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연의 OST
Lover's Concerto
사랑을 잃은 다음 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장을 한 후 다음 곡들을 MP3 플레이어에 담아 거리로 나선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이고 타인은 모두 좀비인 상황. 흘러나오는 음악이 어느새 상처 남기지 않는 ‘후시딘’으로 작용할 것이다.
1. Undo(푸른 새벽)
머릿속에선 ‘만약 ~하지 않았다면 ~했을까?’라는 각종 가정법 문구가 노늰다. 한때 잘생겼던 그의 얼굴과 다정했던 한 순간에 눈물도 한 방울 뚝 떨어진다. 돌이킬 수 있을까? ‘Undo’를 클릭하면 과거는 돌아올까? 그러나 삶을 움직이는 건 ‘undo’가 아니라 ‘do’인 것을. 복사할 것도 오려붙일 것도 없다면 ‘새 글’이나 누르고 다시 시작하라.(올해 해체한 푸른 새벽은 배경음악으로 뒤늦게 발굴되는 중이다)
2. Over(Portishead)
구구절절한 감정의 나열 없이 독한 한 마디로 상황을 종료시키는 포티스헤드의 베스 기븐스 언니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끝날 수밖에’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그녀의 보컬은 울분을 억지로 참아낸다. 이별 순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아름다운 곡. 말(헤어져)과 마음(날 잡아줘)이 따로 노는 뭇여자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교과서로도 적합하다.
3. No Surprise(Radiohead)
대표 우울 밴드 라디오헤드의 대표 우울곡 ‘No Surprise’는 집 안에 틀어박혀 좌표를 잃은 모든 이를 위한 노래다.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는 지구 위 실연자들의 진정한 구세주 로 나섰다. 사람들은 모두 싫고 부대끼는 것도 지쳤다면, 집안에서 은인자중하며 놀랄 일 만들지 말라는 그의 ‘히키코모리’식 충고.
4. Cannonball(Damien Rice)
아일랜드 출신 데미언 라이스 또한 우울한 뮤지션. 실연 직전 의문들이 ‘Cannonball’ 가사(‘내 귀엔 여전히 너의 노래가 남아 있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여전히 말 못하겠어’ 등등)를 빼곡하게 채운다.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오는 곡으로, 끝까지 가슴을 잘근잘근 씹어 놓는다. 음악을 통한 자기학대 경험을 극대화하려면 앨범을 통째로 감상해볼 것.
5. 바람이 분다(이소라)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심드렁한 자세로 흘러간다. 천금같던 추억이 담긴 머리를 자르고 나왔지만 달라진 건 없다. 노래 속 여자는 쿨하게 잊으려하다가 결국 세상에 분노한다. 가사 전개에 맞춰 점점 고조되는 이소라의 ‘분노’ 창법은 어떤 위로보다 효과적이다. 한국고전문학의 특징인 ‘애이불비(哀而不悲)’ 정신을 적극 계승한 것이 특징(믿거나 말거나).
6.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지금은 걸걸한 수다쟁이 아줌마가 되어버렸지만, 원래 양희은은 굉장히 진지한 뮤지션이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로 이어지는 순박한 가사는 보통 탐구정신이 아니면 써낼 수 없다. 진심어린 쓸쓸한 목소리가 쓸쓸한 마음에 기름을 들이 붓는다. 덕분에 무지하게 쓸쓸해진다.
7. How to Be Dead(Snow Patrol)
가사를 대충 훑으면 웬 까칠한 남자가 여자 친구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는 노래인 듯하다. 그러나 이리저리 추리를 더하고 제목을 재고하면, ‘내 말 좀 들어봐’라고 강요하는 가사가 심상치 않은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남자가 사랑 때문에 여자를 죽인 걸까? 상상할수록 ‘급우울’해지는 곡.
8. Super Star(Sonic Youth)
‘우울송’의 진정한 궁극! 카펜터즈의 정겨운 원곡을 소닉 유스가 독창적으로 리메이크한 ‘Super Star’는 뭇사람들에게 자살충동 노래로 유명하다. 한밤중에 대문 넘던 도둑도 이 곡을 들으면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는 소문. ‘사랑하니 돌아와달라’는 고백이 얼마나 처절하고 비루한지 깨닫게 해주니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붙잡지 말자. 미련 갖지 말자. 몹시 추하구나.
출처 : Tong - justinKIM님의 | 연애의기술통