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당신이 밉습니다. 이름만 들어오던 당신에게 지지를 보낸 2002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나의 마음을 흔들었고, 당신과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면 이라는 기대감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마음을 졸이면서 당신이 대통령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당신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설득하러 다니곤 했었습니다. 2002년 어느 겨울 밤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내가 가진 손으로 내가 열렬히 지지하던 한 명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감격을 나는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합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된 것이 확실하다는 출구조사 결과에, 그리고 최종 당선 확정 결과에 마치 내 일이 된 양 웃고 또 웃고 마음 가득히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말입니다. 진정 2002년 한 해, 나는 당신 때문에 한없이 즐거웠었습니다. 민주당 광주 경선에서의 당신의 승리를 확인하고 나는 당신에게 그 해 대통령 선거에서 나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때서부터 7년동안 나는 언제나 당신의 편에 서 있었습니다. 비록 조금은 실망할 때도, 조금은 안타까워 할 때도 있었지만, 내 간절한 열망을 싣어 나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당신은 내게 뚜렷이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자긍심에 부끄러움 없이 나에게는 훌륭히 그 직위를 수행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밉습니다. 그래도 살아야지요. 아무리 그래도 살아야지요. 당신이 설령 개똥밭에 구를지언정 당신을 끝까지 믿고 신뢰하며 당신에게 지지를 보낼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살아야지요. 이 거지같은 세상에서 거지같이 초라하게 추락한다고 해도 살아야지요. 살아서 당신에게 지지를 보내준 사람들을 위해 모든 걸 이겨내야지요. 1172만 5136명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여전히 당신이 초라해지더라도 당신을 지지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 곁에는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노빠라고 불러도, 아무리 그들을 손가락질 하더라도 당신의 곁을 끝까지 지킬 수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마음 속으로 당신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당신은 내가 지지를 보낸 7년동안 단 한차례도 나를 크나크게 실망시킨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른 아침 당신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나에게 피어오른 건 다름아닌 분노였습니다. 당신의 정적들을 향한 것도 아니었고, 바로 당신을 향한 분노였습니다. 당신의 자살은 내 가슴에 크나큰 아픔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도 똑같은 아픔을 남겼습니다. 살아야지요. 끝까지 살아서 그동안 받은 빚을 갚아 나아가야지요. 그리고 지금은 힘이 없지만 이제 더 성장해서 당신의 뒤를 따를 사람들과 온 힘을 내어 손을 잡았어야지요.
나는 당신이 정말 밉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당신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사람들, 이 나라에 환멸감을 느끼고 현 정부에게 돌을 던질 사람들, 그리고 당신의 죽음으로 정신적인 내상(트라우마)를 입고 평생을 살아갈 사람들을 알고나 계십니까. 미움은 사랑의 반대말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지요. 지금도 내 가슴 속에 뚜렷이 남아있는 지난 7년의 당신 때문에 그 미움이 더 커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나는 당신이 더 힘을 다해 지금까지 살았던 것보다 더 힘을 다해서 악착같이 살거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싸워가며 당신을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든든한 보호막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당신은 많이도 약한 사람이었나 봅니다. 어쩌면 그 기대감들이 당신을 더 힘들게 만들었는 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아무리 개똥밭에 구르더라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잖습니까. 이토록 허망한 죽음이 어딨단 말입니까. 그렇기에 나는 당신이 미치도록 미울 뿐 입니다.
그렇기에 평생을 나는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