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쓴 글이다. 글의 구조보다는 할 말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고라 (agora)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광장으로 민회(民會)나 재판, 상업, 사교 등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졌다. 오늘날에는 공적인 의사소통이나 직접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말로 널리 사용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분향소에 가보고, 현재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겸 시청 앞을 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시청 앞은 대한민국사회의 모습을 어느정도 대변해 주는 곳이다. 월드컵과 같은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온국민이 모여서 응원하며 얼싸안고, 광우병 사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같은 일이 있을 때는 함께 토론하며 논쟁하며 슬픔을 나누기도 하는 곳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평일의 시청 앞은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 앞은 '아고라'이다. 맨위의 글은 아고라의 사전적 정의이다. 시청앞에 가보면 일반 시민들의 '자유 발언'의 자리도 마련되 있으며, 그 밖에 춤,음악,그림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아고라의 정의대로 공적인 의사소통과, 직접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곳이다.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백수, 회사원, 노인, 먼 곳에서 상경한 농부들까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장소가 바로 시청 앞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의 촛불집회가 시작된지도 약 1년 정도가 지났다. 이명박 정권의 독재 체제는 거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작년보다 힘이 더 강해졌다. 그러나, 작년보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 역시 강해졌으며 시민의식 또한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년에 내가 본 촛불 집회는 초,중,고의 학생들이 많았으며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대중들이 많았다. 그 당시 미국산 소고기 문제에 관하여 마치 '어, 이명박은 나쁜 놈인가보다.' , '사람들이 왜 모였지??' , '광우병 걸리면 죽는데??' 하면서 어리둥절하면서 나온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내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노는 애들' 처럼 보이는 애들이 촛불을 들고 침을 뱉는 모습들도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유발언에서는 욕이 대부분이였다.상당히 붕 떠있고, 거친 느낌의 2008년 이였다.
올해에 본 모습은 작년과 많이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모엿다는 점에서 겉보기에는 별로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작년에도 참여를 했었고 올해에도 참여를 했었던 사람이라면 느낄 것이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젊은층, 중년층, 노년층의 비율이 골고루였으며, 자유발언에서도 비속어 남발이 줄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내 생각에는 2009년이라서가 아니라, 내 생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영향이 크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했거나 무비판적인 비판을 가했던 사람들이 '충격'을 먹고 각성을 한 것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극명하게 뒤바꿔 놓는다. 영화에서도 어떠한 반전을 필요로 할 때 죽음이라는 소재가 쓰이고,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소식을 접해야만 했던 대중들은 그 충격이 어떠했겟는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보슬보슬 비가 오고, 창 밖이 뿌연 아침 뻣뻣한 몸을 일으켜 TV를 틀었는데 보이고 들리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니...... 죽음 후의 충격으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무비판적인 비판에서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알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비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사회 뒷편에서 방관하던 지식인들이 하나 둘 표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여 글을 쓰고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집권 이후 정부차원의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15~20년 가까이 퇴보하고 있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또한 20년 전의 그 뜨거운 가슴을 되찾고 있다. 집회의 질 또한 작년에 비해 월등히 나아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아쉽다.
민주주의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다.
집회 현장에 나가보면, 모두들 국민주권을 외치는 것을 보면 '민주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모두 잘 알고있다. 하지만 우리가 '국가의 주인은 우리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하기만 해서는 절대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주권이 우리한테 있었고, 우리가 바꿀 수 있었는데 99%를 버리고 1%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이명박 대통령을 뽑고 뒤늦게와 남에게 잘못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에 대한 책임 전가가 촛불들 사이에서도 급급한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아는 것 없는 노인들이 죄다 한나당을 뽑아 놨다.
2. 가장 급진적이고 진실를 추구해야 할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가장 낮다.
3. 부자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4. 무지한 자일수록 극 보수적인 성향을 띈다.
등등...
넷 다 어느정도 맞는 말이기는 하나, 이것은 우리가 싸울 문제가 아니다. 노인과 젊은이들이 서로 비판을하고, 고학벌 체제를 문제삼으면서도 4번의 경우를 비판한다. 3번을 문제삼는 것은 정말로 말이 안된다. 그들 소수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투표를 한 것일 뿐이다. 나머지 서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고 투표를 한 것이다. 상황을 설정해보자. 이명박 정권에게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상위 1%가 아니고 5%라고 치자. 그 5%는 모두가 투표를 했고, 나머지 95%의 사람들중 투표율이 50%였다고 쳐도 상식대로라면 이명박이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결국 이런 것들을 통해 귀결되는 결과는 하나 뿐이다. 대중이 어리석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을 잘 못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근본은 우리다. 우리가 뽑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을 뽑지 않은 사람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아는 진실을 한명에게라도 더 알렸다면, 이명박의 강력한 권력의 기반인 '과반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애당초 붙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사실 과반도 아니지만.)
나도 어리석지만, 촛불의 초기부터 쭈욱 함께 해 온 나이기 때문에 아직 어리지만 이에대해 어느정도 쓸 자격은 있다고 본다. 대중의 어리석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1년동안 무분별한 비판에서, 제대로 된 비판에 근접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비판은 있되 대안은 없다. 아직 우리의 의식 단계는, 우리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식에는 못미친다. 촛불을 들고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만도 의미가 크긴 하다. 하지만, 강력한 정부와 맞서려면 빈틈이 없어야 한다.
간혹 촛불 반대자가 '너희들이 MB OUT을 외치는데 도대체 대안은 뭐냐'라고 물어보면 우리는 '아...유시민 전 장관정도..?!',혹은 '문국현씨 어때요..?!' 아니면 '일단 악은 물리쳐놓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한다. 나쁜 통치자가 물러나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만, 대안 없이 자리에서 내려놓으면 그 혼란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그 혼란을 틈타 악의 되물림이 될지 누가 알겟는가. 사실 나도 대안은 없다. 정치적으로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이는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우리가 이렇듯 빈틈을 내주면서 촛불 집회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촛불의 목소리가 전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목소리이긴 하지만,아직 모두의 목소리는 아니다. 실제로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지만,가난한 사람들 중에서 조차 이명박의 지지자가 많다. 우리는 그들의 교화하려고 들지 않는다.

촛불은 1년간 엄청난 발전이 있었고, 의식성장 또한 뛰어났다. 나는 촛불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희망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년동안 수많은 촛불들으 지켜본 나는 아직도 마음이 찡하다. 하지만 많은 촛불들 아래 우리가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낸다고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강하며, 아무리 인터넷 시대인들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얼마든지 우리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행동하는 진정한 비판적 지성인'이다.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흥분을 가라 앉혀 빈틈을 주지 않으면서 묵묵히 앉아있다가, 심증이 아닌 진실의 말을 해야한다. 촛불이 촛불을 신뢰하는 것은 기본이며, 무지한 사람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주어 정치적 무관심으로부터 각성을 시켜야만한다. (촛불의 편이 되달라고 절대 강요하면 안된다.). 악한 정부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행동하는 비판적 지성인' 인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글을 마치겟다. 주저리 주저리 글이 길어졌는데 다 읽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