul rest in peace......
- 2009. 05. 25 (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