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어줍잖게 친구를 따라 사주카페라는데를 갔다가, "작년부터 앞으로 3~4년간 구설수가 있으니 조심해야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냥 흘러들었지만, 때마침 나름의 구설수에 처해있던터라, 집에 와서는 구설수가 뭘까라는 걸 한참을 생각하게 됐는데, 한자로 풀어보자면 口舌數, 입과 혀(1)가 많다 (2)의 수법에 당하다 (3) 때문에 고생하게 될거다... 뭐 이렇게 여러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구설수: 남에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신수"
이렇게 정의되어 있고, 또 어떤이가 다음과 같이 정의해뒀으니..
"구설수란 누구에게나 붙는 국민연금이거나 지방세 같은 것이다...... 시 <시골로 내려오다> 中 -장석주- "
어떻게 보면 구설수라는건 혀와 입, 다시 말해서 언어를 가진 인간이 짊어져야 숙명 같은걸테다. 누군들 다른 사람의 일을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또 누군들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래서 구설수는 더 강력한 위력을 가진 듯 하다.
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 정의되어 버리는 것.
그 정의가 돌아돌아 내 귀로 들어오는 것.
그 정의가 입과 혀에 그치지 않고, 시선이 되어 돌아오는 것.
나아가 그들의 혀와 입과 시선은 별 뜻이 없는데, 내 귀와 내 눈이 그 정의를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면... 모든 사람의 입과 눈이 그저 피하고 싶은 대상일 뿐인 상태가 된다.
일반적으로 이 구설수는 내 변명과, 내 상황의 변화와, 시간의 힘으로 인해 약해지거나, 바뀌거나 하게 마련인데...
내겐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마 그에겐 남은 시간이 이 구설수의 힘을 약화시키기엔 너무나 짧게 느껴졌을테다. 그리고 세월을 기다리기엔 구설의 수가 너무 많고, 그 구설에서 쏟아지는 말과 시선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겠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그들뿐만 아니라, 추모하느라 나와있는 저 많은 사람들과 나까지도 나름의 살인자가 아닌가 싶은 맘이 들기도 한다.
그나저나 내 구설수는 언제쯤 끝나려나... 그 전에 일단 바르게 살고 볼 일인데, 그것조차 쉽질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